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 관련 브리핑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정부가 건강보험 수가 구조 개편과 관리급여 도입을 통해 지역·필수의료 강화에 나섰지만, 의료계는 재원 마련 과정에서 일차의료 기관의 부담만 키운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필수의료 투자 확대라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그 재원 마련 부담을 개원가에 떠넘기는 방식이라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이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오후 4시 서울 대한문 앞에서 '국민의 치료권,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관리급여 반대 궐기대회'를 개최한다. 건강보험 수가 개편과 관리급여 도입에 반발하는 의료계의 첫 대규모 집단행동이다.
검체검사→필수의료 수가 조정…"피해 고스란히 일차의료"
이번 반발의 핵심은 정부가 필수의료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과보상됐다고 판단한 검체검사와 영상검사 분야의 수가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5일 '지역과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지역·필수의료에 건강보험 재정 3조6천억원을 추가 투입하고, 이 가운데 2조6천억원은 검체검사와 CT·MRI 등 영상검사 수가 조정으로 절감한 재원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지금까지는 검사를 의뢰한 병·의원이 검사료에 위탁검사관리료 10%를 더해 청구한 뒤 검사기관과 가격을 협의하는 구조였다.
앞으로는 위탁기관과 수탁기관이 각각 건강보험공단에 검사료를 청구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검사료는 위탁기관 35%, 수탁기관 65%로 배분되며, 위탁기관은 검사 질 관리 등을 충족해야 추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과도한 리베이트 구조를 개선하고 검사의 질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의료계는 실제로는 개원가 수익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의협 김성근 대변인은 "진단검사를 의뢰하는 위탁 의료기관에는 수가 인하와 더불어 과격한 배분 비율 적용으로 급격한 수가하락이 되어 상당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 및 필수의료 보상 강화를 위해 재정투입을 결정한다는 것이 그럴싸해보이지만 검체검사와 영상검사를 과보상 영역으로 단정 짓고 대규모의 수가 조정을 강행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의료기관에 전가된다"며 "하지만 보상 방안은 현실에 전혀 와닿지 않아 대혼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음달 '도수치료 관리급여'…"물리치료실 축소"
의료계는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관리급여 제도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보고 있다.
관리급여는 기존 비급여를 건강보험 관리 체계 안으로 편입해 정부가 가격과 이용 횟수를 관리하는 제도다. 첫 적용 대상은 도수치료다. 복지부는 도수치료 관리급여 수가를 4만 3850원으로 정하고 연간 이용 횟수를 15회로 제한하기로 했다.
정부는 비급여 과잉진료를 줄이고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한다. 반면 의료계는 정부가 가격과 이용 횟수를 직접 통제하면서 사실상 도수치료 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 관계자는 "도수치료는 수십 년간 근골격계 질환 환자의 통증 완화와 기능 회복을 위해 발전해 온 치료기술"이라며 "숙련된 의료진의 판단과 경험이 필요하고 상당한 시간과 인력이 투입되는 전문 의료행위임에도 정부가 책정한 수가는 이러한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리치료사들의 고용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물리치료사협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협회는 "제도 시행으로 의료기관의 물리치료실 운영이 축소될 경우 환자의 치료 접근성과 선택권도 함께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