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검색
  • 댓글 0

실시간 랭킹 뉴스

노동장관이 꼽은 '모범' 파업 기로…공공부문 원청교섭 갈등 커지나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노컷뉴스를 선호 하는 출처로 추가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부산교통공사 하청노조 21일까지 협상 진전 없으면 22일 파업
원·하청 공동파업도 예고…인천공항 하청 노조, 23일 경고파업으로 동참
노동부 "양측 입장 조율되도록 지도"…노동계, 공공부문 교섭 지연·의제 제한 비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윤창원 기자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윤창원 기자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7개월이 지나도록 정부가 '모범 사용자'를 자처한 공공부문에서조차 원청교섭이 막히면서, 하청노조들이 잇따라 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원·하청 교섭의 모범 사례로 꼽았던 부산교통공사에서는 원청을 상대로 쟁의권을 확보한 자회사 노조가 21일까지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22일 파업에 들어간다. 인천공항 등 다른 공공부문 하청노조들도 같은 주 파업을 예고했다.

19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주를 '원청교섭 공동파업·공동투쟁 주간'으로 선포한다.

노조는 22~23일 부산지하철, 인천공항,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민간 사업장인 LG유플러스 등 4개 사업장에서 6500명이 파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24일에는 서울 숭례문 앞 세종대로에서 1만 명 규모의 총궐기를 연다.

장관이 직접 찾았던 부산교통공사…교섭 대상 놓고 평행선

가장 먼저 파업 여부가 갈리는 곳은 부산지하철노조 운영서비스지부다.

부산교통공사 자회사 노동자 960명으로 구성된 운영서비스지부는 21일 오후 3시 공사와 마지막 교섭을 한 뒤 오후 6시 비상총회를 연다. 그때까지 진전된 안이 나오지 않으면 22일 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23일부터는 부산교통공사 소속 노동자들과 원·하청 공동파업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부산지하철노조는 지난달 29일 부산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으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노조는 파업이 현실화하면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원청을 상대로 쟁의권을 확보해 실제 파업에 들어가는 첫 사례가 된다고 설명했다.

부산교통공사는 7개월 전 정부가 모범 사례로 꼽은 곳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개정법 시행 17일 만인 3월 27일 부산교통공사를 찾아 모·자회사 노사와 간담회를 했다.

당시 노동부는 모회사 노조와 자회사 노조가 연대해 공동교섭을 준비하는 이 사례가 다른 공공기관과 민간으로 확산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섭은 이후 난항을 겪었다. 노조에 따르면 공사는 시설 개선 의제에 대해서는 교섭 당사자임을 인정했지만, 원가설계 개선과 인력 증원은 노동부 지침을 근거로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시설 개선도 공사 제시안이 노조 요구에 크게 못 미쳐 결국 조정이 중지됐다는 게 노조 설명이다.

핵심 쟁점은 자회사 인건비를 어떻게 산정하느냐다. 2024년 12월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례 변경 이후 자회사는 시간외수당과 연차수당을 통상임금 기준으로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공사가 자회사 인건비를 이보다 낮은 부산시 생활임금 기준으로 설계해 내려주면서, 자회사가 지난해부터 구조적 적자에 빠졌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공사 소속 노동자들로 구성된 본사 지부는 별도로 법정 안전기준을 지키려면 755명이 더 필요하다며 인력 증원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부도 공사 차원에서 풀기 어려운 구조를 교섭 난항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부산교통공사의 경우 공사 자체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있고, 부산시와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 이견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파업 여부는 21일 마지막 교섭 결과에 달렸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인천공항공사) 3개 자회사 노동자 3800명으로 구성된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인천공항지부)는 23일 하루 경고파업을 예고했다.

다만 이번 파업은 원청인 공사가 아니라 자회사를 상대로 확보한 쟁의권에 근거한다. 지부는 지난해 자회사와의 교섭 과정에서 확보한 쟁의권으로 23일 파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원청인 공사를 상대로 한 쟁의 조정은 이제 막 시작됐다. 지부는 13일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원청교섭 관련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공항은 공익사업장이어서 조정이 15일간 진행되며, 결과는 이달 말쯤 나온다.

쟁점은 4조2교대 개편이다. 지부에 따르면 3개 자회사는 2022년 노조와 3조2교대를 4조2교대로 바꾸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공사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4년째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게 지부 주장이다.

지부는 올해 원청교섭에서 4조2교대 개편을 요구했다. 하지만 공사는 4조2교대 개편이 산업안전 의제가 아니어서 교섭 대상이 아니고, 산업안전과 관련이 있더라도 자회사 경영권에 해당한다며 교섭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회사는 원청 승인을 이유로 시행을 미루고, 원청은 자회사 경영권이라며 교섭을 거부하는 구조라는 게 노조 설명이다. 지부는 22일 공사 국정감사 결과를 지켜본 뒤 파업 여부를 최종 판단할 계획이다.

연합뉴스연합뉴스

공공부문 '모범 사용자' 자처했지만…결국 '시험대'

공공운수노조는 원청교섭이 진척되지 않는 근본 원인으로 복잡한 교섭 절차와 좁은 정부 해석지침을 꼽는다. 노조에 따르면 공공운수노조가 교섭을 요구한 원청 약 70곳 가운데 실제 교섭이 진행되는 곳은 18곳에 그친다. 원청이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노동위원회 판단과 교섭단위 분리,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차례로 거쳐야 해 교섭 테이블에 앉기까지 수개월이 걸린다는 것이다.

교섭이 시작돼도 원청 상당수는 노동위원회가 사용자성을 인정한 산업안전 의제만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의 교섭절차 매뉴얼도 노동위원회가 인정한 근로조건 외의 의제는 노사가 자율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노조는 또 정부 해석지침이 총액인건비 범위에서 운영되는 공공기관에 대해 원칙적으로 정부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아, 정부가 인건비를 정하는 공공부문에서 임금·인력 교섭이 막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노조는 △원청 사용자성에 관한 정부 해석지침과 노조법 시행령 개정 △공공부문 원청교섭 응낙 원칙 수립 △교섭의제 제한 없는 원청교섭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파업이 현실화하면 정부가 '모범 사용자'를 자처한 공공부문에서 원청교섭 파업이 처음 벌어지게 된다. 정부는 개정법 시행 직후 모범 사용자로서 공공부문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선도적인 노사관계 모델을 만들어 민간으로 확산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그 출발점인 공공부문에서 교섭이 파업으로 이어지는 만큼, 노동계는 개정법 안착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공공부문에서조차 교섭 지연과 의제 제한이 반복돼 파업까지 일어난 판에 민간 원청들의 교섭 회피도 확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파업 전까지 노사 간 조율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최대한 양측의 입장이 조율될 수 있도록 계속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여러분의 제보가 CBS노컷뉴스의 시작입니다. 끝까지 취재하겠습니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