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아트포레스트 청량리 내부가 '아코스타' 행사에 참석한 코스프레 참가자들로 가득 찬 모습. 김하영 수습기자"일본 코스프레를 볼 기회가 없었는데, 맨 처음 한국에서 열린 행사잖아요. 부산에서 달려왔죠"2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앞 아트포레스트가 인파로 북적였다. 부산에서 새벽부터 서울로 올라와 오전 10시 행사장에 도착한 조승우(27)씨는 올해 전 세계 200만장이 판매된 코나미의 대표 호러 게임 시리즈 '사일런트 힐 f'의 여우 가면을 쓴 수수께끼의 남자 주인공을 코스프레했다.
27일 부산에서 서울 동대문구 아트포레스트 청량리 '아코스타'에 참석한 조승우(27)씨가 호러 게임 '사일런트 힐f'의 여우 가면 캐릭터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김하영 수습기자일본 최대 코스프레 행사 '아코스타(acosta!)'가 이날 한국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2014년 도쿄 이케부쿠로에서 시작해 연간 20만명이 찾는 행사가, 지난해 대만에 이어 두 번째 해외 무대로 서울을 택한 것이다. 애니메이션 팬들의 마음은 6월의 무더운 날씨만큼 뜨거워졌다.
"새벽부터 달리고, 40만 원 의상까지" 덕심은 못 말려
27일 서울 동대문구 아트포레스트 청량리 '아코스타'를 위해 평택에서 온 X(구 트위터) 닉네임 가루(25)씨가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의 여우 캐릭터 '닉'을 코스프레 하고 있다. 김하영 수습기자
행사장 입구부터 인파가 넘쳤다. 오후 1시40분쯤 줄을 만든 참가자들 사이에서 "3시는 넘어야 들어갈 것 같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주최 측 추산 행사장에는 4천명이 몰렸다.
평택에서 온 X(구 트위터) 닉네임 가루(25)씨는 새벽 6시에 일어나 5시간을 달려 오전 11시 청량리에 도착했다. 그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의 여우 주인공 닉 코스프레를 했다. 옆엔 토끼 주인공인 주디 역할의 파트너도 함께했다. 가루씨는 "사실 일본에서 하는 행사였는데 한국에서는 처음 개최한다고 해서 한번 보고 싶어서 참여했다"며 "일본에서 유명한 행사입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27일 서울 동대문구 아트포레스트 청량리 '아코스타'를 위해 인천에서 온 최연우(23)씨가 모바일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의 도로시 캐릭터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김하영 수습기자인천에서 온 최연우(23)씨도 집을 나선 건 새벽 6시쯤이다. 청량리 인근 연습실까지 빌려 의상을 갖추고 행사장에 도착한 건 오전 8시. 최씨는 웃돈 40만원을 얹어 의상을 구했다. 잠실 한강에 초대형 풍선까지 띄운 국산 모바일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의 세계관 최강 전사 캐릭터 도로시. 최씨는 "코스프레를 하면 자신감이 생긴다"며 "사람들과 더욱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날이 너무 덥지만 사진 찍고 친구들 만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웃었다.
캐릭터·나라·언어 달라도 '코스프레는 하나'
27일 서울 동대문구 아트포레스트 청량리 '아코스타'를 위해 도쿄에서 온 고하쿠씨가 보컬로이드 하츠네 미쿠의 마법소녀 버전 코스프레를 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하영 수습기자
외국인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도쿄에서 온 20대 고하쿠씨는 파란 트윈테일로 전 세계 서브컬쳐 팬들의 아이콘이 된 보컬로이드 하츠네 미쿠의 마법 소녀 버전 코스프레를 준비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자랑하고 싶은 문화인 애니메이션을 한국에서 보여줄 수 있어 좋다"고 웃어 보였다.
27일 서울 동대문구 아트포레스트 청량리 '아코스타'를 위해 중국 하얼빈에서 온 리리(17, 오른쪽)씨가 '조조의 기묘한 모험' 캐릭터 디오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김하영 수습기자중국 하얼빈 출신으로 한국의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리리(17)씨는 1980년대 아라키 히로히코의 만화로 시작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으로 전 세계 팬덤을 얻은 '조조의 기묘한 모험' 속 악당 디오 코스프레를 했다. 금발 가발에 금테를 두른 흰 셔츠가 눈에 띄었다. 그는 "한국은 코스프레해도 쳐다보는 사람이 많지 않아 편안하다"며 "중국 행사보다 잘생긴 사람이 더 많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행사장 안에서는 처음 만나는 사이임에도 서로의 캐릭터를 소개하며 연락처와 SNS를 교환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펼쳐졌다. 전문 사진작가들이 즐비했고, 외국인 코스플레이어만 전담해 찍는 사진작가도 있었다. 나라도, 언어도 다르지만 셔터 소리만은 하나였다.
홍대가 아닌 청량리…그 이유는?
27일 서울 동대문구 아트포레스트 청량리 '아코스타' 행사장을 찾은 일반인 관람객 박지혜(11)양과 친구들. 김하영 수습기자
왜 청량리였을까. 이번 행사의 한국 주최사 에스피디글로벌 최치원 대표는 "지역 활성화 차원에서 동대문구와 협조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방에서 오기 좋은 근접성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행사장에는 코스프레도, 일본의 문화도 처음 경험하는 일반인 관람객도 있었다. 친구들의 손을 잡고 이곳을 찾은 박지혜(11)양은 "아버지가 한번 가보라고 해서 오게 됐다"며 "하츠네 미쿠 캐릭터가 실제로 보고 싶었다"고 두 눈을 반짝였다. 이렇게 청량리는 오늘 하루 이케부쿠로가 됐다.
2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아트포레스트 청량리 내부가 '아코스타' 행사에 입장하기 위해 현장 대기를 하는 시민들. 김하영 수습기자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인원 대비 장소가 너무 협소하다", "어디가 출입구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왔다. 최 대표도 "이렇게 많이 올 줄은 몰랐다"고 설명했다. 무더운 날씨에 인근 커피숍은 재고 소진으로 영업을 임시 중지했다. 그럼에도 최 대표는 "오늘 행사장을 보니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더욱 많은 행사를 이어갈 수 있겠다"며 소회를 밝혔다. 이번 아코스타 행사는 28일까지 이틀 동안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