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과천청사 공수처 모습. 황진환 기자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영장은 집행이 원칙'이라고 강조하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신병 확보 의지를 드러냈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이 "체포영장은 불법 무효"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만큼 집행 과정에서 대통령경호처와의 물리적 충돌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함께 공조수사본부(공조본)를 꾸린 경찰과 영장 집행에 동원할 인력과 규모 등을 논의해 결정한 뒤 이르면 2일 윤 대통령 체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측과 영장 집행 전에 미리 일정을 조율할 가능성에 대해 "통상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는다"라고 일축했다.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이상 원칙대로 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신정' 휴일인 이날 집행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휴일 집행과 조사가 평일보다 현직 대통령 경호 문제 등에서 용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공수처는 이날 경찰 등과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한 최종 점검 등을 하며 막바지 검토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오동운 공수처장은 전날 출입기자단에 이날 오전 청사에 출근해 '도어스테핑'을 진행하겠다고 공지했다. 오 처장이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힐 가능성도 있다.
공조본은 지난 30일 오전 0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과 수색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30시간이 넘는 장고 끝에 영장을 발부했다.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유효기간은 오는 6일까지다.
공수처는 법원이 △피의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은 점 △향후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는 점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점 등 공수처가 영장을 청구하면서 적시한 세 가지 사유를 인정해 발부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영장 발부를 통해 공조본은 윤 대통령을 체포할 명분과 수사권 논란도 해결하게 됐다. 그동안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에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공수처법상 공수처의 직접 수사 대상 범죄에 내란죄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법원이 윤 대통령 측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영장을 발부하면서 공수처 주장에 힘이 실린 상황이다.
윤 대통령 측은 여전히 "불법적인 영장청구는 무효"라고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과 체포영장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공수처는 '체포영장은 집행이 원칙'이라며 추가 소환 요구 없이 윤 대통령을 체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실제 체포영장 집행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법원이 '12·3 비상계엄 사태'로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탄핵 반대, 주사파 척결 등을 요구하며 시위하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일부 진보성향 매체의 카메라 앞을 깃발로 가리고 있다. 박종민 기자우선 윤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지키는 대통령경호처와 문제다. 공조본은 체포영장과 함께 받은 수색 영장을 통해 관저 진입을 시도할 예정이지만, 경호처가 지난 압수수색 당시와 마찬가지로 '군사상 비밀'과 '국가의 이익'을 이유로 영장 집행을 막아설 가능성이 있다. 실제 경호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이후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경호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애매한 입장을 밝혔다.
경호처와 협의가 원만히 진행되지 않을 경우 물리력을 동원해야 하기 때문에 인력 확보도 필요하다. 공수처에서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은 검사 15명, 수사관 36명이 전부다. 공수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함께 영장 집행을 나서는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 체포가 이뤄지면 조사는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공수처 청사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공수처는 청사 내 조사 장소와 관련해서도 윤 대통령 측에 1~3차 출석요구서를 보낼 때 이미 특정해서 공지했다는 입장이다. 필요할 경우 별도의 조사 공간을 만들어 조사할 수 있겠지만, 이미 조사실 등 사전 준비는 사실상 끝났다는 의미다. 공수처는 조사를 진행한 뒤 윤 대통령을 서울구치소에 구금할 예정이다. 공수처는 조사와 별개로 체포 시점부터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윤 대통령을 석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