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선선해진 10일(왼쪽) 10㎞ 러닝 기록과 폭염 무더위가 이어진 3일(오른쪽) 러닝 기록. 이 기사는 기자가 직접 달리며 작성했습니다. 8월 3일 저녁, 52분 14초(10㎞·평균 페이스 5분 13초)
8월 10일 아침, 45분 32초(10㎞·평균 페이스 4분 33초)고작 일주일 차이, 같은 거리를 달리는 데 걸린 시간이 7분 가까이 줄었습니다. 수많은 러너가 모처럼 찾아온 선선한 날씨를 반기고 있습니다.
더위가 극에 달했던 지난 3일. 저녁임에도 기온은 30℃를 훌쩍 넘었고, 푹푹 찌는 습도까지 더해졌습니다. 달리는 내내, 마치 물속을 헤엄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일주일 뒤인 10일 오전에는 날씨가 달라졌습니다. 기온은 27℃ 안팎까지 떨어졌습니다. 습도 역시 지난주보다 훨씬 낮아졌습니다. 여기에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달리기 좋은 날씨가 찾아왔습니다.
기록뿐만 아니라 달리는 사람들의 표정도 달랐습니다. 기자가 직접 달리며 러너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또 날씨가 러닝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저번 주는…" 절레절레, 시원해진 날씨가 반가운 러너들
모처럼 선선해진 날씨에 운동을 즐기는 시민들. 이우섭 기자"저번 주에는 뛰러 나갔다가, 힘들어서 중도 포기를 3번이나 했어요."
"시원해지니까 뛰기에는 엄청 편하죠.""기온, 습도가 지난주처럼 높지 않으니까 더 오래 뛸 수 있었어요."10일 오전 9시 서울시 은평구 불광천. 햇볕은 제법 강했지만, 기온은 27℃ 안팎이었습니다. 밤에도 30℃를 넘었던 지난주 날씨와 비교하면 확실히 선선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모처럼 선선해진 날씨 덕분일까요. 불광천에는 러닝, 자전거,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40대 여성 김모씨는 이날 러닝을 마친 뒤 마무리 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달리기 경력이 길지는 않지만, 최근 꾸준하게 뛰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엄청 편해요. 오늘 많이 시원해졌잖아요. 기온도 높지 않고 습하지도 않으니까, 지난주보다 더 오래 뛸 수 있었어요. 오늘은 응암역에서 월드컵 경기장까지 왕복(약 7㎞)으로 뛰고 왔어요. 저번 주에는 1㎞ 7분대 페이스가 나왔는데, 오늘은 6분대로 줄었어요. 그런데도 심박수는 줄어들더라고요."숨을 헐떡이며 목표 거리를 채운 듯한 30대 남성 이모씨는 지난주 폭염 얘기를 꺼내자, 곧바로 고개를 저었습니다.
"저번 주에는 뛰러 나갔다가, 힘들어서 중도 포기를 3번이나 했어요. 하루에 7㎞씩 뛰는 게 목표였는데,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어요. 어떤 날은 집에도 못 가고 버스 정류장에 앉아만 있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러닝은 날씨의 영향이 큰 운동이라는 것을 이번에 느꼈어요. 어제 저녁에 날씨가 조금 선선해지니, 힘들지 않게 7㎞ 완주에 성공했어요. 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나와서 같은 거리를 뛰었고요."
천천히 뜀걸음을 하던 80대 남성에게도 말을 걸었습니다.
"제가 러닝을 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날씨 얘기는 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지난주에는 너무 더워서 생활하기가 힘든 수준이었어요. 이렇게 나와서 운동도 못하고 집에만 있었죠. 오늘은 날씨가 많이 괜찮아졌죠. 다행이에요."
