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제공추적단 불꽃 대표 원은지의 신간 '불꽃이 꺼지지 않게'는 'N번방 사건' 이후 6년 동안 디지털 성범죄를 추적·취재하고 피해자를 지원해 온 저자의 기록을 담았다.
N번방 사건은 아동·청소년을 비롯한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텔레그램 방에서 유포·판매한 대규모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다.
원은지는 당시 대학생 신분으로 사건의 실체를 추적해 알린 '추적단 불꽃'으로 활동했다. 이후에도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과 취재를 이어오며 범죄 양상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꿔 확장되고 있다고 말한다.
책은 1999년 개설된 소라넷 이후 이어져 온 디지털 성범죄 생태계를 살피며, N번방 이후 달라진 법과 제도가 현장에서 왜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는지를 짚는다.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건수는 2025년 1만7629건으로 전년보다 4.7% 늘었고, 딥페이크 등 합성·편집 피해도 16.8% 증가했다.
1부 '지금도 여전히, 추적단 불꽃입니다'에는 '제2의 N번방'으로 불린 엘 사건, 서울대 딥페이크 사건, 학교와 지역 단위로 퍼진 '겹지방' 사건 등 저자가 직접 추적하거나 취재한 사례가 담겼다. 가해자 검거 과정뿐 아니라 유포·재유포, 삭제 지원,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감당해야 했던 현실도 함께 다룬다.
2부 '물방울은 바위를 뚫는다'에서는 피해 생존자와 법률가, 정책 담당자의 목소리를 전한다. 피해 이후에도 영상을 직접 모니터링해야 했던 생존자의 경험, 수사·사법 절차의 한계, 피해자 지원 제도의 빈틈 등이 구체적으로 소개된다.
3부 '연대도 체력입니다'는 활동가이자 기자로서 저자가 겪은 번아웃과 회복의 시간을 다룬다. 피해물을 모니터링하고 가해자와 접촉하는 일은 조력자에게도 폭력의 현장을 반복해서 마주하게 하는 일이었다. 저자는 그 과정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며 활동을 이어가는 법을 배워갔다고 말한다.
책 앞에는 한국 사회의 주요 디지털 성범죄 사건과 추적단 불꽃의 활동을 정리한 연표가, 책 뒤에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 기관과 단체 정보가 실렸다.
원은지 지음 | 돌고래
사이드웨이 제공일본 작가 스즈키 다이스케의 책 '빈곤과 뇌'는 빈곤을 개인의 정신력이나 태도 문제가 아니라 뇌 기능의 장애와 과부하에 따른 물리적 현상으로 바라보는 책이다. 저자는 가난한 이들을 향한 '게으르다', '의지가 부족하다', '자세가 글러 먹었다'는 식의 자기책임론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저자는 오랫동안 빈곤층과 사회적 약자의 현실을 취재해온 저널리스트다. 그는 과거 취재 과정에서 약속을 어기고, 일을 미루고, 위기 앞에서도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의문을 품었다. 그러나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고차 뇌기능 장애를 겪으면서 그들의 행동을 다르게 이해하게 됐다.
저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해야 할 일을 원하는 대로 처리할 수 없는 상태를 직접 경험한 뒤, 그동안 '게으름'이나 '무기력'으로 여겨졌던 행동이 실제로는 인지 기능과 정보처리 기능의 저하와 관련돼 있다고 말한다.
책은 약속을 잊거나, 서류를 준비하지 못하거나, 독촉장을 열어보지 못하고, 제도 신청 절차 앞에서 멈춰서는 일이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닐 수 있다고 설명한다. 뇌가 정보를 처리하고 판단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기능이 떨어지면 일상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회복이 가능했던 이유로 인적·물적·경제적 자원을 꼽는다. 그런 자원이 없었다면 자신 역시 과거 취재원들처럼 빈곤의 굴레에 빠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스즈키 다이스케 지음 | 송현정 옮김 | 사이드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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