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4시 55분쯤 서울 강서구 가양4단지아파트 15층 세대에서 화재가 발생해 거주하던 30대 아들과 60대 어머니가 숨졌다. 서울강서소방서 제공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노후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한 세대에 살던 모자가 숨졌다. 해당 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강서구의 아파트 스프링클러 미설치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노후 공동주택의 화재 안전 대책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전체 미설치율 46%…강서구는 70%
13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4시 55분쯤 서울 강서구 가양4단지아파트 15층 세대에서 화재가 발생해 거주하던 30대 아들과 60대 어머니가 숨졌다.
30대 아들은 기초생활수급 가정에서 홀로 몸이 불편한 부모를 부양하고 있었다. 60대 어머니는 중증 뇌병변 장애를, 60대 아버지는 중증 지체 장애를 가졌다. 당뇨까지 앓은 어머니는 최근 눈앞이 거의 안 보일 정도로 시력이 나쁜 상태였다.
결국 아들은 직장도 그만둔 뒤 간병에만 매달렸다. 정부로부터 생계·의료·주거 급여와 장애인연금을 받아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지난 11일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했다. 가장 높은 15층 집 안에 있던 아들과 어머니는 현관으로 도망치지 못했다. 창밖으로 추락했고 결국 숨졌다. 집 밖에 있던 아버지만이 화를 면했다.
해당 아파트는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노후 임대아파트로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경찰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추락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4시 55분쯤 서울 강서구 가양4단지아파트 15층 세대에서 화재가 발생해 거주하던 30대 아들과 60대 어머니가 숨졌다. 서울강서소방서 제공더불어민주당 이상식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입수한 '서울시 아파트 스프링클러 설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연립·다세대주택을 제외한 서울 아파트와 주상복합 4067단지 중 1874단지(46.1%)에 스프링클러가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아파트 고층 등 부분적으로만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단지는 1146단지(28.2%), 아파트 전체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단지는 1047단지(25.7%)에 불과했다. 부분설치까지 포함해도 서울 아파트 스프링클러 설치율은 53.9% 수준에 머물렀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강서구는 321단지 중 226단지에 스프링클러가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아 미설치율이 70.4%로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높았다. 이어 노원구(61.8%), 양천구(59.4%), 도봉구(58.2%)가 뒤를 이었다.
특히 서울 내 임대아파트의 경우 스프링클러 미설치율이 275단지 중 81단지(29.5%)로 낮은 편이었지만, 강서구는 임대아파트 21단지 중 15단지(71.4%)에서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미설치율이 높은 강서구, 노원구 등은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되기 전 만들어진 노후 대단지 아파트가 몰린 곳이다.
스프링클러 설치 조항은 '16층 이상 아파트에서 16층 이상'만을 대상으로 1990년 처음 도입됐다. 이후 2005년 '11층 이상 아파트 전 층'으로, 2018년 6층 이상 아파트 전 층에 설치하도록 점차 강화됐다. 1992년 만들어진 가양4단지아파트는 15층이 최고층으로 설치 대상이 아니었다.
지난 11일 오후 4시 55분쯤 서울 강서구 가양4단지아파트 15층 세대에서 화재가 발생해 거주하던 30대 아들과 60대 어머니가 숨졌다. 서울강서소방서 제공"단독경보형 감지기·가정용 소화기 등 대안"
최근 서울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한 아파트 화재 가운데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월 24일 10대 여학생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지난 3월 31일 1명이 숨진 양천구 신정동 아파트에도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스프링클러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기존 아파트에 스프링클러를 추가 설치하는 것은 법률적·기술적·구조적으로 모두 불가능하다"면서 "불을 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빨리 화재를 감지하고 대피하는 것으로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설치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산 감지기는 개당 1만 5천 원 내외로 가격 부담이 낮고 공사 없이 천장에 부착만 하면 되며 10년은 쓸 수 있어 장점이 많다"며 "미국에서는 주택들에 단독경보형 감지기 설치를 의무화한 뒤 사망자가 절반 가까이 줄었던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정용 소화기 비치까지 의무화하면 적은 비용으로 화재 위험을 낮추는 데에 더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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