우주항공청은 24일 사천 우주항공청 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주요 정책 추진 현황과 향후 계획을 공유했다. 우주항공청 제공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달 기지 건설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서 우주항공청이 기존 항공우주 기업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로봇, 에너지, 원전 등 비(非)우주기업의 참여 확대에 나서고 있다.
우주 개발의 무게중심이 단순한 탐사와 발사에서 실제 사람이 거주하는 달 기지 구축으로 옮겨가면서 전통적인 우주 기술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달에도 똑같이 집·전기가 필수"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은 지난 24일 경남 사천 우주항공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달 기지 건설이 본격화되면 기존 우주산업의 경계가 사실상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청장은 NASA가 추진 중인 달 기지 계획과 관련해 "사람이 살아야 되면 거기에 집도 필요하고 전기도 필요하다"며 "우주 정거장에 잠깐 머무르는 것과 달리 달에 거주하려면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모든 것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NASA는 2030년대 중반까지 달 남극 인근에 반영구적으로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달 기지 구축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통신과 전력, 모빌리티, 건설, 자원 활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동맹국 및 민간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달 기지 전력원으로 원자력 발전 활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오 청장은 "미국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 원자력 발전원을 달 기지에 활용하는 부분"이라며 "AI도 구동해야 하고 생명유지장치와 통신장비도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로봇·모빌리티까지…"우주기업만으론 안 돼"
경남 사천에 위치한 우주항공청 신청사 부지. 우주항공청 제공달 기지가 현실화되면 우주산업에서 필요한 기술 역시 기존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우주항공청의 판단이다.
오 청장은 "우주 공간에서 여러 가지를 조립하고 만들어야 하는데 사람이 직접 가서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결국 로보틱스와 무인화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적인 의미의 우주개발 역량 외에 새로운 영역이 생겼고 그 부분을 어떻게 채워갈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정부가 AI 산업에서 피지컬 AI를 강조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단순 생성형 AI와 같은 소프트웨어 경쟁보다 제조업과 로봇, 자율주행, 산업 자동화 등 한국이 경쟁력을 가진 분야를 중심으로 AI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우주항공청 역시 달 탐사 시대에는 기존 발사체와 위성 중심의 기존 접근에서 벗어나 한국 제조업이 강점을 지닌 다양한 분야를 우주 산업과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오 청장은 "NASA 역시 미국 기업은 물론 세계 각국이 (프로젝트에) 같이 참여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면서 "그 나라가 잘할 수 있는 것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이 국가 간 협력 차원에서도 가장 좋은 방식"이라고 말했다.
결국은 제조업…국제협력도 새 판 짜나
24일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우주탐사용 로보틱스 분야 AI 기술 활용 전문가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우주항공청 제공
우주항공청은 현재 NASA와 진행 중인 아르테미스 연구협약을 통해 달 통신, 전력, 모빌리티 등 달 기지 핵심 인프라 분야 협력을 구체화하고 있다.
다음 달 말에는 한국에서 NASA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아르테미스 워크숍도 열린다. 미국의 달 기지 계획과 한국의 참여 방안을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자리다.
오 청장은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며 "새로운 협력 아이템을 찾아서 같이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우주 기업들이 우주 분야에 더 많이 들어와야 한다"며 "새로운 가능성을 봤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우주 산업이 더 이상 우주기업만의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달 기지 건설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새로운 우주 시대의 핵심 무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