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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알래스카 500억불' 못박았지만…韓은 수익성-안보 저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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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는 투자 기정사실화, 韓은 검토 단계…'온도차' 뚜렷
트럼프, 선거 앞두고 띄워…김정관 "합의보다 더 나가" 항의
공사비·LNG 가격은 부담…지정학 위기 속 에너지 안보 가치↑
韓기업 수주·관세 혜택까지 확보하면 산업·통상 실익도 기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약 500억달러 규모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 한국이 투자할 것이라고 기정사실화했지만, 한국 정부는 아직 검토 단계라며 선을 긋고 있다.

미국이 알래스카 개발과 일자리 창출을 앞세워 사업에 속도를 내는 반면, 한국은 막대한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지, 경쟁력 있는 가격에 LNG를 확보할 수 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정학적 위기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가스를 확보할 수 있다면 단순한 투자수익을 넘어 에너지 안보 차원의 실익도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 확정도 안 됐는데…'선거용' 띄운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알래스카 출신 공화당 댄 설리번 연방상원의원을 곁에 두고 한국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설리번 의원이 가스관 사업을 이끌었다고 치켜세우며 "설리번 의원은 선거에 출마하고 있다"고 직접 언급했다.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현역 의원의 성과와 알래스카 사업을 연결한 것이다.

반면 투자 규모는 여전히 유동적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일 사후 브리핑에서 미국이 처음 제시한 사업비는 670억달러였지만 최근에는 500억달러 수준까지 낮아졌다고 밝혔다. 그 사이 미국 행정부 소식통을 인용한 외신 보도에서는 540억달러가 거론되기도 했다.

짧은 기간에 사업 규모가 최대 170억달러나 달라진 것은 구체적인 사업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 프로젝트를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성과로 적극 부각하는 모습이다.

김 장관은 "미국은 이 부분을 국내적으로 활용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합의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나갔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액수를 거론하고 한국의 투자가 확정된 듯 발표한 것은 양국의 합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한국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한국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에게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러트닉 장관은 "한국 측 우려를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한미 공동 팩트시트에는 상업적 합리성과 국내 법적 요건 충족을 전제로 사업을 '검토'한다는 내용만 담겼다. 김 장관은 "상업적 합리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추진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연방정부 나서면 달라질까…인허가·인력 리스크가 관건

알래스카 LNG는 북부 천연가스를 남부 니키스키까지 운송하는 약 1300㎞의 가스관과 수출용 액화시설을 건설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연간 약 2000만t의 LNG 생산·수출을 목표로 한다.

문제는 막대한 초기 투자비다. 장거리 가스관 건설에 혹독한 기후와 인력 부족까지 겹치면 공사가 지연되고 비용이 불어날 수 있다. 공사비가 늘수록 투자금 회수 시점은 늦어지고 수익성도 떨어진다.

정부는 이 같은 이유로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상업적 합리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민간사업자의 사업권을 연방정부로 넘겨 추진하는 구상을 제시하면서 상황이 달라질 여지가 생겼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사업을 추진할 경우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혀온 인허가와 인력 수급 문제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사 지연 위험을 줄이고 사업비까지 낮출 수 있다면 수익성도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

김 장관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사업이 추진되면 고질적인 이슈였던 인허가와 인력 수급 문제가 개선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상업성에서 더 나은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측이 구체화한 안을 보내오면 꼼꼼하게 따져보고 현지 실사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수익성 확보하면 '에너지 안보' 자산…韓기업 수주도 실익

지난 7월 미국 상무부 장관과 면담하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연합뉴스지난 7월 미국 상무부 장관과 면담하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연합뉴스
LNG를 얼마나 경쟁력 있는 가격에 확보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한국은 투자자이면서 동시에 알래스카산 LNG의 주요 구매자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공동 팩트시트에는 미국이 경제성 있는 가격의 LNG 구매계약과 한국의 우선 접근권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실제 장기계약에서 어느 정도의 가격과 물량을 확보하느냐가 사업의 실익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과 사업성이 확보된다면 알래스카 LNG의 전략적 가치는 작지 않다. 핵심은 에너지 안보다.

최근 중동발 위기로 호르무즈해협이 막히면서 원유 가격이 상승하는 등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고 있다. 향후 대만해협 등 주요 해상로에서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특정 지역이나 항로에 문제가 생겨도 안정적으로 들여올 수 있는 가스를 장기간 확보해두는 것 자체가 국가 차원의 안전판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알래스카는 북태평양을 통해 한국으로 곧바로 들어올 수 있어 중동이나 동남아 등 기존 공급지역과 다른 경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국제정세가 불안해질수록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의 가치는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 기업의 수주와 관세 혜택도 추가적인 실익이다.

알래스카 LNG 사업에는 대규모 철강과 플랜트 기자재가 필요하다. 미국은 사업이 추진될 경우 필요한 기자재에 관세 인하 혜택을 부여하고 한국 기업의 참여를 촉진하는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한국산 철강과 기자재가 실제 사업에 투입되면 미국에 들어가는 투자금 일부가 국내 생산과 일감으로 돌아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관세 인하는 한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전체 사업비를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한국으로서는 사업성을 확보하면서 경쟁력 있는 가격의 LNG를 안정적으로 들여오고, 국내 기업의 수주까지 연결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 같은 조건이 갖춰진다면 알래스카 LNG는 단순한 대미투자를 넘어 에너지 안보와 산업적 실익을 함께 확보하는 사업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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