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틸리카이넨 감독이 19일 대한항공과 컵대회 경기에서 선수들을 격려하는 모습. KOVO 프로배구 남자부 삼성화재가 만년 하위권의 오명을 딛고 명가 재건을 위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디펜딩 챔피언 대한항공을 상대로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펼치며 새 시즌 돌풍을 예고했다.
삼성화재는 19일 전남광주 여수시 진남체육관에서 열린 '2026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A조 대한항공과 1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1-3(21-25 26-28 25-16 20-25)으로 졌다. 비록 졌지만 2시간이 넘는 접전이었고, 경기 후 대한항공 헤난 달 조토 감독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접전이었다.
새 외인 주포 호키가 양 팀 최다 3블로킹에 28점으로 한국 무대 데뷔전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무려 212cm의 왼손 거포 호키는 이날 랠리 중 상대가 리시브로 넘긴 공을 그대로 강력한 스파이크로 끝내는 괴력으로 탄성을 자아냈다. 김우진이 17점, 이우진이 7점으로 힘을 보탰다.
삼성화재, 대한항공에서 각각 왕조 구축에 힘을 보탠 베테랑 세터 유광우의 노련한 볼 배급도 빛났다. 대한항공 3연패를 유광우와 함께 일궜던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올 시즌 전 나란히 삼성화재에 새 둥지를 틀었다. 틸리카이넨 감독이 "유광우 매직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한 대로였다.
이날 삼성화재는 1세트를 4점 차로 내줬지만 2세트 대접전을 펼쳤다. 호키가 무려 12점을 퍼붓는 활약으로 대한항공을 몰아붙였다. 듀스 끝에 아쉽게 2세트도 뺏겼지만 3세트를 잡아내며 분위기를 바꿨다. 8시즌 연속 봄 배구가 무산된 지난 시즌이었다면 허무한 0-3 패배로 끝났을 테지만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삼성화재 거포 호키(오른쪽)와 유광우가 하이파이브하는 모습. KOVO
승부처였던 4세트는 어쩔 수 없는 전력과 경험이 차이가 드러났다. 호키가 7점으로 분전했지만 대한항공은 케트진스키와 정지석 쌍포가 14점으로 폭발했다. 여기에 노련한 대한항공은 서브로 젊은 삼성화재 수비진을 흔들었고, 아무리 유광우라도 불안한 리시브에 가까스로 한 손 토스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
경기 후 헤난 감독은 "스피드도 빠르고, 공격 화력이 있던 팀이라 긴장감이 높은 경기였다"고 접전을 인정했다. 대한항공 주장 정지석도 "역시 유광우 형이 수비하기 어려운 토스를 줬다"면서 "우리 미들 블로커들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패배에도 틸리카이넨 감독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선수들이 열정적으로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있었다"는 틸리카이넨 감독은 "기술적인 보완이 이뤄지고 3점 정도만 우리 포인트로 만들면 세트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비가 좋았다는 평가다. 이날 삼성화재의 리시브 효율은 34.15%로 25.68%의 대한항공보다 높았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리시브가 기술적으로 많이 좋아지고 있다"면서 "A 패스를 만들어주도록 더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짚었다.
중국 국가대표 출신 삼성화재 아시아 쿼터 왕빈. 삼성화재 다만 공격력에서 살짝 아쉬웠다. 이날 삼성화재의 공격 성공률은 45.13%로 45.45%의 대한항공과 대등했지만 블로킹에서 8-13으로 뒤졌다. 4세트 막판 상대 정지석의 퀵오픈이 잇따라 성공한 반면 김우진의 오픈 공격은 블로킹에 걸리면서 승부가 갈렸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수비는 좋았는데 공격에서 보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중국 국가대표 출신 아웃사이드 히터 왕빈(196cm)이 빠져 있는 상황. 아시안게임 등 비시즌 국가대표 일정을 치른 왕빈은 체력과 몸 상태를 회복하고 있다. 왕빈이 합류한다면 기존 호키, 김우진과 강력한 삼각 편대를 구축할 전망이다. 대한항공 등 다른 구단 관계자들도 "왕빈이 오면 삼성화재는 정말 달라질 것"이라고 경계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 몇 점을 주고 싶은지 묻자 틸리카이넨 감독은 "선수들에게 10점 만점에 8.5점을 주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질문한 기자에게 "당신은 몇 점을 줄 것인가"라고 되물었는데 "8.6점"이라는 답변을 듣자 틸리카이넨 감독은 엄지를 치켜세우고 미소를 지으며 인터뷰실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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