한 여름에도 러닝을 즐기는 러너 신유하씨. 신유하씨 제공주로 올림픽공원 부근에서 러닝을 즐기는 여성 러너 신유하씨도 가벼워진 공기가 반갑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푹푹 찌는 더위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를 정도였어요.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고 땀이 쏟아졌어요. 하지만 오늘은 바람이 불면서 한결 달리기가 수월해졌습니다. 한여름을 지나,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반가웠어요. 찜통더위를 극복하고 맞는 가을인 만큼, 앞으로 선선해질 날들이 더욱 기대됩니다."폭염 속 10㎞, 선선해진 뒤 10㎞ 비교…'엄연히 달랐다'
10일 불광천 일대를 달리고 있다. 이우섭 기자직접 달려보니 러너들이 말한 차이를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자는 이날 응암역부터 마포구청역을 조금 지난 지점까지 달린 뒤 돌아오는 약 10㎞ 코스를 뛰었습니다. 일주일 전과 최대한 비슷한 코스를 선택해, 날씨가 달리기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직접 비교해 봤습니다.
출발부터 느낌이 달랐습니다.
첫 1㎞를 4분 06초 페이스로 통과했습니다. 숨이 차지도 않았고, 다리가 무겁다는 느낌도 없었습니다.
불과 일주일 전 폭염 속에서 달렸을 때 초반 1㎞ 페이스가 4분 47초였던 것과 비교하면, 벌써 41초나 차이가 났습니다.
2㎞ 페이스는 4분 17초였습니다. 이후에는 4분 30초~4분 40초대 페이스를 유지하며 목표 거리를 달성했습니다.
물론 오전 9시를 넘기며 기온은 올랐습니다. 햇볕도 쨍쨍해지면서 '덥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일주일 전처럼 숨이 막히거나 몸이 빠르게 지친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달리는 동안 몸에 열이 쌓이는 느낌도 덜했습니다.
3일 폭염 속 러닝 후 땀에 젖은 기자의 상의. 이우섭 기자일주일 전은 정반대였습니다.
초반부터 몸이 무거웠습니다. 첫 1㎞를 4분 47초로 출발한 이후, 2㎞ 지점부터 페이스가 5분대로 떨어졌습니다. 이후에는 5분 20초대까지 페이스가 밀렸습니다.
당초 목표 거리는 15㎞ 이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속도 유지는커녕 뛰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졌습니다. 후텁지근한 공기에 땀이 쉴 새 없이 흘렀습니다. 결국 목표했던 거리보다 일찍 러닝을 마쳐야 했습니다.
일주일 사이 기온이 몇도 내려갔을 뿐인데, 기록과 체감 난이도 모두 크게 달라졌습니다.
3일에는 10㎞를 52분 14초에, 10일에는 45분 32초에 완주했습니다. 6분 42초 차이. 평균 페이스로 환산하면 1㎞당 40초 빨라졌습니다.
폭염 속 러닝과 선선한 날씨 속 러닝은 전혀 다른 운동처럼 느껴졌습니다. 러너들이 왜 "날씨가 선선해지니 더 오래 뛸 수 있다"고 말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전문가 런약사 "여름철 러닝, 절대 무리하지 말아야"
달리고 있는 '런약사' 정보라 약사. 이우섭 기자
극한 폭염은 한풀 꺾였지만, 아직 더운 날씨임에는 틀림없습니다. 10일 서울 한낮 최고 기온은 34℃에 육박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더운 날씨에 무리하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합니다.
'페이스메이커'에서 러닝 고수로 소개된 바 있는 '런약사' 정보라 약사는 최근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여름철 러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 무리하지 않는 것"이라며 "더운 환경에서는 체온과 심박수가 평소보다 빠르게 상승하기 때문에 평소와 다른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운동을 중단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운동은 햇볕이 강한 시간을 피하고, 가능한 한 기온이 낮은 새벽이나 해가 진 이후에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라며 "러닝 전후에는 물과 함께 전해질 음료를 충분히 보충해 체액과 전해질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름철에는 지나치게 싱겁게 먹기보다 적절한 나트륨을 함께 보충하는 것이 한여름 달리기에 도움이 됩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