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동들의 예방접종(백신) 권고 대상을 축소하는 정책을 밀어붙여 의료계는 물론 실행권을 갖고 있는 각 주정부와 갈등이 우려된다.
AP통신은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18개던 백신을 11개로 축소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홍역·볼거리·풍진을 한 번에 예방하는 MMR 복합 백신은 질병별 백신으로 분리해 서로 다른 시기에 접종하도록 하고, 코로나19와 B형 간염, 인플루엔자 등 일부 백신은 더 이상 모든 아동에게 일률적으로 권고하지 않도록 했다.
특정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B형과 A형 간염 등의 백신 접종을 권고하되 나머지 경우에는 의사와 보호자가 아동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상담을 거쳐 접종 여부를 결정하는 '공동 임상 의사결정' 방식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MMR 복합백신의 경우 홍역·볼거리·풍진 백신을 각각 별도로, 서로 다른 시기에 접종하도록 하는 등 백신 접종 시기와 방식도 분산하도록 했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기존 백신 정책에 의문을 제기하며 아동 예방접종 체계를 재편해온 흐름의 연장선에서 나온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 년 전만 해도 아이들은 오늘날 요구되는 백신 접종량의 극히 일부만 맞았다. 그 당시 사람들은 훨씬 더 건강했고, 현재 관찰되는 높은 자폐증 발병률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자폐증이 이처럼 유행병 수준으로 확산한 데에는 이유가 있으며, 우리는 그 수치를 과거 수준에 훨씬 더 가깝게 되돌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자폐증의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백신 권장 사항을 갖추는 것은 우리의 연구 노력에 있어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이에대해 미국 의료계와 과학계는 백신 접종 간격을 늘릴 경우 아동이 감염병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고, 백신 접종 권고 대상을 축소하면 예방 접종률이 떨어져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감염병이 다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AP통신은 "홍역, 볼거리, 풍진 개별 백신은 현재로선 미국에서 구할 수 없는 상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제기해온 백신 접종과 자폐증의 연관 가능성에 대해서도 과학계에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신뢰할 만한 근거가 없다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이번 행정명령이 실제 어느 정도의 법적 효력을 가질지는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아동의 학교 입학 등에 필요한 예방접종을 의무화할 권한은 연방정부가 아닌 주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한계를 의식한 듯, 행정명령은 종교적 또는 의학적 사유에 따른 예방접종 면제 권리를 침해하는 주 정부에 대해 법무장관이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백신 접종 권고 축소 시도는 이미 한 차례 법원의 제동이 걸린 바 있다.
지난 1월 CDC가 소아 예방접종 권고 목록을 축소하자 미국소아과학회 등 6개 의료단체가 소송을 제기했고, 연방법원은 지난 3월 원고 측 요청을 받아들여 개정된 예방접종 권고안의 효력을 잠정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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