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서울국제도서전 관람객들이 출판사 부스에 마련된 책을 살펴보고 있다. 김민수 기자책을 사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고, 원하는 한정판을 담으려고 캐리어와 대형 가방까지 끌고 왔다. 인기 작가의 얼굴을 보기 위해 강연장 밖 통로에 서서 휴대전화를 들어 올리는 모습도 낯설지 않았다.
2026 서울국제도서전이 28일 닷새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행사 기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를 찾은 관람객은 주최 측 추산 약 15만명이다.
개막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행사장 입구에는 긴 대기 줄이 이어졌다. 일부 관람객은 오전 7시대부터 입장을 기다렸고, 문이 열리자마자 인기 출판사 부스로 향했다. 한정판 도서와 굿즈는 오전 중 동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코엑스 A홀과 B1홀 안은 종일 북적였다. 독자들은 책을 펼쳐보고, 작가에게 사인을 받고, 출판사 관계자에게 책을 추천받았다. 부스 사이 통로는 몸을 비켜 지나야 할 정도로 붐볐고, 인기 행사장 주변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몰렸다.
올해 도서전에는 한국을 포함한 18개국 538개 출판사와 관련 단체가 참가했다. 국내외 작가와 연사 326명이 전시와 강연, 북토크, 세미나, 사인회 등 416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현장의 중심에는 20·30대 관람객이 있었다. 특히 젊은 여성 독자들이 책과 굿즈를 한가득 담아 이동하고, 자신이 산 책과 찾은 부스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2026 서울국제도서전 관람객들이 독립출판사들의 책들과 굿즈, 팬시를 살펴보고 있다. 김민수 기자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 마련된 교보문고 체험존에 관람객들이 몰리고 있다. 김민수 기자교보문고가 마련한 '태어난 해의 베스트셀러 문장 책갈피' 체험에서는 2004년과 2005년 문장이 가장 빠르게 소진됐다. 출판사들은 체육관과 수영장, 세탁소, 빵집 등을 본뜬 부스를 꾸미고, 책갈피와 가방, 문구류 등 각종 한정 상품으로 관람객을 끌어들였다.
독서를 지적이고 세련된 취향으로 즐기는 이른바 '텍스트힙' 흐름이 도서전 흥행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독서는 이제 혼자 책장을 넘기는 행위를 넘어 작가와 출판사를 만나고,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경험을 나누는 문화로 확장되고 있다.
출판사 입장에서도 도서전은 독자와 직접 만나는 드문 기회였다. 평소 온라인 서점이나 대형 서점 매대에서 주목받기 어려운 소규모 출판사들도 현장에서 책을 설명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확인했다. 기대보다 판매가 좋았다는 출판사들의 평가도 나왔다.
올해 주제인 '인간선언 호모 두두리(Homo duduri)'는 인공지능(AI) 시대 책의 역할을 되묻는 질문을 던졌다. 빠르게 정답을 내놓는 AI에 맞서 인간은 왜 다시 질문하고, 읽고, 사유해야 하는지를 전시와 강연으로 풀어냈다.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북토크 행사가 열리자 관람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김민수 기자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 사전 예고 없이 돌베개X평산책방 부스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탁현민 국립목포대 특임교수가 함께한 북토크가 열리자 인파가 구름떼처럼 몰렸다. 김민수 기자소설가 은희경·김애란·김초엽·정세랑을 비롯해 배우 김신록, 뇌과학자 장동선, 행동생태학자 최재천 등이 독자들과 만났다. 주빈국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창작과 번역, 인간 사회를 주제로 대담하며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유시민 작가, 탁현민 국립목포대 특임교수가 참여한 평산책방 북토크에도 인파가 몰렸다. 개막식에는 대통령 부인 김혜경 여사가 참석하는 등 정치·문화계 인사들의 방문도 이어졌다.
뜨거운 흥행 이면에는 불편과 논란도 있었다.
관람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책을 천천히 살펴보기 어려웠고, 티켓 교환과 입장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불만이 나왔다. 인기 부스와 굿즈에 사람이 집중되면서 "도서전이 아니라 굿즈전 같다"는 반응도 뒤따랐다.
책보다 굿즈가 더 주목받는 현상을 두고 출판계의 시선은 엇갈렸다. 새로운 독자를 책으로 끌어들이는 입구이자 출판사의 부가 수익원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미처 몰랐던 책을 발견하는 도서전 본연의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 몰린 인파. 김민수 기자
김혜경 여사가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전시물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도서전의 열기가 실제 독서 인구 확대로 이어질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서 성인 연간 종합독서율은 38.5%로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도서전 안의 뜨거운 풍경과 일상 속 독서 현실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크다.
행사 운영의 공공성을 둘러싼 갈등도 남았다. 부스 선정 기준과 운영 주체의 투명성을 비판한 출판사와 작가·독자 단체 51개 팀은 같은 기간 서울 노들섬에서 별도의 '서울제대로도서전'을 열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올해도 책이 사람을 움직이고 한곳에 모이게 할 힘이 있음을 보여줬다. 동시에 새벽부터 줄을 선 15만명의 발걸음을 어떻게 일상 속 독서로 이어갈지, 굿즈의 흥행을 책과 작가의 발견으로 어떻게 연결할지라는 질문도 함께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