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황진환 기자코스피가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 속에 5600선까지 밀렸다. 6개월에 걸쳐 파죽지세로 '9천피'를 돌파하던 코스피가 불과 5주 만에 38% 추락해 5천피가 되는 '수직낙하'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중국 반도체 굴기에 따른 공급 과잉 우려에 더해 단일종목 레버리지로 촉발된 초변동성에 질린 투자자들이 패닉셀을 던지며 IMF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큰 낙폭을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상 초유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전쟁도 아닌데 '대폭락' 장세
코스피 서킷브레이커 발동 연혁. 한국거래소 제공
2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98% 내린 5663.24로 장을 마쳤다. 전날 10.84% 하락한 데 이어 이틀 연속 대폭락 수준이다. 이날 장중 한때 9%대까지 급락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20분간 거래가 중지된 건 2000년 제도 도입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올해 코스피 서킷브레이커 발동 횟수는 9번으로 늘었다. 역대 전체 15번 가운데 9번이 올해에 집중됐다. 특히 3월 중동 전쟁으로 인한 두 번을 제외하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이른바 삼전닉스 레버리지 출시(5월 27일) 후인 6월 세 번, 7월 네 번 발동됐다.
올해 코스피가 올라간 속도도 역대급이었지만, 현재 내려가는 속도도 엄청나다. 코스피는 올해 1월 27일 처음으로 종가 기준 5천선을 돌파한 뒤 6월 22일 종가 기준 최고인 9114.55까지 치솟았다. 3월 중동전쟁으로 오르락내리락하긴 했지만, 지속적으로 우상향하며 5개월 만에 80% 넘게 급등한 셈이다.
그러나 고점 이후 불과 5주 만에 5663.24까지 내려오며 고점 대비 38% 폭락했다. 7월 한 달 낙폭만 33.19%로, 1997년 IMF 외환위기(1997년 10월 -27.24%)를 넘어 역대 최대 월간 낙폭이다. 월간 역대 낙폭 2위가 IMF, 3위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이었다. 최근엔 뚜렷한 경제 관련 악재도 없는데 금융위기 때나 보던 낙폭이 나타나면서 투자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더욱 패닉 상태다.
AI 생성 이미지IMF나 글로벌 금융위기도 아닌데 더 큰 낙폭이 나왔나
이번 급락의 직접적인 방아쇠는 SK하이닉스 실적 실망감이었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60조5426억원으로 역대 최대였지만 시장 컨센서스(63조5526억원)를 4.7% 밑돌았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가격 협상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데다 주주환원도 구체적 내용이 나오지 않자 투매가 촉발됐다. 전날 중국 창신메모리(CXMT) 상장 흥행에 따른 공급과잉 우려와 중국의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개발 소식에 따른 불안감도 가중됐다.
무엇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인 이른바 '삼전닉스 레버리지'로 인한 초(超)고변동성 장세에 투자 심리가 무너진 탓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삼전닉스 레버리지의 기계적 매도를 문제로 지목하며 코스피 6800선을 가장 중요한 기술적 지지선으로 제시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어제 급락한 이후 오늘은 반등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후퇴했다"며 "이는 대다수 주식 보유자들로 하여금 손실을 확정짓고, 패닉셀링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흐릿한 비관론에 경도된 센티멘털(수급·가격)이 성장성과 가시성으로 중무장한 펀더멘털(실적·가치)을 압도하는 백약무효의 속절없는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지수 전체를 흔드는 왝더독 현상 속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롤러코스피, 투전판 낙인 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도 "AI 인프라 투자 피크아웃 논란, 중국 증설 우려 등 펀더멘털 이슈도 있지만 조정 폭이 큰 부분은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심리가 축소되는 등 수급적 요인이 크다"고 분석했다. 박 센터장은 "글로벌 경쟁력 있는 업체 수가 제한적이다 보니 주가 쏠림이 심했고, 변동성이 커지다 보니 투자심리가 약화되면서 변동성이 더 커진 상황"이라면서 "결국 주가는 펀더멘털을 따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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