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차기 당권 경쟁에서 민생 의제가 실종됐다. 호남 당심과 검찰개혁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전개되면서다. 집권당이 답해야 할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민생 실종 향한 쓴소리
우원식 전 국회의장은 25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이번 전당대회가 "공천권을 누가 갖느냐는 권력 투쟁처럼 비친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청년 문제를 거론하며 "당권 주자 누구도 그런 문제를 의제로 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도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경쟁의 끝에서 반드시 원팀으로 만나야 한다"고 했다. 승패를 가리는 데 그치지 않고 민주당이 책임 있는 집권당임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문이다.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김영호 의원도 선명성 경쟁이 자극적인 언어와 계파 대결로 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의원은 "유튜버의 언어가 당원들의 언어로 바뀌며 지나칠 정도로 과열되고 있다"며 통합을 출마 명분으로 내세웠다.
집권당이 권력투쟁과 계파 대결에 빠져 민생을 외면한다면, 전당대회가 이전투구용 내부 행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한목소리로 내는 모습이다.
당권 주자들 다시 호남으로
그러나 당권 주자들의 행보는 기존의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청래 전 대표와 김민석 총리는 25일 전북 정읍에서 열린 전북도당 당선인 워크숍을 나란히 찾았다. 권리당원 30%가 집중된 호남이 전당대회의 최대 승부처가 될 수 있다는 걸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앞서 정 전 대표는 대표직 사퇴 전날인 23일에도 광주와 전남 화순·목포를 돌았다. 김 총리 역시 지난 16일 전남 보성에서 열린 전남광주 당선인 워크숍에 참석하는 등 두 사람 모두 호남 당원들과의 접촉을 늘려왔다.
검찰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논쟁은 김 총리가 폐지 쪽으로 정부 입장을 정리하면서 한때 대립 구도가 흐려졌다. 김 총리는 25일에도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의 최종 입장으로 정했다며 별도의 정부안을 내지 않고 국회의 논의와 결정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정 전 대표는 이를 환영하면서도 처리 속도를 다시 쟁점으로 올렸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불가역적으로 폐지할 테니 시행령도 완벽한 폐지로 준비해 달라"고 강조했다.
정 전 대표는 지난 23일에도 페이스북에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시간 끌 이유 없다. 지금 당장"이라고 썼다. 폐지 여부에 대한 두 사람의 견해차는 사실상 사라졌지만, 정 전 대표가 속도와 완결성을 앞세우면서 검찰개혁은 다시 당권 경쟁의 주요 이슈로 남게 됐다.
"지역 민심은 먹고사는 문제"
이에 대해 법률가 출신의 민주당 재선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선거 기간 단 한 명에게도 검찰개혁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사람들은 먹고사는 문제만 말한다"고 했다. 이어 "지역 경제는 얼어 있고 물가와 환율도 오르는데 당에서는 코스피와 검찰개혁만 붙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보완수사권 폐지는 "이미 정리된 문제"라며 "강성 지지층 결집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외연 확장에는 마이너스"라고 했다. 당청 간 파열음으로 비치는 모습까지 감수하며 끝난 쟁점을 되살리는 건 선거 전략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질타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도 사석에서 "보완수사권은 형사사법 체계의 여러 쟁점 중 하나인데 이 문제로 이렇게 오래 다툴 일인지 모르겠다"며 "사회적 대화와 자영업 부채, 쿠팡 등 플랫폼 산업 문제를 비롯해 여당이 풀어야 할 민생 현안이 쌓여 있다"고 말했다.
호남 당심과 검찰개혁은 당원 결집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여당이 내부 지지층만 바라보는 경쟁에 머문다면 지난 총선에서 확인된 민심의 경고를 넘어서지 못한 채 다시 국민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