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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 줄 아는' 시각장애인 커플의 락페스티벌 즐기는 꿀팁?[씨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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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찾은 장애인들
우정원정대, 장애인 접근성 실천 프로젝트 진행
시각장애인도, 지체장애인도 제대로 즐겼다
"서로에게 의지하며 공간과 시간 만끽"
"살짝의 도움, 장애인과 공존할 유일한 방법"



2023년 6월 17일. 시각장애인 재혁씨와 지혜씨는 브루노 마스 콘서트장을 찾았습니다. 공연장 입구에 도착한 재혁씨는 다짜고짜 손을 번쩍 들고 외쳤습니다. "저희가 시각장애가 있는데 도와주실 분 계신가요?"

뜻밖에도 여러 사람이 몰려 들었습니다. 재혁씨와 지혜씨는 난생 처음 만난 사람의 팔을 붙잡은 채 티켓 부스까지 갈 수 있었고, 공연을 무사히 본 후 스탭의 도움을 받아 택시를 타고 안전히 귀가할 수 있었습니다.

후천적으로 시각장애인이 된지 3년 차, 재혁씨는 집에 돌아와 생각했습니다. "내가 너무 크게 걱정했구나. 생각보다 수월하구나. 나도 하고 싶은 걸 많이 하면서 살 수 있겠구나". 용기를 낸 재혁씨는 결국 지혜씨에게 고백을 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연애도, 새로운 형태의 삶도 시작됐습니다.

그렇게 몇 년간 함께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던 재혁·지혜씨 커플은 또 한 번 용기를 냈습니다. 실내 콘서트를 넘어 야외에서 열리는 락페스티벌에 도전한 건데요. 이들은 지난 14일 강원도 철원 고석정에서 열린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시각장애인은 락페스티벌을 어떻게 즐길까?

장애인이 문화생활을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요. 실제로 2024년 서울문화재단 통계에 따르면, 문화예술 관람 경험이 전혀 없는 이들의 비율은 장애인(64.5%)이 비장애인(23.9%)보다 3배 가까이 높습니다. 월 1회 이상 문화예술 관람율은 장애인(0.7%)이 비장애인(13.3%)보다 10배 이상 낮고요.
 
재혁씨도 "장애인들한테는 페스티벌만큼은 불모지의 영역에 가까웠다"며 "'동반할 사람이 마땅히 없는 사람이 과연 페스티벌에 가려는 마음 마음을 먹을 수 있을까?' 라고 한다면, 사실 어렵다고 본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 질문을 건넸습니다. "비장애인에게 눈을 안대로 가리고 페스티벌을 즐기라고 하면 즐길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이날 재혁·지혜씨 커플의 '락페 데뷔'가 가능했던 건 바로 '우정원정대'라는 이름의 국내 대중 음악 페스티벌 접근성 실천 프로젝트 덕분이었습니다.
 
우정원정대는 다양한 유형의 장애를 가진 장애인들과 비장애인 친구 및 스탭 등 총 30여 명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장애인 특장차량을 제공해 '이동'부터 책임집니다.

락페스티벌 현장에도 접근성에 관련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접근성 지원 부스'를 마련하고, 기존의 휠체어석이나 배리어프리존과 달리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하지 않는 '컴포터블존'도 제공합니다. "선을 긋기 전에 함께 춤을 추자". 이것이 우정원정대의 슬로건입니다.

 "처음 온 거 맞아?" 장애인들, 제대로 놀았다

과연 장애인들은 사회가 그어놓은 선을 벗어나 춤을 출 수 있었을까요? 이날 페스티벌 현장에서 만난 지체장애인 지성씨는 누구보다 멋진 춤을 추었습니다. 페스티벌 초보답지 않게 텀블러도 야무지게 챙겨와 술도 한 잔 하면서요. 능숙한 지성씨에겐 "처음 온 거 맞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졌습니다.
 
