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둘러싼 정부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쟁에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는 원칙을 제시한 가운데 정부는 국내여론, 한미동맹, 경제적 이해관계, 군사적 위험도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는 분위기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파병 논의는 과거 베트남·이라크 파병 때보다 국내외적인 고려 요소가 훨씬 다변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맹 실리와 정치적 부담 관리…과거 해외파병의 교훈
한국 해외파병의 역사는 한미동맹과 안보·경제적 국익, 그리고 국내 정치적 부담 사이에서 절충안을 찾아온 과정이었다.
베트남전 파병은 동맹과 경제적 실익이 맞물린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은 1964년 의료진과 태권도 교관단 등 비전투부대를 시작으로 1965년에는 전투부대를 보냈다. 10년간 약 31만 명이 현지에 투입될 정도로 대규모 파병이었다.
미국의 요청에 응하는 과정에서 국내 정치권의 논란도 컸지만, 정부는 파병을 한미동맹 강화와 군사·경제적 지원 확보의 기회로 활용하고자 했다. 1966년 체결된 브라운 각서에는 한국군 현대화 지원과 파병 비용 부담, 경제 지원 등 동맹 기여에 따른 구체적인 대가가 담겼다.
이라크 파병에서는 동맹과 국내 여론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한층 뚜렷해졌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한국은 서희(건설공병)·제마부대(의료지원단)를 먼저 파견했다. 이후 미국이 전투병 추가 파병을 요청하면서 국론 분열과 진영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지만, 정부는 한미동맹과 당시 북핵 문제 등을 고려해 추가 파병을 결정했다.
다만 미국이 요구한 안정화 전투 임무와 병력 규모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이라크 북부 아르빌에 자이툰부대를 보내 재건지원과 현지 치안부대 교육 등으로 임무를 조정했다. 병력 규모도 당초 미국의 요구보다 크게 줄였다. 동맹에 기여하면서도 한국군이 감수해야 할 위험과 국내 정치적 부담을 관리하려 한 절충이었다.
에너지 안보 등장한 호르무즈…'건설적 기여국 연대' 제안도
호르무즈 해협 논의에서는 '에너지 안보'라는 새로운 변수가 전면에 등장했다. 지난해 기준 한국 원유 도입량의 61%, 나프타 도입량의 54%가 이곳을 통과하는 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원유 수송로 확보를 위한 '국익'을 강조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 대통령은 "자국의 상선과 원유수송로,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활동은 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하다"며 청해부대의 역할 강화를 언급했다.
아울러 유엔무대에서도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위한 다자협력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호르무즈와 홍해에서 반복된 해상 봉쇄는 에너지와 물류의 핵심 통로가 무기화될 때 세계인의 일상이 얼마나 큰 충격을 받는지 보여줬다"며 '건설적 기여국 연대'를 제안했다.
다만 경제적 이해관계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군사적 대응을 결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선박 호송 및 해상 경계에 참여, 다국적군 합류, 기존 청해부대의 임무 확대 등 파병의 형태와 범위에 따라 감수해야 할 위험과 성격이 크게 달라진다.
여기에 국내 반대 여론과 여권 내 반발도 거세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명 대상)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55%로, '파병해야 한다'(32%)는 응답보다 월등히 높았다. 동맹과 국익, 국민 수용성 사이 정부의 장고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용된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9.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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