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금치가 한 팩에 4580원에 판매되고 있다. 곽인숙 기자1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평일 낮시간이지만 장을 보러온 시민들로 붐볐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저마다 심각하다.
고르고 또 고르다 결국 시금치를 내려놓고 간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장혜선(70)씨는 "좀 황당하죠. 시금치도 너무 비싸서 못 샀어요. 5천 원이래요"라며 "이제 채소도 앞으로 많이 오른다고 그러니까 걱정이네요"라고 말했다.
1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전날 시금치 평균 소매가격은 100g 기준 1088원으로 한 달 전보다 85.3% 급등했다. 배추는 한 포기에 3509원으로 전월과 비교해 28.0%, 양배추는 한 포기에 3067원으로 5.5% 각각 올랐다.
시금치와 상추 같은 채소류는 잎이 얇고 수분 증발이 많아 고온에 상대적으로 취약한데, 계속된 폭염에 출하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오이와 애호박, 깻잎, 상추 등의 가격도 뛰어올랐다.
특히 깻잎은 폭염으로 수확과 선별 등 작업 여건이 나빠진 영향으로 공급량이 감소하면서 50g에 987원으로 한 달 전보다 41.4% 올랐다. 상추도 100g 기준 1230원으로 31.3% 상승했다.
과채류 가격도 크게 올랐다. 애호박 소매가격은 한 개에 1036원으로 한 달 전보다 44.5% 올랐고 오이는 10개에 7977원으로 38.7% 상승했다.
폭염이 장기화하거나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가 발생할 경우 추가적인 가격 상승 가능성도 있다.
물가가 오르면서 외식을 줄이려고 마트를 찾았지만 가격이 부담스러워 한참을 서성이는 젊은이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오혜승(31)씨는 "진짜 외식 물가가 너무 올라가지고 집에서 더 만들어 먹게 되는데 과일 이런 것도 너무 비싸져서 특히 과일 살 때 항상 망설여져요. 복숭아가 하나에 5천 원 막 이러니까"라고 말했다.
세일 상품들을 열심히 찾아보며 가격을 확인하다가도 한숨을 쉬며 내려놓기를 반복하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연합뉴스수산물 가격도 치솟고 있다.
수협노량진 주간수산물동향을 보면 3일부터 8일까지 고등어 평균 경매 낙찰 가격은 28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74% 상승했다.
민어는 3만 9500원으로 63.9%나 올랐고 갈치 12.96%, 연어 19.35% 급등했다.
마트의 갑오징어 반값 타임 세일에는 한 푼이라도 더 싸게 사려는 사람들이 몰리기도 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김여경(46)씨는 "생선이나 특히 육류 같은 거 크는 애들은 꼭 먹어야 되잖아요. 애들이 방학이니까 아직 아이들도 어리고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사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폭염이 계속 이어질 경우, 전반적인 물가 상승 여파가 한 달 반 뒤 추석 차례상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공식품 역시 고유가와 고환율 등의 영향으로 원재료 수입 부담이 커지고, 나프타 가격 변동으로 포장재 비용도 상승하면서 식품업체들이 라면과 빵, 만두, 음료 등의 가격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풀무원은 13일부터 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 채널에서 판매하는 간식과 김치, 냉동볶음밥, 소스, 계란가공품, 만두, 면 밀키트 등 7개 제품군 30개 품목의 소비자가격을 평균 6.7% 인상한다.
삼립도 다음 달 1일부터 빵 제품 50여종의 가격을 평균 9%대로 인상한다.
연합뉴스앞서 농심은 이번달부터 주요 용기면과 스낵, 음료 등 43개 브랜드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5.8% 인상했다. 코카콜라음료도 편의점에 공급하는 코카콜라와 스프라이트, 환타 등 52개 품목의 출고가를 평균 7.2% 올렸다. 사조는 지난 3일부터 참치캔과 수산캔 등 주요 가공식품의 출고가를 최대 20% 인상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30일부터 대형마트에서 햇반과 만두, 생선구이 등 27개 품목 가격을 평균 8% 올렸다. 오뚜기도 카레와 당면, 케첩, 후추 등 29개 품목의 출고가를 최대 17% 인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달간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을 내부적으로 흡수하기 위해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겨우 버텨왔지만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며 "품질 유지와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불가피하게 가격을 조정하는 사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7월 14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오뚜기 제품 모습. 황진환 기자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