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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간부까지 연루…스토킹 등 관계성범죄, 정말 대책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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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스토킹 살인·장윤기 사건 등 관계성범죄
장윤기 사건은 경찰 간부 등 증거인멸 연루도
'경찰청 여성청소년국 신설' 대책도 내놨지만
전문가 "실효성 없어…피해자 중심주의 결여" 비판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최근 스토킹과 교제폭력 등 관계성 범죄가 잇따라 반복되는 가운데, 광주 '여고생 살인' 장윤기 사건에서는 경찰 간부의 증거인멸 의혹까지 불거지며 수사당국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리고 있다.

경찰은 여성청소년국 신설 등 조직 개편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피해자 중심으로 작동하지 않는 현행 대응 체계부터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성남 스토킹 살인, 장윤기 사건 등…관계성범죄 기승

 
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성남중원경찰서는 남성 김모(52)씨를 살인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김씨는 지난 5일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의 길거리에서 피해자 A(62)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했다.
 
관계성범죄로부터 시작된 비극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은 약 4년간 교제하다 최근 결별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A씨의 직장 퇴근 시간을 미리 파악해 둔 뒤 기다리다가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범행 직전 스마트워치 긴급 신고 기능으로 도움을 요청해 경찰이 4분 만에 도착했지만, 치명상을 입은 A씨는 병원으로 옮겨진 끝에 결국 숨졌다.
 
A씨는 약 1개월 전부터 김씨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경찰에 신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에게 "피해자 100m 이내 접근과 전화·문자 등 모든 연락을 금지한다"는 긴급응급조치를 내리고 A씨에게 긴급 신고용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 지난달 25일에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김씨를 검찰에 송치한 상태였다.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연합뉴스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연합뉴스
최근 경찰 간부의 증거인멸로 논란이 불거진 장윤기 사건도 관계성범죄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장윤기는 외국인 아르바이트 동료인 여성 B씨에게 교제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지난 5월 3일 새벽 광주 광산구에 있는 B씨 주거지에 침입해 약 13시간 동안 감금하고 성폭행했다.
 
이후 장윤기는 지난 5월 5일 B씨를 찾아다니는 등 스토킹하다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광산구 한 고등학교 앞 인도에서 귀가 중이던 고등학생 이채원(17)양을 자신의 차량으로 끌고 가다가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비명을 듣고 달려온 남학생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간부가 증거인멸에 직접 개입한 정황까지 나타났다. 광주경찰청은 전날 오전 장윤기 사건을 담당하던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장 경감 C씨를 증거인멸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C씨는 장윤기가 범행에 사용했던 SUV 차량에서 케이블 타이 등 범죄 증거물들을 직접 없앤 혐의를 받는다.
 
장윤기 차에서 사라진 '케이블 타이'. 연합뉴스장윤기 차에서 사라진 '케이블 타이'. 연합뉴스
앞서 검찰은 보완수사 과정에서 현직 경찰 간부인 장윤기의 부친이 장윤기 주거지에 있던 리얼돌과 장윤기 명의의 휴대전화를 수거해 폐기한 정황도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유구무언(有口無言)"이라며 "본청 수사감찰 과정에서 수사 전환 필요성을 보고받아 엄정 수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선을 다해서, 그리고 명운을 걸고 (수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국수본은 전날 "수사과정에 제기된 각종 의혹 등을 철저히 밝히기 위해, 이날 광주청에 구성된 '수사전담팀'을 '광주광산서 살인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별수사팀'으로 확대 편성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팀장으로는 경찰청 수사인권담당관 홍장득 총경을 임명했고, 본청 중대범죄수사과 팀장과 수사관 6명이 추가 투입돼 특별수사팀은 총 27명 규모로 편성됐다.
 

경찰, 대책으로 '여성청소년국 신설'…"실효성 없어" 비판

 
관계성범죄로 인한 인명 문제는 최근 며칠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2년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2024년 강남역 의대생 살인 사건 등 생명까지 앗아간 사건들은 종종 발생해 왔다. '남양주 스토킹 살인'이 일어났던 지난 3월 이재명 대통령도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엄정하고 빈틈없는 제도 보완도 서둘러주길 바란다"고 지적하기까지 했다.
 
이에 경찰청은 최근 늘어난 스토킹·성폭력·가정폭력 등 여성청소년 범죄 대응과 보호를 전담하는 국을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경찰청은 국제치안협력국·미래치안정책국·범죄예방대응국·생활안전교통국·경비국·치안정보국 6국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여성청소년 보호와 범죄 대응 업무는 생활안전교통국에서 맡고 있었지만, 이를 전담하는 '여성청소년국'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스토킹 범죄가 반복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피해자 중심주의가 결여된 현행 사법체계를 꼽았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이윤호 교수는 "스토킹 범죄를 막으려면 피해자가 피하는 게 아니라 가해자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원천 차단해야 한다"며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쥐여주는 데 머물 것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가해자에게 전자발찌라도 채우는 등 피해자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인식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5일 일어난) 성남 스토킹 사건의 경우 경찰이 3분 만에 출동했는데 이미 피해자는 숨진 뒤였고, 피의자가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지 않았다"며 "결국 가해자를 더 적극적으로 통제하는 방향으로 접근금지나 잠정조치 적용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바꾸고 위험군 분류 기준도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젠더폭력 전문 이은의 변호사는 관계성 범죄를 바라보는 일선 경찰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제폭력이나 스토킹 신고를 단순한 연인 간 다툼 정도로 여기는 안일한 대응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는 신고를 결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데도 현장에서는 '이 정도는 별일 아니다'라는 인식으로 신고를 소극적으로 처리하거나 다음에 고소하라고 돌려보내는 경우가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경찰청에 여성청소년국을 신설하는 등 청 단위에서 전담 조직을 만드는 것은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며 "일선 경찰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고 교제폭력과 관련한 초동 대응 가이드라인을 엄격히 하는 등 노력이 없으면 같은 비극은 반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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