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남미 순방을 위해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4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7월,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대한민국 인공지능(AI) 전략의 미래를 보여주는 두 장면이 펼쳐졌다.
한쪽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을 발표하며 대한민국을 글로벌 AI 3대 강국으로 이끌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국내 기업과 엔비디아·브로드컴·오픈AI·앤트로픽 등 글로벌 AI 기업 간 대규모 반도체·AI 인프라 협력이 구체화되며, AI의 '두뇌'인 반도체와 '기억'을 담당하는 데이터센터라는 두 축에서 새로운 도약의 기반이 마련됐다. 한국 제조 역량과 AI 기술이 국제 협력의 축으로 자리 잡은 의미 있는 성과다.
다른 한쪽, 상하이에서 열린 '2026 세계인공지능대회(WAIC)'는 피지컬 AI 경쟁의 방향을 보여줬다. 300대가 넘는 체화지능(embodied AI) 로봇이 등장했고, 신에너지차 생산라인에서는 로봇이 부품을 집고 나사를 체결하며 검사까지 수행했다. 서로 다른 제조사의 로봇들이 하나의 지능 모델을 공유해 실제 약국 업무를 협업하는 장면도 공개됐다. 휴머노이드 경쟁의 중심이 단순한 운동 성능을 넘어 산업 현장에서 일하며 실제 가치를 만드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 두 장면은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확장된 '두뇌'와 '기억'이 현실에서 힘을 발휘하려면, 이제 이를 움직이는 '몸(body)'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피지컬 AI는 디지털 공간의 지능을 현실 세계의 생산성과 서비스로 바꾸는 실행체다.
로봇이 물류창고에서 물건을 나르고, 공장에서 부품을 조립하며, 언젠가 가정에서 돌봄을 제공하는 모든 장면이 이 층에서 구현된다.
대한민국은 이 경쟁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자동차·반도체·조선·배터리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현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AI 경쟁에서 '데이터센터'와 '언어 데이터'가 핵심 자산이었다면, 피지컬 AI 경쟁에서는 로봇이 현장에서 보고, 움직이고, 실패하며 축적하는 '행동 데이터'가 핵심 자산이다. 한국의 제조현장은 이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거대한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
정부도 올해부터 5년간 총 5040억 원 규모의 국가 피지컬 AI 사업을 추진하며 한국형 AI 로봇 플랫폼 확보에 나섰다. 이제 이 기반을 샌프란시스코에서 확대된 글로벌 협력과 연결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세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확대되는 첨단 반도체와 연산 인프라를 피지컬 AI 학습과 대규모 시뮬레이션에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로봇의 지능은 방대한 연산과 현장의 행동 데이터가 결합될 때 성장하며 가상환경에서 학습한 행동을 실제 로봇으로 이전하는 시뮬레이션 역량 또한 국가 경쟁력이다.
둘째, 국제 협력의 범위를 로봇으로 넓혀야 한다. 반도체·데이터센터에 집중된 협력을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과 행동 데이터로 확장해, 부품 공급국을 넘어 차세대 AI 시스템을 함께 설계하는 파트너로 올라서야 한다.
셋째, 우리의 강점을 축으로 국제 규칙 형성에 참여해야 한다. 제조현장의 행동 데이터 품질 기준, 사람과 함께 일하는 로봇의 안전·성능 인증 체계는 우리가 강점을 발휘할 분야다. 모든 표준을 주도하기보다 잘하는 영역에 집중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다.
이 대통령은 AI를 '인류가 발견한 새로운 불'에 비유했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가 그 불을 지피는 기반이라면, 피지컬 AI는 그 불이 공장과 물류현장, 병원과 가정에서 실제로 일하게 만드는 '몸'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성과를 대한민국의 생산성과 산업 경쟁력으로 완성하는 길, 이제 그 마지막 퍼즐인 '몸'을 국가 AI 전략의 중심에 놓을 때다.
김익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AI·로봇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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