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시내 한 영화관에 '암살자(들)' 홍보물이 걸려 있다. 황진환 기자박정희(1917~1979) 전 대통령 고향인 경북 구미 극장에서 영화 '암살자(들)' 상영이 중단됐다. 흥행 중인 영화를 상영관에서 내리는 일은 이례적이다. 이 영화를 향한 일각의 공세가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경북 구미에 있는 멀티플렉스 CGV구미점 상영시간표를 보면 '암살자(들)'이 편성되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편성 시간표가 공개된 11일(일)까지 이 영화 흔적은 없다. 이곳 극장은 전날부터 '암살자(들)' 상영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CGV에 따르면 구미점은 위탁 운영지점이다.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영화 편성 역시 위탁 운영자 판단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암살자(들)'은 현재 박스오피스 1위로 어려운 극장 상황에서도 관객들 선택을 받고 있다"며 "그런 영화를 내리겠다고 판단한 데는 외부의 힘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구미 지역에서는 '암살자(들)' 상영 중단과 제작진 사과를 요구하는 보수단체 집회가 잇따라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암살자(들)'은 고(故)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극중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영부인 피격사건 배후에 대한 암시를 두고 국민의힘 등 야권을 필두로 역사 왜곡 논란이 일었다.
이에 '암살자(들)' 제작진은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의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가 아니"라면서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영화 속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고 있지도 않다"고 해당 논란을 부인했다.
'암살자(들)'에 참여한 감독, 배우 등을 향한 일각의 도 넘은 비난은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물리적인 공격을 예고하는 움직임마저 일면서 예정된 관련 일정 역시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하나의 작품을 둘러싼 논의가 작품에 대한 평가의 범위를 넘어 제작사와 감독, 배우, 스태프 등 영화 제작에 참여한 개인에 대한 공격이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의 확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한국영화의 건강한 제작 환경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도 "영화의 내용과 창작자의 선택을 따지는 데서 벗어나, 참여한 사람들의 일상과 생업을 동시에 겨냥하고, 다시는 이런 영화를 만들지 못하게 하겠다는 요구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창작자가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다시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한국영화의 미래를 지키는 중요한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영화인연대는 "작품에 대한 판단은 관객과 사회의 몫이며, 서로 다른 평가와 비판이 자유롭게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 작품에 참여했거나 의견을 밝혔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생활과 안전까지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면서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논쟁이 사람을 향하지 않도록 함께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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