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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사람"의 징역 7년…무거운 '영부인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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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 첫 출석에서 "저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 발언
법원 "대통령 배우자, 막대한 영향력 행사하는 지위의 인물"
특검, 공무원 아닌 김건희에 뇌물죄 대신 알선수재 적용
"평생 갖기 어려운 고가 물품"…재판부 "'매관매직 사건' 질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가 지난해 8월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가 지난해 8월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저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

김건희씨는 지난해 8월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처음 출석하며 자신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러나 김씨의 알선수재 혐의를 심리한 1심 재판부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김씨를 단순한 대통령 배우자가 아니라 "대통령과 국정 운영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인물"로 판단했다. 또한 김씨가 그 영향력을 이용해 각종 인사·사업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수천만원대 귀금속과 명품시계, 억대 미술품 등을 수수했다며 이른바 '매관매직' 행위를 강하게 질타했다.

김건희, 징역 7년…형 더 무거운 '뇌물죄' 적용은 빗겨가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는 전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우환 화백 그림과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티파니 브로치,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 상자, 디올 파우치 등을 몰수하고 6480만원 추징도 명령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씨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재영 목사는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았다.

특검이 '매관매직 사건' 수사 단계에서 고심했던 부분 중 하나는 뇌물죄 적용 여부였다.

김씨는 대통령 배우자이지만 법률상 공무원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 현행 형법상 뇌물죄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한 경우를 처벌하는 범죄다. 특히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이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정도로 처벌 수위가 높다. 김씨가 인사와 사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은 다수 확인됐지만, 신분상 혐의 적용의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공모를 전제로 뇌물죄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윤 전 대통령이 개별 금품 수수 사실을 알았거나 공모했다고 인정할 증거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결국 특검은 김씨가 대통령 배우자로서의 영향력을 이용해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알선을 명목으로 금품을 받았다고 보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했다.

각종 고가 귀금속과 함께 인사·이권 청탁을 받은 이른바 '매관매직' 혐의로 기소된 김건희씨가 26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사건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연합뉴스 각종 고가 귀금속과 함께 인사·이권 청탁을 받은 이른바 '매관매직' 혐의로 기소된 김건희씨가 26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사건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연합뉴스 

"일반 국민은 평생 갖기 어려운 물품…돌려줘도 알선수재"

재판부가 이번 사건에서 반복해서 강조한 건 바로 '영부인의 영향력'이었다. 김씨가 공무원은 아니지만 대통령 배우자로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존재였고, 금품을 건넨 이들 역시 바로 그 영향력을 기대하고 접근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김씨가 받은 금품 외에도 이를 건넨 사람들의 면면까지 하나하나 열거했다. 중견 건설사 회장과 사업가, 교육자, 현직 검사, 재미교포 목사 등 사회 각계 인사들이 저마다 인사 청탁과 사업 청탁, 정부 계약, 공천 기대 등을 품고 김씨에게 접근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 김건희가 수수한 금품은 수십만원대 주류에서부터 수백만원대 화장품, 금거북이, 수천만원대 귀금속과 시계, 나아가 억 단위의 미술품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와 규모가 다양하다"며 "일반 국민이 평생에 한 번도 쉽게 취득하기 어려운 고가의 물품들을 별다른 거리낌 없이 타인으로부터 수수해 왔다"고 질타했다.

결국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국가 최고 권력의 핵심부에서 대통령 배우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다수의 인사 청탁과 사업 청탁이 고가의 금품과 거래된 이른바 '매관매직 사건'"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영부인이라는 지위가 요구하는 사회적 책무를 외면한 채 그 지위를 사적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수사 이후 일부 귀금속을 반환하거나 시계 대금을 공탁한 점에 대해서도 정상참작 사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반환 경위나 반환 시기, 공탁 시기 등에 비추어 보면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며 사후 반환이나 공탁이 책임을 덜어주는 사정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김씨가 일부 금품에 대해 '구매대행'이나 '일시 차용'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위법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은폐하려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26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건희 씨에 대한 1심 선고 공판 생중계를 보고 있다. 류영주 기자26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건희 씨에 대한 1심 선고 공판 생중계를 보고 있다. 류영주 기자

영부인 영향력은 인정됐지만…남은 법 공백 

이번 판결은 대통령 배우자의 막강한 영향력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직접 규율하는 법률은 미비하다는 점도 함께 드러냈다.

재판부는 "피고인 김건희는 공무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뇌물죄 적용 대상이 되지 않지만, 공무원이었다면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 대상"이라며 "대통령 배우자는 알선수재죄의 주체 가운데서도 가장 중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대통령 배우자의 공적 영향력은 형사재판에서 인정됐지만, 정작 이를 직접 규율할 장치는 마땅치 않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대통령 배우자나 당선인 배우자의 금품 수수와 청탁을 어떻게 규율할지는 입법 과제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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