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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의 '대법관 격려금'…'국가재정법 위반' 따져보니[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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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금 지급, 국가재정법 위반 맞나
김명수 때부터 이어진 '관행'이었나
"일절 관여 안 했다"…조희대는 정말 몰랐나
'횡령' '국고손실'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나

조희대 대법원장. 연합뉴스조희대 대법원장. 연합뉴스
'대법관 격려금'을 둘러싼 공방이 국정감사에서 뜨겁다. 여권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법령 근거 없이 대법관들에게 현금을 정기적으로 지급했고, 이는 국가재정법 위반이라고 몰아붙인다. 국민의힘은 전임 대법원장 때부터 이어진 관행을 정치적으로 부풀린다고 맞서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8월 대법원 정기감사 결과에서 법원행정처가 2022년부터 2025년 9월까지 대법관 12명과 법원행정처장에게 격려금 12억990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했다고 밝혔다. 대법관은 매달 평균 200만원 안팎, 처장은 300만원 수준이었다. 감사원은 법원행정처장에게 주의를 요구했다.

여야 주장과 대법원·감사원 설명,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4대 쟁점을 따져봤다.

쟁점① 격려금 지급, 국가재정법 위반 맞나

조희대 대법원장이 생각에 잠겨있다. 윤창원 기자조희대 대법원장이 생각에 잠겨있다. 윤창원 기자
감사원은 대법관 격려금 지급을 부적정 사례로 지목했다. 격려금은 성과가 우수한 부서나 직원에게 집행해야 하는데 사실상 '월정액'처럼 매달 지급했다는 것이다.

논란은 국감에서 다시 불붙었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지난 6일 대법원 국감에서 매달 같은 금액을 주는 건 국가재정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지난 12일 감사원 국감에서 김호철 감사원장은 서 위원장의 질의에 처음엔 "지침에 위반된다"고 답했다. 서 위원장이 거듭 묻자 국가재정법에 근거한 지침을 위반했다고 한발 나아갔고, 결국 "재정법 위반"이라고 답했다.

다만 감사 결과에는 '국가재정법 위반'이라는 표현이 없다. 감사원이 근거로 든 건 '대법원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이다. 법령에 근거가 없는 월정액 등 정기적 격려금 지급을 금지한 대법원 자체 지침이다.

그렇다면 국가재정법은 어떻게 규정돼 있을까. 해당 법 제45조는 각 중앙관서의 장이 세출예산이 정한 목적 외에 경비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대법관 격려금 지급이 국가재정법 위반에 해당하려면 이 조항이 금지한 '목적 외 사용'으로 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2022~2024년 매년 9억원, 2025년 18억원을 격려금 예산으로 따로 편성했다. 형식상으로는 격려금 예산을 격려금으로 쓴 셈이다.

결국 따져봐야 할 건 돈의 실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격려금은 성과에 따라 그때그때 지급하는 경비로 보수와는 성격이 다르다. 성과와 관계없이 매달 비슷한 금액을 줬다면 사실상 보수를 얹어준 것이고, 예산이 정한 목적에서 벗어났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일률적 지급으로 격려금의 성격을 벗어났고, 집행지침이 국가재정법 체계 안에서 만들어진 만큼, 넓게 보면 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회 예산에 정통한 한 재정 전문가는 "큰 틀에서 국가재정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며 "정확히는 국가재정법에 근거한 지침을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도 지난 8일 국감에서 예산집행지침상 법령 근거가 없는 부적절한 집행이라고 밝혔다.

종합하면 국가재정법 위반이라는 주장은 법령 체계상 성립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쟁점② 김명수 때부터 이어진 '관행'이었나

연합뉴스연합뉴스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은 감사원 국감에서 격려금 절반 이상이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지급됐는데도 감사원이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며 편파적인 감사라고 주장했다. 김태규 의원도 대법관 재제청 문제가 풀리지 않자 흠집을 내려는 시도라고 했다.

전임 체제부터 지급된 건 사실이다. 연도별 지급액은 2022년 3억4600만원, 2023년 3억3750만원, 2024년 3억6450만원, 2025년(9월까지) 2억5100만원이다. 조 대법원장은 2023년 12월 취임했다.

다만 법원 안팎에선 오래된 관행이고, 오히려 범위를 줄여온 결과라는 설명이 나온다. 대법원 사정을 잘 아는 법조계 관계자는 "과거엔 대법원장 업무추진비를 판사와 법원장 격려에 폭넓게 썼는데, 지적이 나오면서 조금씩 줄여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례에 비해 과도했는지, 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지침에 어긋난 정기 지급은 조 대법원장 취임 이후에도 계속된 건 분명한 사실이다. 게다가 2024년 5월부터는 지침 위반을 마치 가리는 식으로 지급 방식이 바뀐 부분이 포착됐다. 어떤 달은 100만원, 어떤 달은 400만원을 주는 식이다. 겉으로 보면 매달 같은 돈을 주는 것 같지 않지만, 실제로는 매달 빠짐없이 지급했고 1년 합계도 이전과 비슷했다. 감사원은 이를 두고 월정액이 아닌 것처럼 겉모양만 바꾼 것이라고 판단했다.  

