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및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종가와 비교해 454.59포인트(p)(7.57%) 하락한 5554.22로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한동안 '박스권'에서 잠잠했던 코스피시장이 이번 주 크게 흔들리면서 '7월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약 8주 만에 '매도 사이드카'가 두 번이나 다시 울리며 변동성장세가 다시 시작될 조짐을 보인 데 이어, 두 달 반 만에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하며 지수가 단숨에 '7천피(P) 근처'에서 '5500 아래'로 주저앉았다. 다시 지수가 반등할 수 있을지, 이대로 주저앉을지를 두고도 증권가의 해석이 엇갈린다.
다만 지수가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의 근거는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 주가가 실적 대비 과도하게 저평가됐다는 데 기인하는데, 자본시장 구조 개혁이 멈춰 선 사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가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7003→5524…단 7거래일 만에 21% 빠졌다
15일 코스피지수는 하루새 7.57% 빠져 5554.22에 정규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2일 7003.74로 마감해 7000선을 회복하는 듯했지만, 이후 7거래일 연속 하락한 것이다.
하락 폭이 심상치 않다. 개천절 연휴가 끝난 뒤 장이 다시 열린 지난 6일엔 전장보다 0.89% 내리는 데 그쳤지만, 이튿날엔 1.98% 내리더니, 8일엔 삼성전자의 사상 첫 분기 영업이익 100조 원 돌파 호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2.62% 빠져 6600선으로 내려앉았다.
이번 주 들어선 하락 폭을 더 키워 12일엔 3.65% 내려 6300선까지 밀렸고, 13일엔 장중 한때 6천선이 붕괴되고 약 8주 만에 매도 사이드카를 울리며 하루새 5.46% 급락했다. 이어 14일에도 장중 한때 6천선이 붕괴됐지만 장마감 땐 0.44% 내리는 데 그치며 간신히 6천선을 사수하는 듯했다.
그러나 결국 15일엔 전날 하락 폭을 만회라도 하듯 단숨에 5500선으로 주저앉아버린 것이다. 장중 한때 5450.81까지 밀려 5500선마저 붕괴되기도 했다.
코스피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KOSPI, volatility)도 지난 2일 종가 기준 40.96포인트에서 전날(15일) 52.30으로 27.7% 상승했다.
W자 반등의 두 번째 바닥이냐, 계단식 하락이냐
하락의 이유 중엔 우선 인공지능(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불안이 자리한다. 8일 삼성전자 실적발표를 기점으로 이전 하락은 경계심리에, 이후 폭락은 '107조 분기 영업이익 신기록'조차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왔다. 삼성전자보다 차세대 D램 양산을 2년 빨리 해보겠다는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말' 한마디로도 주가는 크게 흔들렸다.
증권가에선 'W자 반등의 두 번째 바닥'(KB증권 김민규·김지우 연구원)이란 관측도 나왔다. 7월과 10월 폭락한 뒤 다시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인데, 시장 일각에선 아직 28일과 29일 나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발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제 두 기업의 호실적은 계속되고 있어서다.
이런 역대급 실적도 이기지 못하는 근본적인 문제로는 고금리 불안이 꼽힌다. 전날(15일) 7%대 폭락은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자 인플레이션 우려와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이 직접적인 '트리거'가 됐다.
KB증권 이은택 연구원은 CPI 자체보다, 이 발표로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졌는데도 장기금리가 오히려 하락한 데 주목했다. 장기금리 하락은 향후 경기둔화 우려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CPI 발표 전날 5.21%에서 이후 5.16%로, 30년물은 5.56%에서 5.52%로 각각 떨어졌다.
인플레이션은 단기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데,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로 장기금리는 하락할 수 있다. 아직 미국의 2년물 국채금리는 4%대 후반, 10년물은 5%대 초반이지만, 장·단기 금리가 역전될 때 '닷컴버블' 같은 시장 붕괴가 일어났단 점에서 이대로 '계단식 하락'이 올 수 있단 우려도 잔존한다.
자본시장 개혁 멈춰 서자 '코리아 디스카운트' 돌아왔나
다만 유독 큰 폭으로 빠지는 코스피 시장 상황에 대한 경계도 남는다.
중국 반도체 쇼크가 미국 증시를 먼저 덮친 12일(현지시간)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3.9%, 샌디스크 6% 각각 하락했는데, 13일 삼성전자는 7%, SK하이닉스는 10%대 폭락했다. 미국 CPI 충격 직후 14일(현지시간) 마이크론 낙폭은 4.08%, 샌디스크 5.33%였지만, 15일 삼성전자는 9%, SK하이닉스 11% 넘게 빠졌다.
특히 AI 투자와 반도체 열풍에 힘입어 올여름 미국 CNBC에서도 '나스닥지수와 연동한다'고 평했던 코스피지수는 7~8월 변동성 장세를 겪으며 하락해 '박스권'에 갇힌 뒤 뉴욕과 연동하는 흐름에서 이탈했다. 그 사이 뉴욕 3대지수가 몇 번씩 신고가를 쓰며 상승하다 하락한 터라 코스피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코스피는 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전후 자본시장 개혁 기대감에 힘입어 '2천피(P)'에서 올해 6월 '9천피'를 찍고 '5천피'에서 추가 하락할지, 반등할지 기로에 선 상태다.
AI 생성 이미지한국거래소 데이터마켓플레이스를 보면 지난해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은 6월부터 10월까지 20조 원을 순매수한 뒤 11월 14조 4500억 원을 순매도하며 한차례 차익실현을 했다. 이어 12월과 올해 1월엔 4조 2500억 원을 순매수했지만, 3월 다시 35조 8800억 원 순매도한 뒤 대규모 수급은 들어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5월부터 6개월째 강한 매도세다. 외국인은 5월 코스피 시장에서 44조 7100억 원을 팔아치우고, 6월 48조 6200억 원, 7월 9조 8900억 원, 8월 10조 원, 9월 21조 5천억 원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선 보름 만에 18조 원을 순매도한 상태다.
외국인 '매도폭탄'이 시작된 지난 5월은 국민연금이 국내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기존 14.9에서 20.8%로 상향하고 시장이 예상한 '리밸런싱(자산 비중 조정)'을 포기한 시기다. 이어 6월 초 지방선거 이후 자본시장 개혁 입법이 멈춰 선 사이, SK하이닉스의 미국내 솔리다임 상장 절차는 '중복상장' 논란에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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