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복댐 활용 방안 점검. 연합뉴스서남권 반도체산단 조성을 둘러싸고 산업용수 확보 문제가 중요한 정책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안은 동복댐, 주암댐, 장흥댐, 보성강댐, 나주댐, 하수재이용수 등을 함께 이용하는 다중수원 방식이라는 점에서 기본 방향은 타당하다. 다만 반도체산업은 초순수 생산과 무단수 공급이 핵심이므로 일반 산업용수와는 구분해서 검토되어야 한다. 따라서 반도체산단 용수공급계획은 "필요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가"를 넘어 "얼마나 안정적이고, 지속적이며, 비상시에도 대체 가능한 공급체계를 갖출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현재 정부가 제시한 기본 공급량 65만 톤/일은 산단의 예상 수요를 충족하는 규모다. 그러나 반도체산단의 무단수 특성을 고려하면 최소 10~20% 수준의 예비공급능력을 별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65만 톤/일을 기준으로 하면 10% 예비율은 약 6.5만 톤/일, 20% 예비율은 약 13만 톤/일이다. 따라서 정부의 65만 톤/일 기본 공급계획과 함께, 약 7만~13만 톤/일 규모의 비상·예비수원 확보 방안을 병행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수원별 특성을 정밀하게 평가해야 한다. 동복댐, 주암댐, 장흥댐, 보성강댐, 나주댐, 하수재이용수는 모두 공급 가능량, 산단까지의 거리, 원수 수질, 공급 안정성, 기후변화에 대한 민감도, 관로 연계성, 원수 단가, 사회적 수용성이 다르다. 예를 들어 다목적댐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원이지만 극한가뭄 시 기존 생활·농업·공업용수와의 배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수재이용수는 강우 의존도가 낮아 기후변화에 대한 회복력이 큰 장점이 있지만, 초순수 생산을 위한 고도처리 비용과 수질 안정성 검토가 필요하다. 따라서 정부안에서도 하수재이용수는 반도체 초순수 원수로 직접 공급하기보다 일반 공업용수 대체수원으로 활용되고, 이를 통해 기존 양질의 공업용수를 반도체 용수로 전환하는 구조로 이해된다. 이는 수질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전체 공급능력을 높이는 합리적인 수원 대체 전략이다. 나주댐 활용은 기존 농업용수 공급체계 조정과 연계되므로 농업용수 안정성과 지역 수용성이 핵심 쟁점이 된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공급원 나열이 아니라 수원별 특성을 고려한 안정공급망 설계다. 평상시에는 수질이 안정적이고 경제성이 높은 수원을 중심으로 상시공급망을 구성하고, 극한가뭄·수질사고·관로사고·처리시설 장애가 발생했을 때는 별도의 비상공급망을 가동할 수 있어야 한다. 계획단계부터 상시공급과 비상공급을 구분해 설계해야 향후 실제 운영단계에서 공급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시설계획이 구체화된 이후에는 수원별 저수량, 강우예측, 수질, 수요량, 에너지비용, 관로 여유용량 등을 반영한 통합관리체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동복댐 증고 역시 중요한 검토 대상이다. 정부안에서는 동복댐 여유량과 증고를 통해 하루 30만 톤을 확보하는 것으로 제시되어 있다. 동복댐 증고는 대규모 시설투자가 수반되는 핵심 대안이다. 그러나 동복댐 증고만을 단일 대안처럼 고정해서 볼 필요는 없다. 같은 높이로 댐을 증고하더라도 댐의 저수면적, 유역면적, 지형 조건에 따라 추가 저수용량과 안전공급량은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동복댐뿐 아니라 주암댐, 장흥댐, 섬진강댐 등 수계 내 주요 댐을 대상으로 기존댐 재개발 가능성을 함께 비교해야 한다.
순천 주암댐. 연합뉴스
기존댐 재개발은 단순히 댐을 높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증고, 준설, 퇴사관리, 취수시설 개선, 여수로 보강, 운영수위 조정, 댐 간 연계운영, 양수발전 리모델링 등을 포함하는 종합적인 수자원 인프라 재설계로 접근해야 한다. 특히 양수발전으로 리모델링할 경우 용수공급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 전력망 안정화,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까지 함께 검토할 수 있다. 기존댐 재개발은 산업용수 확보사업을 넘어 기후위기 시대의 복합 물관리 사업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영산강 수질개선과의 연계도 중요하다. 반도체 용수공급을 위해 수계 내 수자원시설을 재편한다면, 그 효과가 산업단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하천유지유량 확보, 수질개선용 방류, 농업용수 공급 안정화, 홍수조절능력 보강과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산업용수 확보와 지역 물환경 개선이 동시에 이루어진다면, 이 사업은 단순한 공업용수 공급사업이 아니라 지역과 국가가 함께 이익을 얻는 물관리 혁신사업이 될 수 있다.
지하댐, 하천복류수, 천변저류지, 대수층 저장·회수 등 대체수원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광주·전남 지역은 하천 주변 충적층이 발달한 곳이 적지 않아, 지하수 저장과 회복탄력성 확보 측면에서 잠재력이 있다. 이러한 대체수원이 하루 65만 톤의 기본 수요 전체를 감당하기는 어렵지만, 전체 수요의 5~10% 수준, 즉 약 3만~7만 톤/일의 보조·비상수원 역할은 검토할 수 있다. 특히 천변저류지는 홍수저감, 지하수 함양, 생태공간 조성, 갈수기 보조수원 기능을 함께 수행할 수 있어 기후위기 시대의 분산형 수자원 인프라로 의미가 있다.
결국 서남권 반도체산단 용수공급계획은 단기적으로는 하루 65만 톤의 기본 수요를 안정적으로 충족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추가적인 대체수원을 포함해 100만 톤 내외 이상의 가용 수자원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구조로 발전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물량의 숫자 자체보다 공급 신뢰도다. 반도체산단의 특성상 65만 톤을 확보하는 것만큼이나, 사고와 가뭄 상황에서도 끊기지 않는 공급망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어느 수원에서 몇 만 톤을 가져올 것인가"를 넘어, "수계 전체를 어떻게 안정적인 공급망으로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다. 첨단산업 시대의 물 경쟁력은 단순히 더 많은 물을 확보하는 데 있지 않다. 기존 수자원을 과학적으로 연결하고, 상시공급과 비상공급을 구분하며, 기후위기와 비상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공급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서남권 반도체산단 용수공급계획은 국가 첨단산업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물안보 전략으로 발전해야 한다.
강부식 단국대학교 인프라건설공학과 교수※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