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중국의 청년 실업 문제가 예사롭지 않다. 도시 청년실업률은 두 달 연속 상승하며 지난 8월 18.9%를 기록했다. 하지만 청년들이 체감하는 상황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실제 청년실업률이 공식 통계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심각한 취업난과 인공지능(AI)에 따른 일자리 감소가 현실화하면서 중국의 Z세대 청년들이 '잃어버린 세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올 정도다.
베이징에서 최근 정규직으로 입사한 샤오밍(가명·24)은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매달 최소 50곳에 이력서를 제출했다. 넉 달 동안 필사적으로 200곳 넘는 회사에 지원했지만 최종 면접을 본 곳은 5곳에 불과했다.
최종 면접에서 모두 낙방하면서 지금 다니는 회사는 올해 여섯 번째 면접을 보고서야 붙었다.
어문학을 전공한 샤오밍은 "지난해 우리 학과의 취업률이 0%이고 진학률이 100%라고 한다"며 "매우 놀라운 수치"라고 말했다. 취업에 한 명도 성공하지 못하고 모두 대학원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물론 샤오밍도 취업문을 쉽게 열지 못해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이런 선택은 개인과 가정 모두에 큰 부담을 준다"고 우려했다.
취업문이 좁아지다 보니 통상 1년 준비하던 공무원 시험 합격도 요즘은 3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연고도 없는 지역에 비행기를 타고 가서 시험을 보기도 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취업전선에서 최근에는 AI 면접까지 추가되면서 청년 구직자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서류 심사를 통과해야 주어지는 AI 면접은 사람이 아닌 기계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이다.
취업 준비생들은 "내 답변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표정이 드러나지 않아 매우 어려운 과정"이라고 말한다. AI 면접관은 중국어뿐 아니라 영어로도 질문하고 때로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연합뉴스취업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로 '보여주기식 채용'이 꼽힌다. 회사가 성장하고 있다고 포장하기 위해 대학 졸업 시즌 인턴을 대거 모집해 놓고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지 않는 식이다.
최근 중국 장쑤성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가 대졸 신입사원 440명을 채용한 뒤, 입사 한 달여 만에 107명과 근로계약을 해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샤오밍은 "졸업생과 인턴들을 소모품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적은 일자리를 놓고 많은 구직자들이 경쟁하다 보니 '불공정한 관행'에 맞서지 못하는 실정이다. 중국의 올해 대학 졸업자 수는 역대 최대인 1천270만 명에 달한다.
어렵사리 취업을 했다고 해도 근무환경이 열악해 오래 버티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익명을 요구한 직장인은 "많은 회사가 일주일에 6일씩 일하도록 하고, 심지어 7일 내내 일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음식 배달 등 플랫폼 종사자들이 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싱크탱크인 중국 신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플랫폼 종사자 수는 지난해 2억 8천만 명에서 올해 3억 2천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도시 전체 고용의 40%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다.
배달 라이더로 일하는 덩쥔(27)은 대학 졸업 후 중소기업에 취직해 영업 업무를 하다가 3년 전 업종을 바꿨다. 휴일 근무 등 일한 만큼 수입이 늘지 않아 힘들고 스트레스가 컸다. 덩쥔은 "그래도 배달 일은 노력과 수입이 비례하기 때문에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일을 하는 장웨이(가명·26)는 "배달 일을 하기 전에는 경비원으로도 일했고, 전자공장과 음식점에서도 근무했다"면서 "배달은 바깥에서 돌아다닐 수 있어 자유롭게 느껴져 일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중요한 것은 월급이 적고 휴식 시간도 적다는 것"이라고고 씁쓸해 했다.
AI에 따른 일자리 감소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신입사원을 뽑는 대신 AI 에이전트로 대체하는 기업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상하이과학기술대 연구진이 2022년부터 현재까지 중국 주요 채용 플랫폼 5곳에 올라온 구인 공고 7억 건을 분석한 결과, AI 도입에 따른 채용 수요 감소는 경력 1~3년의 초·중급 인력에게 가장 두드러졌다.
이미 번역 등 일부 학과 출신들은 졸업장이 취업시장에서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중국 경제수장인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가 지난해 주요 기업들에 AI가 고용에 미칠 영향을 문의한 결과, 일부 기업은 기존 일자리의 30% 이상이 사라질 수 있다고 답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일자리 감소와 열악한 근무 환경이 맞물리면서 경제적 독립을 포기한 중국 젊은층들은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미래 계획을 세우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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