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20일 동부권 범시민추진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사라 기자 국립의과대학 신설 추진계획서 제출 마감일인 20일,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과 동부권 주민들이 의대 해법을 놓고 마주 앉았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인수위원회 중재안의 공정성과 대학 통합 무산 원인, 순천대 계획서 반려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이날 오후 7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부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민 시장과 특별시 관계자, 손훈모 순천시장, 순천대 의대·대학병원 설립을 요구하는 동부권 범시민추진위원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는 이날 오전 동부청사를 찾은 추진위가 민 시장에게 동부권의 의견을 직접 들어달라고 요구하면서 당초 예정에 없이 마련됐다.
"어떻게 공정한가" vs "순천대가 받을 줄 알았다"
핵심 쟁점은 특별시 인수위원회가 제시했던 의대 중재안의 공정성이었다.
당시 중재안에는 목포대에 대학본부와 의과대학을 두고 단계적으로 대학병원을 설립하는 한편, 순천대에는 대학병원을 설치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석배 동부권시민추진위원장은 "목포대는 대학본부와 의대, 추후 대학병원까지 세 가지를 다 갖추게 되는데 순천대는 대학병원 하나"라며 "그게 공정성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김원종 순천대 총동문회 사무총장도 "그렇게 좋은 안이라면 왜 순천지역 종합병원장들이 귀중한 진료 시간을 내 기자회견하고 성명서를 냈겠느냐"며 "그렇게 좋은 안이면 목포대는 역제안했을 때 왜 거부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중재안의 공정성을 둘러싼 공방은 간담회 후반까지 이어졌다.
민 시장은 중재안을 마련한 당시 판단에 대해 "속으로 순천이 받을 줄 알았다. 처음에도 순천이 받을 줄 알았다"며 "대학병원을 순천에 한다고 했으니까"라고 설명했다.
중재안이 서부권에 편향됐다는 주장에는 "자신이 해남 출신이고 목포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점 때문에 불공정하다는 선입견을 버려달라"며 "어떤 멍청한 정치인이 유권자가 더 많은 지역을 포기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과 동부권 범시민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이 20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박사라 기자"통합 왜 무산됐나"…민 "두 대학이 합의 못해서"
순천대와 목포대의 통합 무산 원인을 놓고도 양측의 입장이 엇갈렸다.
시민 주지현 씨가 "통합 실패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느냐"고 묻자 민 시장은 "두 대학이 합의하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주 씨가 "합의하지 않은 지점이 어디냐. 의대와 대학병원 배치 때문 아니냐"고 재차 묻자 민 시장은 "그건 잘 모르겠다. 당사자들에게 확인하라"고 말했다.
이에 주 씨가 "다 아는 이야기를 시장님만 모른다고 하면 여기서 토론이 되겠느냐"고 반박하자 민 시장은 "제가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민 시장은 순천대의 통합 협상에 대해서는 "의과대학과 병원을 주는 것을 전제로 통합하려고 했다"며 "통합을 하니까 의대를 보낸다가 아니라 의대가 와야 통합한다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계획서 반려 놓고도 충돌…'꼬투리' 설전
순천대가 제출한 의대 추진계획서를 특별시가 반려한 과정을 놓고로 양측은 충돌했다.
추진위는 특별시가 양 대학에 보낸 공문에 의대 신설 필요성과 신청 정원, 지자체 지원계획 등 3개 항목이 '필수 제출 사항'이라고 명시돼 있을 뿐 다른 항목을 작성하지 말라는 내용은 없었다며 반려 근거를 문제 삼았다.
한 추진위 관계자는 "이게 필수 제출 사항이지 이것만 내라고 하는 게 아니다"라며 "나머지를 쓰지 말라는 내용이 어디에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특별시 측은 "대학 통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해당 3개 항목만 작성해 제출하라는 취지였다"며 "공문을 보낸 뒤 양 대학 관계자에게도 이를 별도로 설명했다"고 반박했다.
민 시장이 "사실 아닌 걸 가지고 지금 꼬투리를 잡은 것"이라고 말하자 참석자들은 "꼬투리라니요", "시민들에게 그렇게 말씀하시면 되겠습니까"라고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고성이 오갔고, 손훈모 순천시장이 양측에 발언에 유의해 달라는 취지로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추진위는 인수위 중재안에 대학 통합이 무산돼 각 대학이 의대 유치를 독자 추진할 경우 특정 대학에 대한 특별시의 행·재정적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긴 점도 문제 삼았다.
민 시장은 "순천대라고 하지 않았다. 목포대일 수도 있고 순천대일 수도 있고 둘 다일 수도 있다"며 "특정 대학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지 순천대를 지칭한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과거 '특정 대학을 배제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주장에도 "제가 순천대를 배제한다고 한 적이 있느냐"며 "순천대를 배제하거나 목포대를 배제할 자격도 없고, 최종 선택은 교육부가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손훈모 순천시장(왼쪽)과 범시민추진위 관계자들. 박사라 기자 "목표는 순천·목포 상급병원"…정부 설득 계속
민 시장은 향후 전망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며 정부가 추진계획서 제출 시한을 연장한 데다 의대가 없는 지역의 또 다른 후보지로 경북까지 포함되면서 "기회가 좁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양 대학의 통합이 무산되더라도 정부 설득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민 시장은 "저는 의과대학이 어디에 오는가가 중요하지 않다"며 순천과 목포에 각각 상급병원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통합이 되지 않더라도 대통령 국정과제에 포함된 사안인 만큼 의대와 대학병원 설립 필요성을 계속 주장하겠다고 했다.
민 시장은 "오늘이 지나가면 이제 순천대가 원하는 대로 된 것"이라며 "정부한테 넘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넘기려고 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넘어가 버렸다"고 덧붙였다.
추진위는 이날 간담회에서 제기한 동부권의 입장과 요구사항을 다시 문서로 정리해 특별시에 전달하기로 했다.
민 시장은 중재안의 취지와 당시 판단을 설명했지만, 추진위는 구체적인 배치 기준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거두지 못했다. 2시간여 동안 이어진 간담회는 양측이 각자의 입장을 재확인한 채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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