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맹탕보다도 못했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을 바라본 야권 일각의 평가다. 송곳 검증은커녕 변죽만 울리다가 끝난 청문회를 두고 '안 하느니만 못했다'는 뒷말마저 나오는 지경이다.
국민의힘의 무의지는 애당초부터 감지됐다. 지명과 동시에 김 후보자를 둘러싼 '친윤'(친윤석열) 논쟁이 불거지고, 단숨에 여여(與與) 갈등으로까지 번지자 참전보다는 남일처럼 지켜만 봤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중수청 자체를 인정하지 못해 후보자 검증도 의미가 없었다는 방어 논리가 나오지만, 결국에는 이 역시도 책임 회피라는 지적이 따라붙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15일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의 임명안을 재가했다. 같은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지난달 7일 후보자로 지명된 지 약 한 달 만,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13일 만이다.
보고서 채택 과정에서 위원들 사이 별다른 이견은 없었다. 조국혁신당이 임명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보고서에 적격과 부적격 의견을 함께 담기로 합의하면서 마무리했다. 후보자 지명 이후 여권 내 반대에 재검증까지 거치는 등 요란했던 과정들에 비춰보면 종국의 관문은 평탄하게 흐른 인상이다.
이번 중수청장 인선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여여 갈등 양상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내 강경파가 김 후보자의 검찰 재직 시설 '검수완박' 반대와 '친윤' 성향을 의심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여기에 추미애 경기지사가 거들면서 강경파의 목소리에 기름을 부었고, 급기야는 대통령이 나서 이들과 날을 세우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이례적인 여여 갈등에 국민의힘은 갈피를 잃었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김 후보자의 부적격을 지적하자니 민주당 강경파 편에 서는 것 같고, 그렇다 해서 찬성 또한 못하는 꼴이 됐다"며 "이런 상황에 후보자를 세게 검증하는 자체가 애매해진 것"이라고 전했다.
야당의 이같은 무의지는 여여 갈등의 시작점이 '친윤' 논란이어서 더욱 그랬다. 김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하고 나서면 그 양상이 마치 강경파의 주장처럼 '친윤이어서 안 된다'고 지적하는 모습으로 비치기 때문이었다.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그래서 고작 야당이 한 게 주인공인 김 후보자가 아닌 '친윤' 논란을 두고 서로 분열하는 여당 때리기였다"며 "초점을 잃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야당의 속내에는 여여 갈등으로 돌아오는 반사이익도 한몫했다. 실제로 김 후보자 청문 국면을 거치면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차 범위 내에서 민주당을 앞지르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여권 분열이 이어지고, 야당 지지율도 오르는 마당이라 참전하기보다는 일단 지켜보자는 기류가 강했다"고 말했다.
여러 셈법 속에 야당마저 손을 놓으면서 국회의 역할인 후보자 자질 검증은 그렇게 실종 상태로 빠졌다. 오히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김 후보자의 검사 시절 사건 처리와 검찰권 남용 등을 저격하면서 존재감을 보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청문회 현장에서 검증은커녕 "여권 집안 싸움으로 청문회가 늦게 열렸다" "검증권을 침해당했다" 등 불만만 쏟아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중수청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중수청장을 검증하는 건 맞지 않다"고 방어하지만, 사실상 정치공학적 실익을 따져 스스로 검증을 포기한 데 따른 책임론에선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적잖다.
다른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어떤 이유에서든 치열하게 검증하고, 청문회에서도 가열찬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며 "무기력한 대응 속에 중수청장이 임명되면서 추후 중수청이 어떤 잘못을 하더라도 야당이 비판하는데 힘을 받지 못할 여지도 커졌다. 이번 청문 국면은 보이콧보다도, 맹탕보다도 못한 무능이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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