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은 왜 30분 동안의 짧은 한미정상회담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를 꺼냈을까.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30분 동안 마주앉은 한미 정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한미 전략투자, 북미대화 외에도 전작권 전환 문제를 논의했다.
전작권은 그 동안 한미 국방당국간에 실무적인 부분 중심으로 논의되던 사항인데, 이 대통령이 한미 정상간 논의에서 주요 소재로 삼아 대화를 나눈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무진과 고위급 선에서 쉽사리 풀리지 않는 문제이니 정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李, '전환' 대신 '환수'에 방점…3대 조건 충족까지 지난한 과정
이 대통령은 국방 관련 메시지를 낼 때마다 '자주국방'과 '전작권' 문제를 강조한다. 전작권과 관련해 한미가 합의한 공식 용어는 전환(transition)이지만 이 대통령은 '환수', '반환', '회복' 등의 용어를 사용한다. 응당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뉘앙스다.
하지만 이는 지난한 과정을 필요로 한다. '조건에 의한 전작권 전환(COTP)'이라는 2014년 한미간 합의에 따라, 다음의 3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 ▶ 한미가 합의한 전작권 전환의 3대 조건 |
① 연합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군사적 능력 ②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능력 ③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
이 조건들이 충족됐는지를 판단하는 일은 현 한미연합사령부를 대체할 미래연합사령부의 연합작전 수행 능력 평가·검증과 연동해서 진행된다. 다만 조건 3은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대한 정치적 판단의 성격이 강하다.
1단계인 초기대응능력(IOC)은 2020년 검증이 완료됐다. 2단계인 완전운용능력(FOC)은 올해 8월 열린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에서 검증을 추진했다. FOC 검증을 위해선 조건 1·2에 관한 능력 평가가 일정 수준 이상을 달성했다는 판단이 내려져야 한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올 가을 열리는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이 결과를 승인하면 마지막 3단계인 완전임무수행능력(FMC) 평가·검증, 전작권 전환 연도(X년도) 설정 목표에 합의한 뒤 양국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절차가 남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검증 과제 완수 여부에 이견…관점 차이 극복할 신뢰가 관건
그런데 올해 UFS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급작스런 결정으로 연습 자체도 대폭 축소해서 시행된데다, 우리가 검증에 필요한 과제를 완수했다고 볼 수 있는지를 두고 한미간 의견 차가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UFS에 참가했던 한 관계자는 "검증 자체는 진행했지만 한미 양측 실무자들의 입장이 달라서 그 자체를 그대로 보고했다"며 "합참의장이나 국방부 장관이 미국 측과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하고, 거기서도 안 되면 정상급에서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도 지난달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동맹이란 것 자체가 반드시 상대가 있고, 그러다 보니 한쪽 의견대로만 가지는 않을 수도 있다"며 "(전작권 전환) 조건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한미간) 신뢰"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치상으로 전작권 전환 조건이 만족되는 것은 '사이언스(과학)'로 이미 충분히 충족됐지만, 실제 만족 여부를 판단하는 관점은 "상당히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이는 '아트(예술)'적인 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아트적 능력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자꾸 신뢰를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전작권 전환 관련 논의에 나선 이유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필요한 조건을 만족했는지에 대한 서로의 '관점' 차이가 상존하기에, '신뢰'를 통해 어떻게든 좁혀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조건 고수하는 美, 2029년 목표 제시…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韓
미국 측은 전환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동맹국에 대한 방위 부담을 가급적 덜고, 중요한 전선에 집중하고자 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정해진 조건에 대한 검증은 철저히 진행해야 한다며 선을 긋는다.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유엔군사령관 겸직)은 지난 8월 기자간담회에서 "손쉬운 지름길(shortcut)을 택하게 되면 한반도 내 전력의 준비태세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그 지점(전환)에 도달하기 위해 공동으로 관리, 고려, 평가하는 접근법을 채택해야 한다. 조건들이 충족될 시 전작권 전환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월엔 "2029년 1분기 이전까지 해당 조건을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을 미 국방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우리 측이 원하는 전작권 전환 시기보다 더 늦은 시점이다.
우리 측의 시각은 또 다르다. 한국군이 자체적인 발전을 통해 수 년 전에 비해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들을 갖춘 상태에서, 언제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 평가 기준 충족과 미국의 정치적 판단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청와대에서 관련 실무를 담당하는 국가안보실 강건작 1차장이 지난해 3월 낸 책 '강군의 조건'에서 언급한 내용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미래연합사 체제는 상식적으로 언제든 당장 시행할 수 있다. 한국군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부족한 부분은 지금의 연합사와 같이 미군이 채우면 된다"면서 "미군은 새로운 연합방위체제를 합의한 이후에도 줄기차게 한국군에 한반도 전쟁 전체를 수행할 100% 능력을 요구했다. 사실상 미군이 요구한 한국군의 물리적인 한반도 방위 역량은 거의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능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연합사가 해체되지 않고 유지되는 한 미군의 도움을 받으면서 보완할 수 있기에, 조기에 전작권을 전환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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