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정부가 조류충돌 전담 인력과 장비를 대폭 늘렸지만 실질적인 사고 예방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재 대책이 저고도 위주의 처방에 머물고 있어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항공 안전과 환경 보호 사이에서 발생하는 부처 간 엇박자를 해소할 국가적 컨트롤타워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참사 후 수십억 예산 투입 장비·인력 대폭 확충
17일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무안공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12.29 제주항공 참사 이후 전국 공항의 조류충돌 전담 인력은 기존 118명에서 150명으로 27%가량 늘었고, 무안공항은 4명에서 12명으로 3배 증원됐다.
주요 장비 확충에도 10억 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됐다. 먼저 시야 확보가 어려운 야간에 조류 탐지가 가능한 '열화상카메라'는 17대에서 31대로 확충됐다.
이동지역 외곽 주변에 소리로 조류를 분산시키는 '폭음경보기'는 138대에서 159대로 늘었고, 조류 주변 발포로 분산 및 포획을 하는 '엽총'은 150정에서 183정으로 증가했다. 조류가 기피하는 음파를 쏘는 '음파발생기' 1대도 신규로 구매했다.
조류충돌 사고와 비정상 운항 여전히 '진행형'
2024년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객 181명을 태운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를 이탈해 사고가 발생한 사고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습작업을 벌이고 있다. 황진환 기자문제는 이러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전국 공항에서 조류충돌 발생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한국공항공사 자료를 보면 인천공항을 제외한 전국 공항의 조류충돌 현황은 2024년 110건에서 2025년 108건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인천공항 역시 2024년 41건에서 2025년 40건으로 비슷했다.
3년 추이도 마찬가지다. 인천공항의 운항 편수 1만 회당 조류 충돌 발생 비율을 보면 2024년 0.99건, 2025년 0.94건, 2026년(8월 기준) 0.97건으로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조류 충돌로 인한 '비정상 운항'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2025년 5월 1일 김해공항에서는 여객기가 상승 중 조류충돌로 인한 엔진 손상으로 회항했고, 같은 해 8월 21일에도 김해공항에서 여객기가 상승 중 비정상 운항으로 회항하는 일이 발생했다.
같은 해 9월 8일에는 사천공항에서 여객기가 상승 중 비정상 운항으로 연결편이 결항했다. 올해 6월 18일에는 무안공항에서 이륙 질주 중이던 경항공기가 꿩 1마리와 충돌해 전면돌출부와 프로펠러가 손상되는 비정상 운항 사례가 보고됐다.
'고고도' 뚫린 저고도 위주 처방…대책 실효성 한계
더 큰 문제는 현재 조류충돌 방지 대책이 저고도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과거 통계와 연구에 따르면 비정상 운항을 유발하는 고위험 충돌은 체중 500g 이상이며 무리 비행을 하는 기러기, 왜가리 등 중·대형 조류에 의해 주로 일어난다.
이로 인한 대형 사고는 대개 높은 고도에서 발생하지만, 엽총이나 폭음경보기 등은 에어사이드(공항 내부) 등 저고도 중심의 처방에 불과하다. 고고도 대책인 '조류탐지레이더' 역시 98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2028년 7월에나 도입될 예정이지만 운영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2024년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객 181명을 태운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를 이탈해 사고가 발생한 사고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습작업을 벌이고 있다. 황진환 기자한국환경연구원 이후승 연구위원은 "엽총이나 차량 순찰은 에어사이드, 즉 낮은 고도의 공항 내부에 대한 활동"이라며 "소리로 철새를 놀라게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고 높은 고도에 있는 조류들을 컨트롤하거나 다가가는 것은 더욱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류탐지레이더 도입에 대해서도 그는 "조류레이더는 현 시점에서는 그냥 새들이 있고 없고를 파악하는 정도"라며 "충돌을 예방을 한다든가 사고를 막아줄 수 있다든가 하는 측면에 있어서는 그다지 실효적인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공항 반경 13km 밖의 높은 고도 영역에서는 사전 예방적 대응이 필수적"이라며 "휴식지와 먹이 활동, 잠자리를 규칙적, 반복적으로 오가는 새들의 서식과 이동 습성에 대한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항공기 이착륙 시간표와 연계해 충돌을 회피하는 방식이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밝혔다.
부처 간 엇박자 심각…"국가적 컨트롤타워 시급"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 부재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철새 증가의 요인이 되는 생태 갯벌 확대를 추진하는 해양수산부 및 환경부의 입장과 항공 안전을 우선시하는 국토교통부 간에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용기 의원은 "국토부는 항공 안전을 위한 정책을 수립해야 하고 해수부나 환경부는 철새 도래지 환경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며 "적어도 공항 근처에서는 철새 도래지 등의 생태 복원 문제를 함께 논의해서 처리할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후승 연구위원은 "생태 정보와 공항의 안전 관리 기법을 연결해 분석할 전문 연구기관이 필요하다"며 "사람의 관점이 아닌 새의 생태적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