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와 주브라질한국문화원(원장 정정희)이 공동 기획한 특별전 '바다의 숨 제주 해녀, 여성 그리고 공동체'가 지난 6월 15일 브라질 상파울루 소재 문화원 본원에서 전시돼 오는 8월 30일까지 열린다. 고미 칼럼니스트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지 10년이 됐다.
2016년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회의에서 '제주해녀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공인했다. 인류무형문화유산은 급속한 산업화와 세계화 속에서 소멸 위기에 놓인 무형유산에 전승과 보전의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유네스코가 높이 평가한 것은 해녀 개인의 특별한 잠수 능력이 아니었다.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 그리고 공동체를 통한 지식과 기술의 전승이었다.
제주해녀문화가 품은 가치
제주해녀문화는 해녀 개인의 노동이나 물질 기술 하나만을 뜻하지 않는다. 잠녀 또는 잠수라 불려 온 해녀를 중심으로 최소한의 도구를 이용해 바닷속 해산물을 채취하는 자연친화적 물질, 풍요와 안전을 기원하는 잠수굿, 해녀노래, 물때와 해산물에 관한 민속지식, 잠수회를 중심으로 바다밭을 관리해 온 협업과 상생의 공동체를 아우른다.
제주 바다의 상당 부분은 어촌계를 중심으로 관리하는 마을어장이다. 해녀들은 소라와 전복, 오분자기 종패를 뿌리고 키워 채취한다. 산소통과 같은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일정한 크기 이상만 잡으며, 수협을 통한 공동출하 방식을 지켜왔다. 단순한 어업 기술이 아니라 바다가 다시 생산할 수 있도록 기다리고 조절하는 공동체의 방식이다.
지속가능한 삶의 구조 인정
제주해녀와 해녀문화에 대한 의미 부여 작업은 이미 여러 번 진행됐다. 이중 유네스코가 인정한 것은 '제주해녀문화'다. 해녀가 한 해 얼마만큼의 소라를 잡는다는 규모의 경제보다, 소라와 해조류가 다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며 공동체가 바다를 지속적으로 이용해 온 방식 등 지속가능한 삶의 구조를 인류가 함께 지켜야 할 문화유산으로 평가했다. 그 문화가 공동체 안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며, 왜 다음 세대에 전승돼야 하는지를 묻는다.
지난 10년 동안 제주해녀는 공연과 전시, 체험, 관광 콘텐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세계를 만났다.
해녀를 세계에 소개하는 일과 해녀문화를 이해시키는 일은 같은 듯 하지만 전혀 다른 과제다.
세계는 제주해녀문화의 무엇을 가치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우리는 그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가. 그 질문은 뜻밖에도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 다시 시작됐다.
'여성' '공동체'로 전하는 해녀문화
상파울루 주브라질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바다의 숨: 제주해녀, 여성 그리고 공동체' 전시(제주특별자치도 해녀박물관․상파울루 주브라질 한국문화원 공동)는 기존 해외 홍보와는 조금 다른 방식을 선택했다.
공연도, 음식 체험도, 이벤트도 없었다. 대신 해녀 한 사람의 삶과 물벗, 불턱, 공동체를 전면에 내세웠다. 전시 제목에도 '여성'과 '공동체'를 함께 담았다.
포장을 덜어낸 해녀문화는 과연 세계와 만날 수 있을까.
실제 브라질 사람들이 가장 오래 머문 곳은 해녀의 잠수 기술 앞이 아니었다. 대신 사람들은 물벗과 공동체 앞에 멈춰 섰다. 그 과정에서 제주해녀문화는 단순히 소개해야 하는 지역문화가 아니라, 세계 각국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연결해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 언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찾았다.
제주도와 주브라질한국문화원(원장 정정희)이 공동 기획한 특별전 '바다의 숨 제주 해녀, 여성 그리고 공동체'가 지난 6월 15일 브라질 상파울루 소재 문화원 본원에서 전시돼 오는 8월 30일까지 열린다. 고미 칼럼니스트유네스코 인정 가치의 시험대
이 실험은 10년 전 세계와 한 약속으로 돌아가는 질문이기도 하다. 포장을 걷어내고 끝내 남는 것은 서로의 숨을 살피는 관계, 세대를 잇는 전승, 바다와 공존하는 절제였다.
브라질 기획전시는 유네스코가 인정한 해녀문화의 본질이 세계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확인하는 현장이었고, 앞으로 제주해녀문화를 어떻게 세계와 연결해야 하는지 보여준 새로운 출발점이었다.
지금까지 제주해녀문화 세계화를 내건 홍보 작업이 제주와 해녀를 세상에 알리는 효과로 이어졌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해녀 공동체가 바다를 관리하는 규칙, 세대 간 지식 전승, 상호 돌봄과 생태적 절제의 가치 같은 문화유산적 가치가 충분히 전달됐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등재 10년은 지난 성과를 돌아보는 시간이 아니라, 제주해녀문화의 다음 10년을 설계하는 출발점이어야 한다.
문화유산, 그 이상의 가능성
더 중요한 질문은 이제부터다.
해녀 수를 무한정 늘릴 수는 없다. 하지만 해녀문화를 이해하고 연구하며 기록하고, 콘텐츠로 만들고, 자신의 언어로 다시 전하는 사람은 계속 늘어날 수 있다.
앞으로 제주가 넓혀야 할 것은 해녀의 숫자가 아니라 해녀문화의 영향력일지도 모른다.
K-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세계인의 시선을 제주해녀에게 향하게 했듯, 영화와 전시, 사진, 출판, 교육, 연구, 관광, 디자인 등 다양한 K-컬처 콘텐츠는 해녀문화를 세계와 연결하는 새로운 통로가 될 수 있다. 해녀를 소비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유네스코가 인정한 유산적 가치를 번역하고 확장하는 콘텐츠가 앞으로의 과제가 된다.
브라질은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해녀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해녀문화를 이해하는 사람을 늘리는 일과 공연과 체험을 넘어 유네스코가 인정한 유산적 가치를 세계의 언어로 번역하는 일. 그것이 앞으로 제주가 넓혀야 할 가치이며, 이번 연재가 브라질에서 확인한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
등재 10년을 지나, 이제 제주해녀문화의 다음 10년은 그 가치를 얼마나 깊이 이해시키고 얼마나 넓게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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