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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내면 이재명, 가위바위보!"…10대를 습격한 '극우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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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10대들이 왜곡된 극우 세계관에 빠져들고 있다. 촛불 부모 밑에서 자란 소년들은 광장의 연대보다 릴스 속 혐오에 공감하며 '애국소년'으로 진화했다. 소년들은 왜 이 일그러진 세계관에 매료됐을까. 그 이면에 담긴 욕망은 무엇일까.

[애국소년 해부 보고서②]

연합뉴스·AI 생성 이미지연합뉴스·AI 생성 이미지
▶ 글 싣는 순서
①탄핵 찬성 집회 가던 소년은 왜 '극우 인플루언서'가 되었나
②"안 내면 이재명, 가위바위보!"…10대를 습격하는 '극우 알고리즘'
(계속)

"안 내면 이재명, 가위바위보!"

길거리에서 촬영하던 유튜버에게 한 무리의 남학생이 다가오더니 돌연 '가위바위보'를 하며 외친 구호다.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밀던 한 학생은 "계엄은 정당했다"고 말한다.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의 체포 시도로부터 몸을 숨겼던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숨바꼭질 놀이의 '술래'에 비유한 유튜브 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고, 이후 '안 내면 이재명, 가위바위보'가 10대들 사이 퍼진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말하는 '교실의 우경화'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의 변화를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교실에서 '일베문화'를 직접 목격했다던 11년차 중학교 교사 A씨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0대가 극우화됐다는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1학기 때 한 남학생이 노래를 부르겠다고 해서 들어봤는데, 그 노래를 하니까 다른 애들이 막 웃더라. 알고 보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노래여서 놀라서 중간에 꺼버린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이어 "예전과 다르게 남학생들 사이에서 본인들이 역차별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며 "'여성가족부 폐지', '남성인권 보호' 등의 정책은 보수정당에서 만든다는 식의 사고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혐오 대상은 정치인에 그치지 않는다. A 교사는 "지금은 중국인, 조선족에 대한 혐오가 심하다"며 "뉴스에서 접하는 각종 외국인 범죄를 보고 그런 혐오가 생긴다고 보는데, 혐오 발언에 대한 교육을 진행해도 별 효과가 없다"고 우려했다.

취재진이 만난 고교생 B씨는 "역사 수업을 할 때 선생님께서 현 정치 상황이랑 비유하면서 가르쳐 주시는 경우가 많은데 '극우'스러운 얘기가 나오면 학생들의 호응이 좋고, '극좌'스러운게 나오면 부정적인 반응을 하는게 두드러진다"고 했다.

그는 "SNS에 (부정선거) 관련 기사를 요약한 게시물들이 뜨는데, 그런 것들을 보면 '이 정도면 진짜 있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든다"며 "'선관위가 투표함에 붙이는 스티커가 훼손됐다'는 내용의 게시글들을 보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는데 일단 봤으니까 '그런가 보다'하고 넘어갔던 것 같다"고 답했다.

또 "'○재명' 같은 혐오 용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독하는 합성사진, 놀림말 같은게 너무 널리 퍼져있다"며 "주변에 진지하게 지지한다는 의견을 밝힌 친구는 잘 안 보이지만, (SNS서 접한 극우 밈들을) 웃음거리로 소비하기 위해 극우적인 성향을 띄는 모습이 많이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계엄 이후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고 SNS에도 정치 관련 콘텐츠가 많이 노출된다"는 상황에 공감했다.

가상의 '10대 계정' 만들었더니 알고리즘 형성 전에도 '정치쇼츠'

기자가 직접 생성한 인스타그램 '청소년 계정'. 인스타그램 캡처기자가 직접 생성한 인스타그램 '청소년 계정'. 인스타그램 캡처
정치에 관심이 없던 청소년들의 SNS를 '극우 알고리즘'은 어떻게 파고들까. 기자가 직접 가상의 '10대 인스타그램 계정'을 생성해서 운영해봤다.

지난 5월, 기자는 인스타그램에서 '청소년 계정'을 생성해 다양한 가수, 게임, 인플루언서 등 15개 정도의 계정을 '팔로우'하고 피드에 올라오는 게시글에 '좋아요', '댓글' 등의 반응을 남겼다.

그러자 반응을 남겼던 게시글과 같은 음악을 사용했거나, 같은 태그(검색어)를 넣은 게시글 등이 노출되는 빈도가 잦아지면서 당시 6·3 지방선거 당시 선거운동에 한창이던 정치인들의 홍보 영상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기자가 유명 정치인이나 기발하고 재밌는 홍보 영상을 올린 정치인들의 게시글에도 '좋아요'를 누르자, 며칠 뒤엔 본격적인 알고리즘이 형성되지도 않은 기본 '탐색창'에도 2~3회만 스크롤을 내리면 정치와 관련된 게시글들이 화면에 등장했다.

