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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전문가들 "난제 해결 위한 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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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호남권에 각각 400조 투자해 반도체 공장 4기 건립
李 "국민 대표해 인사"…이재용·최태원에 90도 인사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비수도권·비밀집 세계 추세에 부합
전문가들, 전력·용수·인력 확보 우려…"산업 경쟁력 등 고려해 투자"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계획 발표 후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계획 발표 후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과 SK 그룹이 각각 수백조 원을 들여 호남권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한 것을 두고 반도체 전문가들은 대체로 지역 균형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긍정적인 행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전력과 용수 확보 등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마주칠 수밖에는 없는 주요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삼성·SK, 각각 400조 원 투자…호남권에 반도체 공장 4기 건립

30일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과 SK 그룹은 전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전남광주지역과 호남(서남권)에 각각 400조 원 규모의 장기 투자를 통해 반도체 공장(팹) 총 4기를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삼성그룹은 "광주에 신규 팹 건설과 디지털 트윈 기반 혁신 허브 구축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만 40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역시나 서남권에 400조 원을 투자하기로 한 SK그룹은 "대규모 부지 확보가 가능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력·용수 등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어 관련 조건을 충족할 것으로 기대되는 서남권을 차세대 생산거점으로 준비해 나간다는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두 기업의 결정에 대해 "기업이 이익을 위해 활동하기도 하지만 국가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활동할 수 있다는 점도 확실히 증명했다"며 "우리 국민들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어려운 결단을 해 주신 점에 대해 국민을 대표해 인사를 드리도록 하겠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허리를 깊게 숙여 90도로 인사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두 기업 모두 반도체를 추가로 생산하기 위한 팹 건설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판단했다. 신속한 팹 건설을 위해선 정부 지원이 필요했고 이재명 정부의 지역 균형 성장이라는 대의에 발 맞춘 투자 결정을 내리게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특히,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인 상당수 국가들이 수도권이나 대도시 주위에 반도체 공장을 밀집해 짓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대만, 일본, 미국 등 세계적 추세에 부합한 행보라는 판단이다. 유회준 카이스트 전자공학부 석좌교수는 "반도체 공장이 특정 지역에 몰려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 전력·용수 확보 방안 보안 필요…인력 확보 위한 인센티브도 필요

사진은 경기도 용인시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의 모습. 연합뉴스사진은 경기도 용인시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반도체 전문가들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관련해 몇 가지 우려를 표했다. 가장 먼저 팹 운영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선 인프라 구축 과정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서남권 반도체 산단 전력 공급 방안으로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달라지는 재생에너지는 반도체 산단 전력 공급 방안으로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산업단지 공업용수에 대해서도 정부는 "다목적댐과 발전용수 등 대체 수자원을 활용해 공급하겠다"고만 밝힌 상황이다.

여기에 용인과 평택 등 수도권에서 일할 엔지니어조차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도권이나 인근 충청지역에서 일하는 인력들이 호남까지 내려가 일하려 할지 확신할 수 없다. 자녀 교육과 배우자 취업 등 정주 여건에서 차별성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상당한 수준의 인센티브 마련이 필요할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는 전남대, 조선대, 광주과학기술원, 한국에너지공과대 등 주요 대학들과 인재 양성 클러스터를 구축하거나 교육부와 논의해 반도체 계약학과를 운영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 권석준 성균관대 반도체융합공학과 교수는 "초기 단계에는 반도체 고경력자 최대 수천 명이 비슷한 시기에 호남권으로 내려가도록 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자체적으로 양질의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반도체가 안정적으로 생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성과급 지급 등 반도체 업계의 급여가 크게 상승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인력 확보는 생각보다 쉽게 해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함께 팹 건립 자체가 최종 목적이 아닌 만큼 유지·보수 등을 위해선 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정부 부처, 공공기관과의 원활한 협조가 가능한 시스템도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용수 자체는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의 도움을 받아 확보할 수 있을지 모르다. 하지만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기 위해선 양질의 물을 얻기 위해 정수를 진행해야 하고 공정에 사용되고 나온 폐수를 처리하기 위한 인프라 역시 마련돼야 해 지자체 등과도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전문가들은 삼성과 SK그룹의 이번 투자 결정이 반도체 산업이 활황인 현재 상황을 전제로 추진되는 만큼 우리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 변화 등 변수들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유재희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백조 규모의 대형 투자인 만큼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며 "반도체 산업 자체와 우리 기업이 생산하는 반도체의 대외 경쟁력에 대한 냉정한 판단을 토대로 향후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반도체 관련 대규모 투자는 팹에서 생산할 반도체 제품에 대한 분명한 비전이 있을 때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회준 석좌교수는 "반도체에 대한 철저한 연구·개발을 토대로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경쟁자가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 같은 전문가들의 우려에 대비하기 위해 사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통상부가 입법예고한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에는 비수도권에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기 쉽도록 지원하는 다양한 방안들이 담겼다. 특히 정부가 전력·용수·도로 등 기반시설 설치비의 50% 넘게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중요시설은 최대 100%까지 국가가 부담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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