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타오른 미-이란전쟁
6월 17일 맺어진 미이란 종전 MOU가 20일도 안 돼 사문화 위기에 처했다. 7월 7일 이란이 다시 상선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미국은 민간 교량 폭파와 핵시설 타격 위협으로 맞섰다.
전쟁의 뿌리는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란이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 건 2002년이다. 이란은 "평화적 목적으로 5%까지만 한다"고 했다. 그러나 원심분리기 기술은 5%나 90%나 같다는 게 통일연구원 조한범 석좌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조 위원은 CBS 유튜브 '경제적본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5년 오바마 행정부가 이끌어 낸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을 파기한 뒤 이란이 우라늄 농축도를 크게 높였다고 밝혔다. 실제 IAEA는 지난해 6월 공격 당시 이란이 60% 농축 우라늄 440.9㎏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추산했다. 90%면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의 수준이라는 게 조 위원의 설명이다.
이를 이유로 지난해 이스라엘에 이어 미국이 이란을 때렸다.
그러나 조 연구위원은 선을 그었다.
"트럼프의 명분에 불과해요. 농축도를 60%에서 90%까지 높여도 기폭장치 만들고 핵실험까지 하려면 시간이 훨씬 더 남아 있었거든요. 임박했다는 명분으로 전쟁을 시작한 거죠."
호르무즈해협, 미국의 치부를 쥔 이란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다시 이란을 공습했다. 첫날 하메네이와 그 가족을 죽였다. 이란은 항복 대신 호르무즈 해협을 막았다. '한 번도 막힌 적이 없던 곳'이었다.
조 연구위원은 이 구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대학생과 유치원생의 싸움이나 마찬가지예요. 다치는 건 유치원생이죠. 근데 이 유치원생이 대학생의 아픈 옆구리 상처를 움켜쥔 거예요. 그게 호르무즈예요."
양쪽이 서로 목을 잡은 구도가 됐다. 전 세계 경제가 흔들렸다. 결국 4월 8일 휴전을 시작으로 6월 17일 14개 항의 MOU가 맺어졌다. 합의 내용은 이란에 파격적으로 유리했다.
장례식 정치 — 14개월짜리 외손녀의 관
그럼에도 이란은 MOU를 20일 만에 흔들었다.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 당일, 하메네이 장례식이 열렸다. 5개의 관이 등장했다. 하메네이와 그의 딸, 사위, 며느리, 그리고 공갈 젖꼭지를 문 사진의 14개월짜리 외손녀였다.
운구 행렬은 이라크 나자프, 카르발라를 거쳐 마슈하드 성묘까지 이어졌다. 시아파의 이맘들이 묻힌 성지를 모두 도는 순례 코스였다. 하메네이를 순교자의 반열에 올리는 종교적 세레머니였다. 9400만 이란 인구 중 3천만이 결집했다. 그 에너지가 일주일 뒤 상선 공격으로 터져 나왔다.
트럼프도 선을 넘고 있다
이란만 선을 넘는 게 아니다. 트럼프도 넘고 있다. 건설 중인 교량을 폭파했다. 전쟁범죄 소지가 있는 행동이다. 더 큰 모순은 사우디에 우라늄 농축권을 주는 것에 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이란이 농축해서 전쟁을 했는데 사우디에 농축을 허용해주면 이란 전쟁 명분이 사라지는 거예요. 중동의 핵 질서가 통째로 깨지는 거죠."
조 연구위원은 미국의 이런 행보를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고 했다.
"국제 질서의 조정자가 아니라 새로운 혼란의 진원지가 되고 있어요."
이란도 유리하지 않다
이란의 사정 역시 녹록지 않다. 기반 시설이 무너졌고 반대파는 기회를 보고 있다. 중도층은 배고프면 저항한다. 조 위원은 "이란의 합리적인 선택은 MOU 체제로 빨리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야 이란 경제가 살고 체제도 유지된다.
문제는 강경파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중간선거를 두 달여 앞둔 8월까진 이 사태를 끝내려 한다. 이란은 트럼프가 지쳐가는 것을 알고 버티고 있다. 이 충돌이 지금 진행 중이다.
칼 끝엔 중국이 있다
이 모든 그림의 끝을 따라가면 중국이 나온다.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때리고 이란을 때린 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세계 원유 매장량 1위 베네수엘라, 3위 이란. 중국이 제재를 피해 싸게 사가던 석유 공급처였다.
조 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칼 끝이 다 중국을 향하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
미국은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중국을 견제하는 데는 이견이 없다. 오바마의 피봇 투 아시아, 트럼프 1기의 인도태평양 전략, 바이든의 세계 민주주의 정상회의, 트럼프 2기의 강경 관세. 모두 같은 방향이다.
한국이 탈 줄을 만들어야 한다
이 혼돈 속에서 한국의 선택지는 무엇인가. 조 위원의 답은 명확했다. "줄 안 서도 됩니다."
중국은 한국에 함부로 하지 않는다. 시진핑 주석은 이재명 대통령과 국빈 회담을 가졌다. 일본을 견제하는 데 한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배를 만들어야 하고 반도체가 필요하다. 한국과 완전히 틀어지는 건 미국에도 악몽이다.
"어디 설까 고민할 게 아니라 우리가 탈 수 있는 줄을 만들어야 해요. 우리의 힘을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필요하면 악마와도 손을 잡고, 천사같이 착해도 우리 국익을 위해서는 버릴 땐 버려야 해요."
▶조한범 연구위원 인터뷰 풀버전은 유튜브 'CBS 경제연구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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