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인한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부근에서 경찰이 근무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서울 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 시위가 3주째에 접어들면서 정부와 공권력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일터로 돌아가지 못한 체육단체들의 피해가 날로 커지는 데다, 현장 경찰관들의 피로도 역시 한계치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찰 지휘부는 안전사고 우려 등을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돈으로 환산 안 되는 피해도
2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올림픽공원 봉쇄 시위로 인해 핸드볼경기장에 입주한 9개 종목 체육단체가 이날까지 업무 차질로 인한 피해액이 60억원 정도로 파악됐다. 국가대표 일정이나 사업 입찰, 급여 지급 등 국내외 여러 업무 진행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라서다. 선관위가 부담하는 개표소 대관료는 애초 계약금 1500만의 7배까지 늘어났다.
추산되지 않는 피해도 적지 않다. 우선 출근하지 못하고 있는 체육회 직원들의 심리 상태도 나빠지고 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심리적 불안을 호소하는 직원이 많다. 핸드볼경기장 탈출 때 시위 참가자들에게 둘러싸여 '선관위 직원이냐', '가방을 열어봐라' 등 말을 들었고 진입을 시도할 때마다 시위대에 둘러싸여 트라우마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연맹 등 단체의 공신력과 신뢰도 문제도 생기고 있다. 이 관계자는 "실제 남원에서 1600명 정도 규모 전국 당구선수권대회가 열리는데 연맹 사무실이 점거됐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라며 "대회 운영이나 서비스 처리가 늦다는 컴플레인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부분은 돈으로 환산이 안 된다"고 했다.
몸 사리며 주저하는 경찰
낮 최고 기온이 29도로 예보된 23일 6·3 지방선거 잠실 개표소로 사용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규탄 봉쇄 시위 참가자들이 우산을 쓰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하지만 경찰은 강제 해산이나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의 진입로 개척 등에 나설 지 불투명하다. 올림픽공원 시위 성격을 불법 집회로 보면서도 해산 등 절차를 밟는 데는 주저하는 모양새다.
경찰은 불법 집회·시위의 경우 주최 측에 고지 후 해산명령을 내릴 수 있다. 다만 명령 불응 시 강제 해산에 나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내부 분위기다. 집회 현장 경험이 많은 한 경찰관은 "2017년 백남기 농민 사건 이후 경찰의 대응 수위가 많이 조심스러워진 측면이 있다"며 "직접 물리력을 동원하기보다는 불법 행위를 채증한 뒤 사후 수사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전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최근 간담회에서 "집회 해산은 국민 안전이나 사고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6월 5일 잠실 개표소 때는 기동대원을 투입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라며 "당시는 투표함 이송을 위해 선관위의 공식 요청이 있었던 반면, 지금은 투표 종료 후 시민들이 참정권 침해를 주장하며 모여 있는 상태"라고 답했다.
집회 측의 '대표성 부재'도 걸림돌이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부터 부실 수사 규탄 및 참정권 회복을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시위대의 스펙트럼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경찰이 해산이나 타협을 교섭할 공식 창구가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다.
정치 셈법에 묶인 공권력, 애타는 현장
6·3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12일째 이어진 1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앞에서 시민들이 국민의힘과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의 진입을 봉쇄하기 위해 문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전문가들은 이번 집회가 정치적 사안과 첨예하게 맞물린다는 점을 짚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집회 자체가 정치적인 이슈로 시작됐고 경찰이 적극적인 개입을 했을 때 그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기도 어렵다"면서 "경찰이 독자적으로 정무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어 답답한 상황이 길어지는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역시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을 주문하는 정도의 메시지를 내는 데 그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미 용인하기 어려운 한계에 이른 잠실 개표소 주변 폭력 사태에 대해 엄정한 대응이 불가피하다"라면서도 "국민주권 회복을 위한 평화 집회는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하나, 불법적인 폭력,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경찰은 올림픽공원 시위와 관련해 총 41건의 신고·고발을 접수해 처벌불원으로 종결된 1건을 제외한 40건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지난 16일 핸드볼경기장 출입문을 끝까지 막아 체육단체 진입을 무산시켰던 '올다르크' 30대 여성에 대해 신원을 특정하고 업무방해 혐의 등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