기자가 직접 생성하고 운영해 본 인스타그램 '청소년 계정'의 탐색창. 알고리즘이 본격적으로 형성되지 않아 기본 이미지들로 설정됐지만, 무작위로 눌러서 2~3회 스크롤 해보니 정치에 관련된 게시글이 노출됐다. 인스타그램 캡처기자가 직접 생성하고 운영해 본 인스타그램 '청소년 계정'의 탐색창. 알고리즘이 본격적으로 형성되지 않아 기본 이미지들로 설정됐지만, 무작위로 눌러서 2~3회 스크롤 해보니 정치에 관련된 게시글이 노출됐다. 인스타그램 캡처
알고리즘엔 단순한 율동을 추며 선거운동하는 정치인들의 영상도 많았지만 극우 성향의 지지자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주적 챌린지'도 심상치 않게 보였다. 주적 챌린지는 선거유세 중인 후보에게 "대한민국의 주적이 누군지" 물어보고 "북한"이라고 대답을 하지 못한 후보를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내용의 영상이다.

영상 속에서 질문을 받은 국민의힘 소속 후보들은 "북한"이라고 답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지만, 민주당 소속 후보들은 "답변하지 않겠다", "대한민국에게 외부적인 군사적 위협이 되는 세력은 모두 주적이다" 등의 답을 하거나 무시로 일관해 댓글 테러를 피하지 못했다.

인스타그램 '넥스터' 캡처인스타그램 '넥스터' 캡처
인스타그램에서 '윤어게인'을 주제 삼아 계정을 운영하는 C 중학생은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2·3 계엄에 대한) 진실을 알리려는 게시글도 있는가 하면, 단순히 '좌파' 세력을 조롱하는 게시글도 올리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C학생의 게시글을 보면 '윤어게인' '계몽령'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 극우 성향의 지지자들이 자주 접할만한 단어들을 포함시켜 '극우 알고리즘'에 편승하도록 설계했음을 알 수 있다.

'1020 극우가 온다'의 저자 정민철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은 이에 대해 "인스타그램에선 극우와 진보의 게시글 비율이 99.9 대 0.1에 육박한다"며 "청년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무분별한 카드 뉴스 등으로 사회와 세상을 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SNS 게시글을 통해 민주당 대통령을 희화화하고 조롱하며 악마처럼 묘사하는 것이 당연해지고 있다"며 "탄핵 찬성 집회에 참여했던 아이마저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극우 콘텐츠를 접한 뒤 변모하는 상황이고, 더 나아가 그 아이가 콘텐츠 생산자가 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지경"이라고 전했다.

'극우 알고리즘'…그 대응법을 찾아서

연합뉴스연합뉴스
이런 극우 알고리즘은 깨질 수 있을까?

권정민 서울교대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며 '진보 콘텐츠 생산'도 필요하다면서도 "본질적인 교육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궁극적인 원인은 입시에 있다"며 학생들 사이에서 퍼져나가는 극우 알고리즘은 "경쟁적인 교실의 구조에서 원칙대로 우위를 점하려면 공부를 잘 해야 하는데, 그 방법은 너무 어려우니 조롱, 혐오 등으로 쉽게 우위를 점하려 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짚었다.

이어 "학교에 과목별 교육과정이 있듯 극우 콘텐츠들도 일종의 교육과정처럼 만들어져 있어서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아이들은 '극우들이 만들어낸 인터넷 강의'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 마련"이라며 "민주주의가 작동이 잘 되면 역설적으로 비민주의 고통을 겪지 않은 세력이 많아져 민주주의를 해치는 힘이 된다. 모든 세대마다 새롭게 민주주의를 시작하는 것처럼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의도적 균형잡기' '3초 팩트체크' '지적 겸손함' 3가지를 제시했다.

박 명예교수는 "SNS에서 유사한 성향의 콘텐츠만 보다 보면 눈과 귀가 한 쪽으로 멀어지기 마련"이니 "의도적으로 반대편 성향의 콘텐츠를 시청하는 '의도적 균형 잡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숏폼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 같은 자극적인 콘텐츠는 보는 사람의 감정을 요동치게 만드는데, 이때 뇌가 속는다"며 '이 정보의 진짜 출처는 어디인가?', '이 콘텐츠를 만든 사람은 왜 이런 자극적인 표현을 썼을까?' 등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3초 팩트체크'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인터넷에서 수많은 정보를 접하다 보면, 내가 세상의 모든 진실을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데, 내 생각의 한계를 인정하는 '지적 겸손함'을 가질 때 비로소 세상을 넓고 깊게 볼 수 있는 '정치적 문해력'이 길러진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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