감사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지난달 28일 법사위에서 7월부터 기획예산처 방식대로 지급하고 있다고 했고, 지난 6일 국감에선 개선 방식을 감사원과 협의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러나 김 원장은 "합의한 사실은 없다"고 했다.

진보당 손솔 의원에 따르면 한 대법관은 7월 300만원, 9월 400만원을 받았다. 대부분의 대법관이 석 달간 600만~700만원을 현금으로 받아 한 달 200만원 안팎으로 감사 전과 비슷했다. 김 원장도 "주의 요구 취지와 맞지 않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밝혔다.

격려금 지급이 전임 대법원장 때 시작됐다는 주장은 사실이지만, 조 대법원장 체제에서 지급 방식의 겉모양만 바꿔 계속 지급됐고 감사원 지적 이후에도 지급을 이어갔다는 점에서 단순한 관행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쟁점③ "일절 관여 안 했다"…조희대는 정말 몰랐나

조 대법원장은 지난 6일 대법원 국감에서 "지출관이 따로 있어서 그 사람이 지출하는 것이지 대법원장은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같은 자리에서 노 처장은 "격려금 지급 결정권자는 대법원장"이라고 답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향해 '거짓 해명'이라고 비판했다.

감사원은 회계서류 등을 통해 대법원장이 격려금을 지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민주당 김의겸 의원실에 서면 답변했다. 김 의원이 열람한 지급결의서를 보면 재무담당관이 인출한 현금은 대법원장 비서실장과 비서관을 거쳐 각 대법관 방으로 전달됐고, 단계마다 날인이 남아 있었다.

다만 법원 안팎에선 대법원장이 구체적인 집행 방식까지 알기는 어려웠다는 시각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예산 배정은 사실상 행정처 차장 선에서 정해지고, 대법원장에게는 예년 기준대로 집행한다는 정도로 보고가 올라간다"며 "행정처장이나 차장은 좀 알고, 대법원장은 그보다는 모르니 말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대법원장이 실제로 알았는지와 관계없이 법적으로는 대법원장이 지급한 돈이라는 입장이다. 김 원장은 "집행지침에 따르면 격려금의 지급 주체는 기관장"이라고 말했다.

물론 조 대법원장이 지급 구조를 구체적으로 알았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국감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해 위증 여부를 따질 수 없다는 점도 진실 공방을 가리기 어렵게 만드는 대목이다.

쟁점④ '횡령' '국고손실'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나

연합뉴스연합뉴스
조국혁신당은 격려금 지급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를 적용해 조 대법원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감사원은 형사 조치까지 가지 않았다. 정상우 사무총장은 고발 여부를 검토했지만 그 정도에 이르지 못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가재정법에는 예산을 목적 외로 쓴 데 대한 처벌 조항이 없다. 한 재정 전문가는 "징계는 할 수 있지만 국가재정법만으로는 형사처벌을 못 한다"며 "현행 체계에서는 감사원의 주의 처분이 최선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형사책임을 물으려면 횡령이나 국고손실을 입증해야 한다. 특가법상 국고손실죄는 예산 집행을 맡은 회계관계직원이 국고에 손실을 끼칠 것을 알면서 횡령·배임을 저질렀을 때 성립한다.

여권에선 처벌이 가능하다고 본다. 대법원은 2019년 11월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사건에서 국정원장도 국고손실죄의 주체인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한다고 처음 인정했다. 국정원장이 특활비의 사용처와 지급 시기, 금액을 직접 정하고 실제 지출에도 관여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장에 대한 판례는 없지만, 이 기준에 비춰 충분히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기류다. 아울러 노 처장이 국감에서 지급 결정권자가 대법원장이라고 증언한 점도 핵심 근거라는 판단이다. 진술이 엇갈린 만큼 둘 중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고손실죄가 성립하려면 회계관계직원이라는 신분 외에도 국고에 손실을 끼칠 것을 알면서 돈을 집행했다는 고의가 입증돼야 한다. 대법원장실을 거쳐 돈이 전달된 구조는 확인됐지만, 지급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조 대법원장의 해명을 뒤집고 그가 이를 알고 결정했다는 것까지 입증해야 한다는 점도 관건이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혐의 성립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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