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개월째 접어든 이란전쟁에서 뾰족한 탈출구를 찾지 못하자 동맹국들에 화풀이를 하고 있다는 미 언론보도가 나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 축소를 급하게 지시하면서 한국이 '희생양'이 됐다는 지적과 동시에, 이같은 즉흥적 정책 결정 배경엔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이란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함께 제기됐다.
"동맹국을 거칠게 몰아세우고 지도자에게 굴욕감"
연합뉴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18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한 미국의 하드파워가 한계를 드러내면서 트럼프는 동맹을 맹비난한다'(Trump torches allies as Iran exposes limits of hard power)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좌충우돌'식 정책 행보를 비판했다.
'하드파워'란 전통적으로 미국이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를 제압하는 힘을 뜻하는데, 이번 이란 전쟁에서는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가 한계를 드러내며 궁지에 몰렸다는 게 악시오스 기사의 주된 내용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제대로 굴복시키지 못하자 관련 군사작전에 동참하지 않는 동맹국들에게 책임을 돌리며 개인적 화풀이까지 서슴지 않는다고 악시오스는 분석했다.
악시오스는 "
트럼프는 집권 2기에 미국 동맹국들을 거칠게 몰아세우고 지도자들에게 굴욕감을 줬다"며 "
수십년 동안 이어진 안보 관계를 개인적, 정치적 앙금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비판했다.
최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국방비 증액과 미 무기 구입 등과 관련해 한국을 모범적인 동맹국이라 칭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재명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까지 공개하며 "(이란 전쟁에 동참하지 않는) 한국을 왜 미국이 도와야 하느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악시오스는 "
한국이 트럼프의 보복 공세에서 가장 최근이자 의외의 희생양이 됐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한미 연합 군사훈련 축소를 즉흥적으로 지시한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악시오스는 "을지 자유의 방패(UFS)는 대북 억제력 확보를 위해 한미가 연례적으로 수행해 온 훈련"이라며 "
지난 반세기 동안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에 대항해 워싱턴과 서울을 결속시키는 억지 체제의 핵심 축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등 이란 전쟁 관련 군사작전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세기 동안 이어진 안보 협력과 군사 훈련을 한순간에 축소시키며 동맹국들에 새로운 규칙을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악시오스는 이를 "(동맹국이) 어느 한 곳에서 트럼프에게 반기를 들면, 그 대가가 다음 사안에까지 미치게 된다는 것"이라며 트럼프의 즉흥적인 정책 결정 위험성을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 군사훈련 축소 지시에 대해 미 상원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잭 리드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무질서한 행정부가 내린 또 하나의 어리석고 즉흥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리드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시작한 전쟁에 동참하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한국을 처벌한다면(군사 훈련 축소), 우리의
모든 동맹국과 적대국들은 미국의 약속이 협상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
(군사 훈련 축소는) 트럼프의 자존심 외에는 아무런 이유 없이 한국을 처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스페인 등 유럽국가들에도 '난타전'
연합뉴스트럼프의 개인적·정치적 '원한풀기'가 한국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전통적 우방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소속 유럽 국가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에 적잖은 피해를 입었다.
이란 전쟁을 기점으로 대서양 동맹의 균열이 눈에 띄게 깊어졌고, 트럼프의 압박 공세는 즉흥성을 넘어 체계적 양상까지 띄게 됐다.앞서 블룸버그는 미 국방부가 유럽 주둔 미군 병력 재배치를 놓고 나토 동맹국들을 대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충성도를 확인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설문 항목은 미군의 군사 작전에 대한 평가와 미군 기지 지원 강도, 미군 무기 접근 허용 범위, 무기 구매 규모 등 다양했다.
미국, 정확히 말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 방향과 군사 접근 방식에 동의하거나 협조하면 동맹국 대우를 받고 그렇지 않으면 보복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면 동맹국 정상도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과 독설의 대상이 됐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취임 직전인 지난 4월 "분쟁은 들어가는 것보다 나오는 전략이 중요한 데, 미국은 명확한 협상 전략도, 출구 전략도 없이 (이란) 전쟁을 시작했다"며 "미국이 굴욕을 당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메르츠 총리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다"고 비판한 뒤, 독일 주둔 미군 5000명 철수를 지시했다.스페인은 올해 3월부터 이란에 폭격을 가하기 위한 미 항공기들의 영공 통과와 미군 공동기지 사용을 전면 불허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스페인과의 모든 무역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한 데 이어 '관세폭탄'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우리가 방어해주기로 약속한 스페인이 영공 사용을 거절하고 이를 자랑하기까지 했다"고 비판했고, 직후 미국이 스페인의 나토 회원국 자격 박탈을 추진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전쟁 시작도 종결도 미군의 뜻대로 한다'는 문구는 과거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 그리고 타국에 대한 선한 영향력 등 '하드파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격언이다.
하지만 이번 이란 전쟁을 계기로 미군의 요격미사일 고갈 등 해외 미군기지 방공망 불안, 그리고 명분이 약한 전쟁에 미군 희생이 불가피한 지상군 투입 작전에 대한 망설임과 부감감 등 미국의 한계가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미국의 '하드파워'가 사라진 자리에는 대신 동맹국과 그 정상들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이고 개인적인 '원한풀기'만 남았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악시오스 등 미 일부 언론들의 분석과 결을 같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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