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사태 43일만에 사상 첫 현직 대통령 체포…긴박했던 6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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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조수사본부, 새벽부터 대통령 관저 진입 작전 돌입
사다리·우회로 통해 경호처 저지선 돌파…체포 성공
1차 체포영장 집행 때와 달리 경호처 저항 사실상 無
강경파 입김도 안 통한 듯…尹 "법이 모두 무너졌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시작된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 공수처와 경찰이 진입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시작된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 공수처와 경찰이 진입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12·3 내란사태가 발생한 지 43일 만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내란수괴 등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했다. 현직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의해 체포된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공조본은 14일 오전 10시 33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 대통령을 체포했다. 체포영장 재집행에 착수한 지 약 6시간 만이다. 공조본은 체포 직후 윤 대통령을 정부과천청사로 곧바로 이송했다.  

이날 2차 체포영장 집행 절차는 1차 집행 때보다 약 2시간 이른 새벽부터 시작됐다. 오전 4시 25분쯤 공수처 수사관들이 탑승한 차량 두 대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도착했다.

공조본은 체포영장 집행 초반, 반발하는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과 국민의힘 의원들에 막혀 관저 경내 진입까지 난항을 겪었다. 5시 20분쯤부터 시작된 이들과의 본격적인 대치에 약 2시간이 소요됐다.

이 과정에서 공수처가 변호인단에게 제시한 윤 대통령 체포영장에는 "피의자가 위헌, 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의 정치활동까지 금지하는 불법적인 포고령을 포고했으며, 경찰 및 계엄군 등으로 하여금 불법적으로 국회를 봉쇄해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막는 한편 계엄령 해제를 위한 표결권 행사를 방해하게 하고, 체포 요건이 되지 않는 여야 대표 등을 불법 체포하게 한 사실 등 본건 피의사실을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인정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은 대치 상황이 길어지자 현장 방송을 통해 "법원에 의해 발부된 적법한 영장을 집행 중"이라며 "즉시 영장 집행 방해 행위를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응하지 않을 경우 적법한 공무 집행을 방해한 것으로 간주해 현행범 체포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서고 있다. 황진환 기자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서고 있다. 황진환 기자
경찰은 6시 45분쯤에는 지난 3일 공조본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1차 집행을 막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는 김성훈 경호차장에 대한 체포영장도 집행할 것이라고 고지했다.

대치 상황 끝에 공조본이 관저 경내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건 7시 30분쯤이다. 공조본 인력 다수는 사다리를 이용해 관저 앞을 막은 경호처의 차벽을 넘어간 후, 경호처 차량을 치우는 등의 방식으로 경호처의 1차 저지선을 돌파했다.

경내에 들어오는 수사팀 숫자는 순식간에 불어났는데, 경찰이 관저 정문 인근 울타리를 개방하면서 진입이 수월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체포조는 매봉산 등산로를 통해서도 우회 진입했다.

이후 추가 저지선 돌파는 비교적 신속하게 진행됐다. 공조본은 2차 저지선으로 설치된 차벽은 우회하는 방법으로 통과했고, 오전 8시 10분쯤 일부가 3차 저지선 초소까지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경내 진입 후 관저 건물과 근접한 장소에 도착하는데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은 것이다.

경호처는 저지선을 구축해두긴 했지만, 강한 저항은 하지 않았다. 1차 집행 때는 경호처 인력 다수가 동원돼 격렬하게 막아서면서 공조본 수사팀이 각 저지선마다 돌파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경호처 인원도 많이 보이진 않았다. 공수처 관계자도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경호처 직원들이 거의 없었고, 물리적 충돌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호처는 전날까지도 입장문을 통해 "불법적인 (영장) 집행에 대해서는 관련 법률에 따라 기존 경호업무 매뉴얼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박종준 전 경호처장 사퇴 이후 처장 대행을 맡은 김성훈 경호차장이 '윤 대통령 철통 방어' 방침을 고수하는 강경파로 지목돼 온 만큼, 2차 집행을 둘러싼 충돌 우려도 컸다.

15일 한남동 관저에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수사처로 압송되고 있다. 과천=박종민 기자15일 한남동 관저에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수사처로 압송되고 있다. 과천=박종민 기자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의 입김은 직원들에게 이번엔 통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관저 내에서 일부 경호처 직원들이 중무장 상태로 돌아다녔던 것도 흔들리는 내부 상황을 가리기 위한 의도적 노출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차 저지선 통과 후 공수처 검사는 관저동에 들어가 윤 대통령 측과 영장집행 관련 협의를 이어갔고, 공조본은 오전 10시 33분 윤 대통령을 내란수괴 혐의로 체포했다.


윤 대통령은 체포 직후 미리 녹화해 둔 영상을 발표해 '부당한 체포'라는 입장을 밝히며 영장 집행 마지막 국면에서까지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 체계를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이렇게 불법적이고 무효인 이런 절차에 응하는 것은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마음일 뿐"이라며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이날 영장 집행 과정에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된 경호처 직원이나 국회의원, 시위대는 없었다. 1차 집행 당시 동원됐던 군 병력인 수방사 55경비단 역시 이날은 투입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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