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관 대표. 박종민 기자23명이 숨진 경기 화성 '아리셀 참사'로 재판에 넘겨진 아리셀 박순관 대표에게 징역 4년이 확정됐다. 함께 기소된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도 징역 7년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중대재해처벌법상 사업총괄책임자와 안전보건업무책임자의 책임 범위와 판단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0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산업재해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와 박 본부장 등의 상고심에서 검사와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이 같은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아리셀 임직원 2명에게는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금고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아리셀 법인에 대한 벌금 8억 원도 확정됐다.
대법원은 박 대표가 아리셀의 사업을 총괄하는 경영책임자로서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박 본부장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관리책임자였지만,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업무책임자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현장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화성=박종민 기자
대법원은 박 대표에게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박 대표가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기 위한 업무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점도 인정했다. 아리셀에 위험성평가 관련 규정과 계획이 존재했지만, 리튬전지 제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폭발·화재 위험 등 사업장의 특성이 구체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중대산업재해 발생에 대비한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지 않은 점도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 위반으로 인정했다. 이 같은 의무 위반과 사망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원심 판단도 정당하다고 봤다.
다만 대법원은 항소심에서 박 본부장 등에 대한 비상구·비상통로 유지 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은 판단도 유지했다. 사고가 발생한 공장 2층에 별도의 비상구를 설치할 의무가 없고, 비상통로 유지 의무를 부과할 명확한 법적 근거도 없다는 판단이다.
앞서 1심은 박 대표와 박 본부장에게 각각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박 대표의 형량을 징역 4년으로, 박 본부장의 형량을 징역 7년으로 낮췄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고로 2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치는 등 결과가 중대하다고 판단하면서도, 박 대표가 아들에게 업무 상당 부분을 맡긴 데에는 경영상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봤다. 피고인들이 사망자 유족 전원 및 부상자들과 합의한 점도 양형에 고려했다.
아리셀 참사는 2024년 6월 24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아리셀 공장에서 리튬전지 폭발로 불이 나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친 사고다.
박 대표는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를 마련하지 않고 중대재해 발생에 대비한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 본부장 등은 전지 보관·관리와 화재 대비 안전교육 및 소방훈련 등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의 의의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등' 중 사업총괄책임자와 안전보건업무책임자의 의미, 안전보건업무책임자 인정의 판단기준 및 사업총괄책임자와 안전보건업무책임자 사이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와 그 위반에 따른 책임의 귀속주체를 정하는 기준에 대해 최초로 판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3호 규정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업무절차와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 규정 위험성평가 절차의 관계 및 위 시행령 제4조 제3호 단서에 따른 같은 호 본문 의무 이행 간주의 요건과 범위에 대해 최초로 판시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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