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영화관에 '암살자(들)' 홍보물이 걸려 있다. 황진환 기자싱가포르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영화 '암살자(들)'을 두고 국민의힘이 서한을 보내 "철회해 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 해당 영화제 측이 예정대로 상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싱가포르영화제 측은 7일 낸 입장문에서 "'암살자(들)'을 둘러싼 일련의 논의들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제작진이 지닌 창작적 비전을 존중하며 이 작품은 변함없이 제37회 싱가포르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될 예정"이라고 알렸다.
앞서 국민의힘은 전날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게 '암살자(들)'의 개막작 선정을 철회해 달라고 요구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이에 대해 영화제 측이 입장문을 통해 국민의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싱가포르영화제 측은 이날 "'암살자(들)'은 예술적 성취와 동시대 아시아 영화에 대한 기여를 바탕으로 독립적인 프로그래밍 과정을 통해 개막작으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작진은 이 작품에 대해 역사적 사건과 허구의 인물·상황을 결합한 영화적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설명해왔다"며 "역사적 결론을 내리거나 사실을 왜곡하거나 어떠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제작된 것이 아니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우리 역할은 싱가포르와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지의 의미 있는 영화들을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고 관객들이 다양한 이야기와 관점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도 넘은 비난과 공세 논란…한국영화 창작 위축 우려 비등
영화 '암살자(들)'은 고(故)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극중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영부인 피격 사건 배후에 대한 암시를 두고 국민의힘 등 야권을 필두로 역사 왜곡 논란이 일었다.
급기야 이 영화에 참여한 감독, 배우 등을 향한 일각의 도 넘은 비난에다, 물리적인 공격을 예고하는 움직임마저 일면서 커다란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하나의 작품을 둘러싼 논의가 작품에 대한 평가의 범위를 넘어 제작사와 감독, 배우, 스태프 등 영화 제작에 참여한 개인에 대한 공격이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의 확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한국영화의 건강한 제작 환경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 역시 "영화의 내용과 창작자의 선택을 따지는 데서 벗어나, 참여한 사람들의 일상과 생업을 동시에 겨냥하고, 다시는 이런 영화를 만들지 못하게 하겠다는 요구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창작자가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다시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한국영화의 미래를 지키는 중요한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영화인연대는 "작품에 대한 판단은 관객과 사회의 몫이며, 서로 다른 평가와 비판이 자유롭게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 작품에 참여했거나 의견을 밝혔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생활과 안전까지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면서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논쟁이 사람을 향하지 않도록 함께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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