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특수선해외사업단장 정승균 부사장(왼쪽)이 빅터 피델리 온타리오주 경제개발부 장관에게 최신예 잠수함인 KSS-III 모델을 소개하는 모습. 한화오션 제공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임박했다. 한화오션이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를 제치고 수주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사업은 한국 잠수함의 첫 북미 시장 진출이자 글로벌 잠수함 수출 경쟁력을 입증할 시험대로 평가된다. 캐나다와의 협력 확대를 계기로 미국 중심의 북미 통상 전략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고심 이어가는 캐나다, 7일 전 발표 가능성
4일 산업통상부 등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조만간 CPSP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기존 2400톤급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3천톤급 잠수함 12척으로 대체하는 프로젝트다. 잠수함 건조 이후 성능 개량과 부품 교체, 유지·보수까지 포함하면 사업비는 6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단일 함정 사업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캐나다 정부는 여러 평가 기준 가운데 '경제적 이익'에 가장 큰 비중을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한화오션은 2044년까지 경제효과 700억 캐나다달러, 일자리 43만 개, 국내총생산(GDP) 963억 달러 창출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캐나다 현지 기업들과 67건의 협약도 체결했다. 우리 정부는 캐나다에 수소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 사업도 추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TKMS는 경제효과 1600억 달러, 일자리 65만 개, GDP 860억 달러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잠수함 도입 협력국인 노르웨이는 정비시설 설계를 지원하겠다며 지원사격에 나선 상태다.
캐나다는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당초 지난달 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고심이 길어지면서 이번 달로 미뤄졌다. 업계에서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오는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개막 전에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전망은 아직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어느 타이밍쯤 나올지, 어떤 내용일지 기대를 갖고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캐나다 양자회담이 열릴 가능성에 대해서는 예정돼 있지 않다며 "G7 정상회의에서 비교적 최근에 만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vs 독일 '50대 50'…보안 사고, 韓에 유리하게 작용할까
'CANSEC 2026' 전시회 내 한화오션 부스를 찾은 김경률 해군참모총장(오른쪽)이 한화오션 특수선해외사업단장 정승균 부사장(왼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현재까지는 한화오션과 TKMS가 팽팽하게 경쟁하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당초 양사가 6척씩 나눠 수주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캐나다 측은 "두 종류의 함대를 운용하면 유지·관리가 복잡해진다"며 분할 수주 가능성을 일축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최근 취재진과 만나 "50대 50 정도의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캐나다와 한국은 완전히 대칭적인 구조를 갖고 있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며 "우리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성실하고 실현 가능한 제안을 했고, 캐나다도 신중하게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캐나다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직전까지 발표를 미룬 점을 들어 한국에 불리한 신호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TKMS를 선택해 나토 동맹국과의 안보 협력을 강조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캐나다가 한화오션을 선택한다면 한국과의 경제 협력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결과일 것이고, TKMS를 선택한다면 나토 동맹국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가 간 안보 협력의 중요성이 커진 점도 한국에는 다소 불리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반면 안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방산 분야에서 최근 TKMS 계열사에서 발생한 해킹 사고는 한화오션에 유리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독일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TKMS 자회사는 지난달 말 사이버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가 사업자에게 민감한 군사 정보를 맡겨야 하는 만큼 보안 신뢰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경제주간지 비르트샤프츠보헤는 "캐나다가 TKMS의 보안 역량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며 "방산업체에서 보안 사고가 발생한 점은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향후 잠수함 수출 확대 기회…북미 통상 전략 다변화도
3천t급 도산 안창호함의 항해 모습. 해군 제공정부와 업계는 이번 CPSP 사업을 단순한 60조 원 규모의 수주전이 아니라 향후 글로벌 잠수함 수출 확대와 정부의 북미 통상 전략 측면에서도 중요한 기회로 보고 있다.
한화오션이 수주에 성공하면 장보고-Ⅲ의 첫 수출 실적을 확보하게 된다. 특히 글로벌 잠수함 수출 1위 기업인 TKMS를 제칠 경우 글로벌 잠수함 시장에서 입지를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23일 보고서에서 "한화오션이 수주에 성공할 경우 글로벌 시장 내 입지 강화와 후속 수주 기대감 확대가 가능하다"며 "단기 실적 기여보다는 나토 시장 진입과 글로벌 잠수함 수출 레퍼런스 확보 측면에서 의미 있는 이벤트"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잠수함 구매를 추진 중인 사우디아라비아와 그리스 등을 상대로도 장보고-Ⅲ의 경쟁력을 적극 내세울 수 있게 된다. 한화오션은 지난 2월 사우디아라비아에 장보고-Ⅲ 수출 사업을 제안했으며, 그리스도 노후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차세대 잠수함 4척 도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와의 협력이 강화될 경우 북미 통상 전략에서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미국 중심의 북미 협력 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관세 협상 과정에서 동맹국과의 긴장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전략적 다변화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지난달 23일 취재진과 만나 "잠수함 사업을 계기로 북미 시장을 다원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전략적 이해관계도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