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밥 이천명 이천원'에 사용된 대형 가마솥. 이준석 기자"와~이천쌀이라서 그런지 역시 냄새부터 다르네."
14일 낮 12시 '제25회 이천쌀문화축제'가 열린 경기 이천시 복하천 수변공원. 수많은 방문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거대한 가마솥의 뚜껑이 열리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솥 안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른 하얀 김이 가을 하늘로 퍼져 나가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곳으로 쏠렸다.
방문객들의 탄성을 자아낸 행사는 이천쌀문화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인 '가마솥밥 이천명 이천원'이다. 초대형 가마솥에 이천 햅쌀로 2천명분의 밥을 지은 뒤 비빔밥으로 만들어 한 그릇에 2천원씩 판매하는 행사다. 거대한 가마솥에서 밥을 짓는 모습 자체가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인기는 뜨거웠다. 갓 지은 이천쌀밥을 맛보려는 방문객 수백 명이 긴 대기 행렬을 이뤘고, 사전에 판매한 식권도 일찌감치 동이 났다. 행사 관계자들은 쉴 새 없이 밥을 퍼 담고 비빔밥을 준비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행사장을 찾은 조모(38·여)씨는 "이천쌀은 맛과 품질이 뛰어난 만큼 가격도 비싸 평소에는 쉽게 사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2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어 좋았다"며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직접 맛을 보고 만족스러워 행사장 장터에서 이천쌀 10㎏을 구매했다"며 "얼른 집에 돌아가 아이와 남편에게도 이천쌀의 맛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미처 식권을 구하지 못한 방문객들은 아쉬운 발걸음을 인근 먹거리 부스로 돌렸다. 하얀 천막 아래 마련된 음식 판매장에도 사람들이 몰리면서 축제의 열기가 이어졌다. 음식을 주문하려는 사람들과 그릇을 들고 이동하는 방문객들이 뒤섞였고, 관계자들은 쉴 새 없이 음식을 담아내며 손님들을 맞았다.
이천쌀·햇밤·인삼까지…농특산물 판매장도 '북적'
농산물 직거래 장터 부스에 몰린 방문객들. 이준석 기자축제의 열기는 지역 농산물을 판매하는 직거래장터에서도 이어졌다. 행사장 한편에 마련된 농특산물 판매장에는 이천쌀을 비롯해 햇밤과 이천인삼, 대추 등 지역 농가에서 생산한 농산물이 진열돼 있었다.
제철 농산물을 구경하거나 구매하려는 방문객들이 몰리면서 부스마다 활기가 넘쳤다. 방문객들은 진열된 농산물을 살펴보며 상품을 주문했고, 농민들은 쉴 새 없이 주문을 받고 계산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특히 농민들에게 이번 축제는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소개하고 판매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소비자들과 얼굴을 마주하며 상품의 품질을 알리고, 지역 농산물의 우수성을 홍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더했다.
이천에서 벼농사를 짓는 임모(53)씨는 "평소에는 농민들이 직접 소비자를 만나 정성껏 키운 쌀을 소개하고 판매할 기회가 많지 않다"며 "이번 축제를 통해 땀 흘려 재배한 이천쌀을 소비자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220여명 임금님 진상행렬…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축제
'임금님 진상행렬' 퍼포먼스. 이준석 기자이날 이천 도심에서는 축제 개막을 알리는 '임금님 진상행렬'도 펼쳐졌다. 조선시대 임금에게 이천쌀을 진상하던 모습을 재현한 행사로, 오후 1시 설봉온천을 출발해 안흥지와 미란다호텔 등을 거쳐 복하천 수변공원까지 약 2.5㎞ 구간을 행진했다.
행렬에는 취타대 20명과 전통 복식을 갖춘 행렬단 100명, 풍물패 100명 등 모두 220여 명이 참여했다. 이천도호부사와 진상수레, 우마차 등이 참여한 행렬은 오후 2시 축제장에 도착해 개막식으로 이어졌다.
축제장 안에서는 전통 농경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이천쌀밥명인전' 행사장에는 볏짚으로 지붕을 얹은 구조물 아래 여러 개의 아궁이와 솥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관계자들이 장작을 준비하고 전통 방식으로 밥을 짓는 모습은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이 밖에도 방문객들이 함께 긴 가래떡을 만들어 나눠 먹는 '600m 무지개 가래떡 만들기'를 비롯해 짚풀 공예와 윷놀이, 줄다리기 등 전통 농경문화 체험도 마련됐다.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조선 주막 클럽'은 전통 주막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프로그램이다. 풍년 운동회에 이어 디제이 공연과 춤 잔치, 강강술래 등이 펼쳐져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꾸며졌다.
복하천 수변공원으로 첫 이전…접근성·편의성 개선
성수석 이천시장이 '제25회 이천쌀문화축제' 개막식에서 술을 올리고 있다. 이준석 기자올해로 25회째를 맞은 이천쌀문화축제는 '풍요로운 수확, 따뜻한 마음'을 주제로 이날부터 18일까지 닷새간 열린다. 이천쌀의 우수성을 알리고 전통 농경문화를 계승하는 동시에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지역 대표 축제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까지 축제가 열렸던 이천농업테마공원에서 복하천 수변공원으로 행사장을 옮긴 것이 가장 큰 변화다. 기존 행사장의 접근성과 공간적 제약을 개선하기 위해 도심에서 접근하기 쉽고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장소로 이전했다.
실제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도 달라진 접근성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천에 15년 가까이 거주했다는 양모(68)씨는 "이천쌀문화축제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전 행사장은 집에서 멀어 한 번도 찾아오지 못했다"며 "올해는 집 근처에서 열린다고 해 처음 방문했는데, 이천쌀로 만든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고 진상행렬과 공연 등 볼거리도 많아 좋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축제장은 3개 공간, 11개 테마 구역으로 구성됐다. 농경문화 체험장과 햅쌀 장터, 공연 무대, 먹거리 마당 등을 관람 동선에 맞춰 배치했으며, 어린이와 어르신 등 교통약자의 이동을 돕기 위한 전기카트 버스와 꼬마기차도 도입했다.
이천시는 대규모 방문객에 대비해 3천대 규모의 임시 주차장을 마련하고, 이천역과 시내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셔틀버스도 확대 운영한다.
축제 기간에는 '이천첨단드론대전'과 드론쇼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볼거리가 마련됐으며, 지역 소상공인들과 연계한 '지역상권 연계 빅세일전'도 진행된다.
이천시는 이번 축제를 통해 지역 농가가 생산한 이천쌀과 농특산물의 소비를 촉진하고, 축제장을 찾은 방문객들의 발길을 지역 상권으로 확산시킨다는 구상이다.
성수석 이천시장은 "올해는 관람객들이 보다 편안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행사장을 복하천 수변공원으로 옮겼다"며 "전국 각지에서 찾아주신 방문객들이 축제를 마음껏 즐기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천 농업을 이끌어가는 농업인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이천 농업이 경기도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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