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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밥상 오른 청년 취업난…"AI 탓"이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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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처 "경기 요인 걷어내면 AI가 청년 고용 줄인 증거 없어"
한은 연구진 "청년 일자리 감소분 98.6%가 AI 고노출 업종"…노동연구원도 'AI 신호' 무게
정부는 내년 '카나리아 대시보드' 가동…"신중 접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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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밥상에서 빠지지 않는 화제 중 하나가 자녀들의 취업 문제다. 최근에는 청년 취업난의 원인으로 인공지능(AI)까지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AI가 청년 일자리를 줄였는지를 분석한 국책기관들의 진단은 엇갈린다. AI 노출도가 높은 분야에 청년 일자리 감소가 집중됐다는 분석이 있는 반면, 산업별 경기 변동 등을 걷어내면 AI가 고용을 줄였다는 뚜렷한 증거를 찾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25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국은 최근 발간한 '생성형 AI의 노동시장 영향' 보고서에서 생성형 AI가 노동수요를 감소시켰다는 뚜렷한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은행 조사국 연구진은 청년 일자리 감소의 98.6%가 AI 고노출 업종에서 발생했다며 AI 확산 초기 청년층에 고용 충격이 집중되는 '연공편향 기술변화'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같은 한국 노동시장을 놓고 서로 다른 진단이 나온 셈이다.

청년 고용이 부진하다는 사실 자체에는 이견이 없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전체 취업자가 1년 전보다 18만4천 명 늘어나는 동안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14만3천 명 줄어 46개월째 감소했다. 청년 고용률도 44.1%로 떨어졌다.

청년 취업자가 감소세로 돌아선 시점은 2022년 11월이다. 공교롭게도 챗GPT가 출시된 바로 그달이다. AI 확산이 청년 고용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 배경이다.

예정처 "산업 경기 걷어내니 AI 영향 뚜렷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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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처 분석에서도 사무직·전문직 등 생성형 AI에 노출된 화이트칼라 직종의 청년 고용이 생산직 등 비노출 직종보다 부진한 현상은 확인됐다.

하지만 화이트칼라 직업군 안에서는 AI 노출도가 높을수록 청년 고용이 더 많이 감소하는 일관된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20대만 따로 분석해도 생성형 AI가 고노출 직업의 고용에 미친 영향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예정처가 주목한 변수는 산업별 경기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AI 고노출 직업이 몰린 정보통신업의 연평균 실질 성장률은 2019~2022년 5.3%에서 2022~2025년 2.4%로 낮아졌다. 전문·과학·기술업도 같은 기간 3.6%에서 0.7%로 떨어졌다.

코로나19 당시 비대면 특수를 누렸던 산업의 성장세가 둔화된 시점과 챗GPT 확산 시기가 겹쳤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쓴 예정처 천경록 경제분석관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직업별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제일 중요한 것은 산업별 경기 변동"이라며 "그걸 고려하고 나면 AI만의 영향으로 채용이나 고용이 줄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증거 부족'이 곧 'AI의 영향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천 분석관은 "아직 통계로 나타날 정도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AI 때문에 실제로 대체되는 사례들도 분명히 있겠지만 그것이 직업 전체 총량에 눈에 띄는 변화를 미칠 수준은 아닐 수 있고, 기업들이 생산성 영향을 의사결정에 본격적으로 반영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노동연구원 "AI 고노출 분야에 청년 감소 집중"

한국은행과 한국노동연구원의 분석은 방향이 다르다. 한은 조사국 고용연구팀이 지난해 10월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3년 동안 청년층 일자리는 21만1천 개 감소했다. 이 가운데 20만8천 개, 98.6%가 AI 노출도 상위 50% 업종에서 사라졌다.

반면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20만9천 개 증가했고, 이 가운데 14만6천 개가 AI 고노출 업종에서 늘었다. 국민연금 가입자 약 1616만 명의 행정통계를 추적한 결과다.

챗GPT 출시 이후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의 청년 고용은 11.2%, 출판업은 20.4%, 정보서비스업은 23.8% 감소했다. 이와 달리 50대를 포함한 핵심연령층은 이전 증가세를 유지했다.

