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제주항공 참사 사고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습작업을 벌이고 있다. 무안(전남)=황진환 기자제주항공 참사를 계기로 국내 항공업계 특히, LCC(저비용항공사) 업계의 취약한 정비 환경과 능력이 조명되면서 '항공 MRO(유지·보수·정비)'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항공 MRO는 (유지·보수·정비)는 항공기 안전 운항과 성능 유지에 필수적인 분야지만, 국내 MRO 역량은 주요 선진국보다 한참 뒤처진다는 평가다.
항공기 정비 외국 의존도 높아, LCC는 70% 넘어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적항공사가 유발하는 MRO 시장은 2022년 기준 2조 3천억 원 수준으로, 세계 시장의 약 2%에 불과하다.
게다가 외국 의존도가 높아 국내 MRO 산업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게 국토부 진단이다.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이 국토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국적항공사 항공기 정비 비용은 총 3조 3697억 원이다.
이 가운데 국외 정비 비용이 1조 9898억 원으로, 전체 정비 비용의 60%에 육박했다.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빼고 LCC로 한정하면 지난해 LCC 전체 정비 비용 7075억 원 가운데 국외 정비 비용은 5027억 원으로 그 비중이 70%를 넘었다.
국내 LCC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LCC(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를 제외하면 외국 의존도는 한층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9일 제주항공 참사 사고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습작업을 벌이고 있다. 무안(전남)=황진환 기자권영진 의원 "육성한다던 MRO 사업 외려 퇴보"
두 대형항공사 자회사 LCC는 MRO 핵심인 엔진 정비 등 고난도 기술을 일부 보유한 모회사에 엔진 정비를 맡길 수 있지만, 나머지 LCC는 엔진 등 이상 시 기체를 외국에 내보낼 수밖에 없다.
국적 LCC MRO 전문인 한국항공서비스(KAMES)가 있지만, 아직은 역량이 기체 중정비를 넘어 엔진 정비까지는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국내 MRO 현실 타개를 위해 정부는 2021년 8월 '항공정비(MRO)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국내 MRO 기술 수준을 높여 국내 시장을 확대함으로써 외국 의존도를 낮춘다는 전략이다.
당시 국토부가 제시한 주요 목표는 국내 MRO 처리 규모를 2020년 7천여억 원에서 2030년 5조 원으로 확대하고, MRO 국내 정비 비율도 2020년 44%에서 2025년 70%로 높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2023년 국내 MRO 비용은 약 1조 4천억 원에 그쳐, 2019년 1조 5천억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국내 정비 비율은 41%에 불과했는데 이는 목표치 비교 시점인 2020년보다 3%p 하락한 수치다. 2019년 국내 정비 비율 55%와 비교하면 하락 폭이 무려 14%p로 커진다.
권영진 의원은 "정부가 육성한다던 MRO 산업이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업결합 완료 대한항공 'MRO 사업 확장' 주목
연합뉴스이에 대해 국토부는 "코로나로 위축됐던 전 세계 항공 운항이 2023년 급증하면서 글로벌 MRO 수요도 대폭 늘어남에 따라 부품값 상승 등 MRO 비용이 크게 오른 영향"이라고 해명했다.
외국 의존도가 특히 높은 국내 LCC의 MRO 비용 부담이 대폭 상승하면서 전체 국적항공사의 국내 정비 비율을 끌어내렸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나항공과 기업결합을 완료한 대한항공은 MRO 사업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대한항공은 약 2년 후 '통합 대한항공' 출범으로 경쟁력을 가장 크게 높일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로 항공 MRO를 꼽고 있다. 대한항공은 인천국제공항 인근 운북지구에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새 엔진 정비 공장을 건설 중이다. 연면적이 14만㎡로, 축구장 20개를 합친 규모다.
대한항공은 이와 함께 글로벌 항공기 엔진 제조사 정비 권한도 추가로 획득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세계 유수 항공사 MRO 수주를 확대함으로써 새로운 사업 확장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시장 분석 기업 '스태티스타(Statista)'는 최근 보고서에서 2034년까지 전 세계 항공 MRO 시장 규모가 약 1240억 달러(17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항공기 안전과 사고 예방 측면 뿐 아니라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가치가 높은 만큼, 정부가 이제라도 국내 MRO 사업 실태를 재점검하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