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라디오 제공"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방송인 손석희가 익숙한 인사와 함께 13년 만에 MBC 라디오 마이크를 다시 잡았다. 날카로운 질문과 차분한 진행은 그대로였지만, 음악과 유머, 개인적인 감상을 더한 새로운 모습도 함께 보여줬다.
29일 처음 방송된 MBC 표준FM '손석희의 12시'에서 손석희는 국제 정세와 경제, 음악을 아우르는 새 프로그램의 문을 열었다.
첫 방송부터 그의 순발력이 드러난 장면도 나왔다. 투자교육 전문가 이효석 HS아카데미 대표와 '세계 속 코스피'를 주제로 이야기하던 중이었다.
손석희가 한국 증시의 세계적 위상을 묻자 이 대표는 축구를 예로 들어 "한국이 월드컵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세계 32위 안에 들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석희는 곧바로 "가슴 아픈 얘기는 또…"라고 받아쳤다. 축구대표팀의 탈락을 떠올린 짧은 반응에 방송에는 웃음이 번졌다.
첫 방송의 시작을 알린 곡은 조지 마이클의 '원 모어 트라이(One More Try)'였다. 손석희는 "다시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나의 감상도 들어가 있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프로그램에 고정된 주제곡을 두지 않고, 그날 다룰 이야기와 맞닿은 음악을 매번 첫 곡으로 선택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국제 시사를 중심에 두되 음악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프로그램의 또 다른 축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MBC라디오 제공손석희는 "무척 오랜만에 하루의 한가운데서 만난다"며 "우리의 삶과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국제 뉴스와 이야기가 담긴 음악으로 프로그램을 꾸리겠다"고 말했다.
과거 진행했던 인기 시사 프로그램을 그대로 되살리는 데 그치지 않겠다는 의지다. 전통적인 라디오의 친밀함을 유지하면서 국제 시사와 경제, 음악을 한데 묶고 영상 플랫폼까지 수용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그는 2000년부터 2013년까지 MBC 라디오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진행했다. 이후 JTBC로 자리를 옮겨 '뉴스룸' 앵커와 보도부문 사장,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고 2023년 JTBC를 떠났다.
13년 만에 돌아온 첫 방송에서 손석희는 자신의 복귀를 상징하는 노래를 틀고, 무거운 경제 이야기에 축구와 농담을 끌어들였으며, 낯선 영상 라디오에도 적응하겠다고 했다.
과거의 목소리로 돌아왔지만, 프로그램이 향하는 곳은 과거가 아니었다. 오프닝 곡으로 선택한 '원 모어 트라이'처럼, 이번 복귀가 손석희가 달라진 미디어 환경 속에서 시사 라디오의 가능성을 다시 시험하는 출발점이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