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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 아빠' 전경철 작가 별세…아들 곁에 남긴 마지막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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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자폐 아들 돌봄 기록한 에세이 '안녕, 피터팬' 저자
간암 투병 끝 5일 세상 떠나, 평소 뜻 따라 무빈소 장례

고(故) 전경철 작가. tvN 제공고(故) 전경철 작가. tvN 제공
중증자폐 아들을 27년간 홀로 돌보며 '피터팬 아빠'로 알려진 전경철 작가가 지난 5일 세상을 떠났다.

정유진 발달장애지원전문가포럼 대표는 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026년 9월 5일 토요일 오후 7시 56분 전경철 피터팬 아빠가 먼 길을 떠났다"고 밝혔다.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별도의 빈소를 차리지 않는 무빈소 장례로 치러진다. 정 대표는 "현재 병원에 안치돼 있으며 빈소는 별도로 설치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전 작가는 정신연령이 2~3세 수준인 중증자폐 아들을 27년간 돌봐왔다. 그는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동화 속 인물 '피터팬'에 아들을 빗대며, 아들과 함께한 시간을 에세이 '안녕, 피터팬'에 기록했다.

고인의 사연은 간암 말기 진단을 받은 뒤 더 널리 알려졌다. 전 작가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홀로 남겨질 아들이 지낼 곳을 찾아 전국의 장애인 거주시설과 복지기관을 다녔다.

그러나 중증 발달장애인을 받아줄 시설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전 작가는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시설들을 찾아 연락하고 상담했지만, 아들을 안정적으로 맡길 곳을 찾는 과정에서 거절과 무산을 반복했다고 방송과 글을 통해 밝혀왔다.

그는 지난 7월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설마 우리 아들이 잠잘 자리 하나 없겠느냐고 생각했는데, 엄청난 착각이었고 판단 착오였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때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 아들을 보낸 시설에서도 몇 시간 만에 다시 데려와야 했던 일도 있었다. 전 작가는 당시 시설 측이 돌발 행동 등을 이유로 "도저히 못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경험은 그가 성인 중증자폐인을 위한 공동체 '피터팬의 네버랜드'를 꿈꾸게 된 배경이 됐다. 전 작가는 자신의 아들만이 아니라 같은 어려움을 겪는 가족들을 위해 발달장애인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생활 공동체와 피터팬재단 설립을 추진해왔다.

전경철 작가의 에세이 '안녕, 피터팬'. 이야기장수 제공전경철 작가의 에세이 '안녕, 피터팬'. 이야기장수 제공
전 작가는 같은 방송에서 아들을 '피터팬'이라고 부르게 된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자폐라는 삭막한 단어를 놓고 공부를 계속하다가 피터팬이라는 동화 속 단어를 만나게 되니까 제 마음이 크게 위로가 됐다"고 했다.

돌봄의 시간은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 현실이었다. 전 작가는 "자기 삶이 자기 자식의 삶으로 통째로 바뀌어 버렸다"는 억울함도 처음에는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 아들과 나의 운명이다. 억울해하지 말자. 더구나 나는 부모다"라고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27년을 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며 "늘 새로운 어려움이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왔다"고 했다. 아들이 자라 힘이 세지고, 돌발 행동이 커지고, 이웃의 시선을 견뎌야 하는 시간이 계속됐다는 것이다.

전 작가는 지난해 4월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뒤 처음에는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당시 의사에게 "27년을 중증자폐 아들을 키우며 살았는데 많이 힘들었나 봐요. 이제 쉬고 싶어요"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치료를 결심했다. 자신이 떠난 뒤 아들이 살아갈 곳을 찾기 위해서였다. 이후 그의 사연은 지난 3월 MBC '실화탐사대'를 통해 소개됐고, 전 작가가 카카오 브런치에 남긴 글은 에세이 '안녕, 피터팬'으로 출간됐다.

책 출간 이후 독자와 시민들의 응원도 이어졌다. 전 작가는 방송을 통해 쏟아진 후원과 격려를 두고 "내가 그렇게 원망했던 세상과 사람들이 이렇지 않구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와 똑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생활 공동체 마을을 짓고 싶다"고 밝혔다.

CBS '박성태의 뉴스쇼' 제공CBS '박성태의 뉴스쇼' 제공
지난달 12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도 고인은 아들과 함께한 삶과 남겨질 아이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그는 아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 "아빠라는 존재는 깨끗하게 잊고 네 행복만을 위해 살라고 하고 싶은데 솔직하지 않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들이 자신을 "희미하게 기억나는 남자" 정도로 떠올리면 좋겠다고 했다. "나보다 나이가 아주 많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늙어버린 남자가 있는데, 나를 바라보면 많이 따뜻했고 맛있는 걸 많이 차려주던 사람이 있었다. 기억이 희미해 누군지는 모르겠다. 떠올리면 문득 그립기는 하다" 정도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전 작가는 마지막까지 자신과 같은 처지의 가족들을 위한 길을 말해왔다. 그는 생전 "다시는 이 땅에 피터팬이라는 이유로 세상 밖으로 내몰리는 아이가 없어야 한다"며 "더는 길이 보이지 않아 자식과 자신을 포기하는 부모가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뜻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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