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위원장이 12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정부가 메가특구특별법(가칭)에 담길 노동규제 완화 방안을 놓고 속도조절에 들어간 모습이다.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이어 여당 의원들까지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면서 당초 8월 초·중순으로 예상됐던 법안 발의도 늦춰질 전망이다.
13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전날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기도 전부터 노동규제 완화를 둘러싼 격론이 벌어졌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정부 검토안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특별연장근로 인가 기간을 6개월로 늘렸지만 전체 67건 가운데 6개월을 신청한 사례는 4건에 그쳤고, 지난해 인가 대상자의 평균 근로시간도 삼성전자 주 49.9시간, SK하이닉스 주 46.3시간에 불과했다는 실태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현행 주 52시간이라는 풀 캐파도 다 활용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고소득 사무직을 근로시간 규제에서 제외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은 물론 파견 확대와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에 대해서도 "필요하지도, 적절하지도 않다"고 못박았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기업 생산성과 노동기본권을 어떻게 조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검토안에 대해서도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고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 보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계와의 대화도 시작됐다. 김 장관은 지난 8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공개로 만나 노동계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양대 노총도 예정했던 공동 기자회견을 잠정 연기하면서 일단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청와대에서도 속도조절 기류가 감지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10일 메가프로젝트 2차 민관합동 점검회의 뒤 주 52시간제 논란과 관련해 "노동계가 매우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입장을 먼저 가지기보다 메가프로젝트 성공 자체가 주 52시간 문제와 직접 연관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지역과 노동계가 함께 논의해 노동계의 동의를 받을 때 가능한 문제"라며 "일방적으로 청와대가 지휘해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숙고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산업통상부와 노동부의 이견을 직접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민주노총 출신 노동부 장관, 기업 임원 출신 산업부 장관은 당연히 논쟁이 있고, 저는 논쟁을 하라는 뜻"이라며 "안을 낼 때는 변경의 여지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처 간 충돌을 '민주적 과정'으로 규정하는 동시에 노동특례가 확정된 정부안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발언하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연합뉴스다만 이 같은 속도조절을 노동규제 완화 기조의 철회로 보기는 이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전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노동 유연화 방안을 계속 추진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의에 "그런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답했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과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 등도 여전히 논의 테이블에 올라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청와대의 숙고 기조와 노동계와의 대화 국면, 여당 내부의 반발이 맞물리면서 법안 발의 시점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리는 분위기다. 정부 안팎에서는 8월 말이나 9월 초 발의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노동규제 완화 방안을 일단 법안에 담아 발의한 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의 속도조절이 곧 정책 방향의 선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여당 관계자는 "몇 가지 이견만 정리되면 발의가 될 것"이라며 "노동규제를 빼더라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빼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정부는 메가특구특별법의 연내 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10월 국정감사에 이어 11월부터 예산 정국이 본격화돼 쟁점 법안을 조율할 시간은 빠듯해진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반발이 나오는 상황에서 강행 처리도 부담스러운 만큼 연내 통과를 위해서는 늦어도 8월 말~9월 초 발의 전까지 핵심 쟁점을 상당 부분 정리해야 한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부터 주 52시간제 예외, 파견 확대와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까지 노동계와 여당이 반발하는 쟁점이 산적해 있다. 정부가 남은 몇 주 안에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메가특구특별법 연내 처리의 첫 관문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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