지성씨는 이날 처음 만나 친구가 된 재혁씨에게 '분수 안에 나를 넣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솟아오르는 물줄기를 맞으며 지성씨는 노래에 몸을 맡겼습니다. 재혁씨 커플과 비장애인 친구는 지성씨의 팔을 붙잡아주며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주었고요.
 
재혁씨는 지성씨가 춤을 추던 그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재혁씨는 "제 팔을 이렇게 잡고 본인 나름의 최선의 흥분을 표현하는데, 팔에서 느껴지는 지성이의 에너지는 어마어마했다"고 회상했습니다.

"물이 튀면서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 지성이가 몸을 흔들면서 느껴지는 진동, 사람들의 환호 소리, 거기에 BGM으로 들리는 음악 소리. 모두 한데 어우러져서 '정말 축제다'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그 옆에 선 지혜씨도 신나게 몸을 흔들었습니다. 지혜씨는 "현장감이 다르다"며 "눈으로 보지 못해도, 집에서 그냥 내가 이어폰 끼고 듣는 것과 여기서 실제로 사람들의 바이브를 함께 느끼는 건 정말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뇌병변 장애로 인해 전동 휠체어를 이용하는 명지씨도 페스티벌을 만끽했습니다. 명지씨는 "서로 하이파이브도 하고 어깨도 부딪히고 하는 경험들이 사실 장애인들한테는 흔한 경험은 아니"라며 "서로의 몸을 터치한다거나 부딪힌다거나 그런 경험들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수줍게 웃었습니다.

이날 명지씨는 자신의 심리적 장벽을 한 단계 넘어섰다고 합니다. 명지씨는 "장애인들이 서로 이렇게 만지기 조심스러운 것이 있는데, 여기서는 심리적으로 그런 것을 다 깨부수고 조금 편하게 노는 느낌이라 너무 좋았다"며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더 많은 장애인이 '락페' 찾는 날을 꿈꾼다

서로 다른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의지해서 공간과 시간을 만끽하는 느낌. 재혁씨가 이번 기회를 통해 처음 경험한 감정입니다. 재혁씨는 더 많은 장애인들과 함께 이 감정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다만 한 가지 바람이 있습니다. "장애인이 축제에 와서 노는 게 단순히 '관찰의 대상'으로 그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어 저 사람 휠체어 타고 여기 왔네. 잘 노네' 하고 나서 집에 돌아가면 아무도 (장애인에 대해) 생각하지 않잖아요."
 
지혜씨도 같은 마음입니다. "장애인을 직접 마주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굉장히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페스티벌을 즐기면서 장애인을 그냥 지나가면서라도 본 사람들한테도 굉장히 중요한 인식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동약자를 위한 비영리단체 계단뿌셔클럽과 함께 이번 우정원정대 프로젝트를 운영한 조금다른 주식회사 이충현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페스티벌에 오는 장애인 당사자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다양한 몸과 마음을 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재혁씨는 많은 걸 바라지 않습니다. "이게 일회성 프로젝트에 그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더 많은 장애인들이 와서 같이 손잡고 슬램을 하고 구호를 외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살짝 내어주는 도움이면 충분하거든요 사실. (그 도움이) 결국 장애인들이 우리 사회에서 안전하게, 또 같이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어쩌면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르겠어요."

명지씨와 지혜씨, 그리고 재혁씨는 이날 저녁 고석정에 울려 퍼진 페퍼톤스의 노래 'New Hippie Generation'을 열심히 따라 불렀습니다.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울려퍼진 가사는 오래도록 그들의 마음 속에 새겨져 있을 겁니다.

답답한 것들은 던져버려 여긴 정말 한적하다
세상은 넓고 노래는 정말로 아름다운 것 같아
인생은 길고 날씨 참 좋구나

-페퍼톤스 <New Hippie Generation> 中-

※장애인들이 만끽한 생생한 페스티벌 현장, 유튜브 <씨리얼> 채널에서 영상으로 직접 보시죠. "안 보이는데 재밌어요?" 시각장애인 커플이 락페 즐긴 의외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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