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제공박문영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그 입에서 나오는 것'은 사람을 찌르거나 감쌀 수 있는 '말'을 소재로 한 복수극이다. 무례한 말이 튀어나오기 직전 진동으로 경고하는 스티커 '가드 온'이 보편화된 사회를 배경으로, 말의 통제와 그로 인해 생겨나는 균열을 그린다.
소설 속 '가드 온'은 턱 밑에 붙이는 부착형 필름이다. 사용자의 호르몬 변화를 감지해 말실수나 공격적인 말이 나오려 할 때 진동한다. 예의와 배려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진 이 장치는 세상을 더 매끈하게 만든 듯 보이지만, 삼켜진 말과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안쪽에서 쌓여간다.
이야기는 인적이 드문 이른 아침 수원지에서 한 남자의 사체가 발견되며 시작된다. 고향 구화로 돌아와 공원 근처 펜션에서 이모를 돕던 설원은 죽은 사람이 고등학교 시절 친구 준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경찰은 사건을 종결하지만 설원은 준목의 죽음이 석연치 않다고 느낀다. 준목이 일하던 곳은 '가드 온'을 만드는 공장이자 작은 시골 마을 구화를 떠받치는 일터다. 준목의 죽음을 둘러싸고 설원과 동창 경우, 해지, 이모 언희, 언희의 딸 기선 등 인물들의 말과 기억이 엇갈린다.
제2회 SF어워드 중·단편 부문 대상, 제6회 SF어워드 장편 부문 우수상을 받며 주목받은 박문영은 전작 '컬러필드'에서는 성적 페로몬을 반영한 색을 보여주는 팔찌를, '허니비'에서는 인간과 클론이 공존하는 세계를 통해 인간의 양면성을 다뤘다.
이번 작품은 SF적 장치를 앞세우지만, 핵심은 말의 윤리와 통제 불가능한 감정에 있다. 말하지 않으면 상처가 사라지는지, 실수를 막는 기술이 관계를 구할 수 있는지, 삼킨 말은 어디로 가는지를 묻는다.
박문영 지음 | 민음사
은행나무 제공'몸과 몸'은 죽음과 상실을 겪은 인물들이 다시 타인의 몸과 온도를 감각하며 삶에 붙들리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다섯 편의 연작소설로 구성됐으며, 이태원 참사 이후의 세계를 직·간접적으로 다룬다.
작품 속 화자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상실을 경험한다. 누군가는 상실의 당사자이고, 누군가는 목격자이거나 생존자, 관계자다. 참사와 죽음은 인물들을 이전과 다른 존재로 바꾸고, 이들은 슬픔과 죄책감, 두려움 속에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차갑게 닫아간다.
소설은 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참사의 이미지를 마주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먼 곳의 전쟁과 테러뿐 아니라 골목, 지하, 공장, 일터에서 벌어지는 죽음은 개인에게 무력감과 죄책감을 남긴다. 작가는 이런 세계의 사람들에게 "너는 춥다"고 말하며, 다시 타인의 몸을 감각하는 일이 애도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연작을 느슨하게 이어주는 인물은 '기준'이다. 기준은 작품마다 서로 다른 나이와 성격, 관계로 등장한다. 때로는 고통을 지켜보는 사람으로, 때로는 고통 곁에 서는 사람으로, 어느 순간에는 부재 자체로 놓인다. 그 이름은 참사 이후 흔들린 삶의 기준과, 다시 붙들어야 할 감각을 함께 떠올리게 한다.
'몸과 몸'은 손쉬운 위로를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고통을 피하지 않고 그 한복판으로 들어가, 끌어안음과 접촉, 체온과 통각을 통해 사람이 다시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을 그린다.
장희원 |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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