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이 12일 부산 동구 해양수산부 별관에서 열린 국회 농해수위의 해수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앵커]
최근 우리 세금으로 해외 조선소 배를 불려주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펀드 지원 심사 기준이 바뀌면서 벌어진 일이라는 지적인데, 과연 사실은 무엇인지 최영주 팩트체커와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서오세요.
[기자]
네. 안녕하십니까.
[앵커]
이 문제, 어디서 시작된 겁니까?
[기자]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이 해양수산부의 '원양어선 안전펀드'를 두고 이런 발언을 했습니다. 들어보시죠.
[인서트]
"원양어선 안전펀드를 어떻게 했나 살펴봤더니 그 예산 중에 상당 부분이 조선소에 지급할 돈이 외국으로 되어 있어요. 국내 건조를 유도하는 평가항목 배점을 낮추고 정성평가를 높였다, 납득이 안 되는 거예요"
[기자]
이후 6만 팔로워를 보유한 정치 인플루언서가 '지원액의 절반 이상이 해외 조선소 배에 들어간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4일 만에 좋아요 약 1만 9천개를 기록한 만큼, 파급력이 상당히 높습니다.
인스타그램(@chanhyeokgim) 캡처[앵커]
'원양어선 안전펀드'라는 말이 낯선데요. 어떤 거예요?
[기자]
오래되고 낡은 원양어선을 새 배로 바꾸도록 정부가 돈을 빌려주는 사업입니다.
원양선사가 조선소에 배를 의뢰할 때 드는 돈의 최대 절반을 무이자로 빌려줍니다.
[앵커]
우선, 지원금의 절반 이상이 해외로 들어간다는 주장은 사실입니까?
[기자]
SNS에서 전체 지원금 781억 중 약 400억 원이 해외로 갔다는 주장이 퍼졌는데요
그런데 이양수 의원실 자료를 보면, 781억원은 지난해까지 집행된 금액이고 이 중 해외 조선소의 일감으로 이어지는 돈은 167억원이었습니다.
올해까지로 넓혀 보면 전체 약 1000억원 가운데 해외 조선소로 이어지는 금액은 약 400억원으로, 앞서 '절반 넘는 금액이 해외로 넘어갔다는 주장'은 서로 다른 기간의 금액을 잘못 비교한 것이어서 사실이 아닙니다.
이양수 의원실 제공[앵커]
또, 이양수 의원 주장의 취지는 '평가 기준이 바뀌면서 국내 조선소와 계약한 업체가 불리해졌다'는 거죠. 설마 일부러 그렇게 했을까 싶긴 한데요.
[기자]
올해 국내 건조 항목 배점이 20점에서 15점으로 줄어든 건 사실입니다. 반면 심사위원 판단이 들어가는 정성평가는 20점에서 40점으로 두 배 늘었습니다. 기존 기준이었다면 국내에서 배를 건조하는 업체가 선정됐을 거라는 게 이 의원의 문제 제기인데요. 다만 이 변화 때문에 국내 건조 업체가 피해를 봤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앵커]
기준이 바뀌면서 국내 건조 업체 점수가 낮아지고, 그래서 탈락한 게 아니에요?
2026년 원양어선 안전펀드 사업 대상자 모집 공고 캡처[기자]
이 사업은 한 곳만 가려 뽑는 방식이 아닙니다.
여러 업체를 뽑을 수도 있고, 적합한 업체가 없으면 한 곳도 뽑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투자심의위원회 의결서를 보면 대만에서 건조하는 업체는 만장일치로 뽑혔고, 국내에서 건조하는 업체는 심의위원 6명 가운데 4명이 부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평가 기준이 달라지며 점수가 조정된 건 맞지만, 이것만으로 탈락을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앵커]
그래도 국내 건조와 관련된 항목 배점이 줄어든 건 사실이잖아요?
[기자]
해양수산부는 정성평가가 늘다보니 정량평가가 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줄어든 정량평가 항목에는 국내 건조 평가와 투자확약서 제출 여부, 자부담 비율 등이 있습니다.
지난해 심의위원회에서 정성평가 비중이 낮아 사업계획서를 충실하게 평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정성평가 비중이 높아지며 사업 추진 타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보니 해외 건조 업체가 뽑혔다는 겁니다.
[앵커]
어쨌든 우리 세금을 쓰는 거라면 해외 조선소보다는 국내 조선소를 이용하면 더 좋을 텐데요.
[기자]
원양 업계도 국내 건조를 원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핵심은 선박의 종류와 건조 비용입니다.
대만에서 만들기로 한 배는 정교한 기술이 필요한 참치 선망선인데, 국내에서는 최근 10년간 만든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중국에서 건조했던 트롤선 두 척도 비슷한 이유였습니다.
비용 차이도 국내가 100억에서 200억, 많게는 두 배까지 더 듭니다.
30년 넘은 원양어선이 80%를 넘어 교체가 시급한 만큼, 국내 건조만을 고집하면 펀드 참여 업체가 줄어 노후 어선 교체라는 펀드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앵커]
정부 지원금의 절반 이상이 해외 조선소로 간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고요. 평가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에 국내 조선업이 피해를 본다고 잘라 말하기도 어렵겠네요.
다만 국내 원양업계와 조선업의 바람을 충족하는 방향으로 제도와 인프라가 정비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 위 콘텐츠는 시청자미디어재단의 '2026 팩트체크 활동지원 사업'의 도움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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