한은 연구진은 이를 AI 확산 초기 기존 경력자의 생산성은 높아지는 반면 신규·주니어 인력 수요는 줄어드는 '연공편향 기술변화' 가능성으로 해석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장지연 선임연구위원이 '월간 노동리뷰 2월호'에서 밝힌 분석도 비슷한 방향이다. 생성형 AI가 노동시장 전체에 미친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지만 청년층과 정보통신업, 사무직 등 일부 집단에서는 변화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AI 고노출 직종의 청년층은 2022년 11월 이후 뚜렷한 고용 감소를 경험한 반면 중년·고령층은 노출도와 무관하게 안정적이었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기존 근로자의 고용은 유지하면서 신규 채용을 줄이는 한국 노동시장의 고용 관행이 충격을 청년층에 집중시키고 있다고 해석했다.

같은 노동시장, 다른 잣대…결론 가른 방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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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노동시장을 분석하고도 결론이 갈린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은 분석 방법과 AI 노출도를 재는 '자'가 달랐다는 점이다.

한은 연구진은 국민연금 가입자 행정통계를 75개 '업종' 단위로 분석했다. 반면 예정처는 고용보험 통계를 '직업' 단위로 살펴봤다.

AI 노출도를 측정하는 방법도 달랐다. 한은 연구진이 주지표로 활용한 해외 지수는 개별 직업의 업무가 AI의 능력과 얼마나 겹치는지를 토대로 이론적인 노출 가능성을 측정한다.

예정처는 국내 재직자 1512명을 대상으로 생성형 AI의 실제 활용과 생산성 개선 정도를 조사해 자체적인 직업별 노출도를 만들었다. 이 때문에 기존 해외 지수에서 고노출 직업으로 분류되던 회계·세무 전문가와 작가·통번역가 등이 예정처 지표에서는 중저노출 이하로 분류되는 등 고노출 직업의 구성부터 달라졌다.

여기에 예정처는 고노출 직업이 몰린 산업의 경기 변동까지 통제했다. 그 결과 생성형 AI가 고용에 미친 독립적인 영향은 통계적으로 뚜렷하게 식별되지 않았다. 20대로 분석 대상을 좁혀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한은이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청년 고용 감소가 집중됐다'는 현상에 주목했다면, 예정처는 '그 감소를 AI 자체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느냐'는 인과관계를 한 단계 더 따져본 셈이다.

노동연구원 조성재 선임연구위원은 "AI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경제학적으로 추정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며 "어떤 자료와 방법을 썼느냐에 따라 결과가 들쭉날쭉 나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아직 합의된 방법론이 정립되지 않은 백가쟁명의 상태"라고 말했다.

내년 가동 '카나리아 대시보드'…어떤 '자'로 잴지가 관건

정부는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도 AI가 노동시장에 미칠 충격을 조기에 포착하기 위한 관측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내년 가동을 목표로 한국형 AI 노출지수(K-AIOE)를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한 '한국형 카나리아 대시보드'를 구축할 계획이다.

한국 노동시장의 직무 정보를 토대로 AI 능력과 각 직업에 필요한 능력을 비교해 직업별 노출도를 측정하고, 고노출 직무의 고용 변화를 연령·지역·직무별로 추적한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어떤 기준으로 '고노출 직업'을 골라내느냐다. 예정처와 한은의 엇갈린 분석에서 나타났듯 AI 노출도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관찰 대상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정처도 보고서에서 AI 노출도를 곧바로 위험을 판정하는 지표로 사용하기보다는 노동시장 변화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대상을 선별하는 지표로 활용하고, 실제 부정적 충격이 지속적으로 확인될 경우 정책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부의 AI 노동시장 대응 역시 영향 관측과 훈련·직무전환, 고용서비스·안전망, 자료·기반 구축 등으로 구성돼 있다.

조성재 선임연구위원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 정확도가 엄청나게 높아진다기보다, 산업이 급변하는 만큼 고용에 미치는 위험을 조기에 인식할 수 있도록 예측 체계를 고도화하겠다는 의미"라며 "숫자 전망만이 아니라 전문가 합동 진단 방식인 델파이 조사, 업계와 노동조합의 의견을 더해 위기가 확인되는 순간 바로 정책에 들어갈 수 있도록 선행 조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도 "AI의 능력을 조금만 다르게 잡아도 수치가 완전히 달라져 버린다"며 "전문가들과 두루 논의해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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