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CBS.강원영동CBS 시사프로그램 <최진성의 위클리오늘>에 출연한 강릉농악보존회 서수희 회장. 강민주 PD◇최진성> 오늘 '최진성의 위클리오늘'에서는 강릉농악보존회 서수희 회장을 모셨습니다. 강릉 농악의 전통과 가치를 지켜온 지난 30년의 이야기, 최근 강릉농악보존회 청소년부의 수상 소식, 그리고 경주에서 열리고 있는 APEC 정상회담 공연 준비까지. 강릉 농악의 오늘과 내일을 들어봅니다. 강릉농악보존회 서수희 회장 스튜디오 나와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서수희>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최진성> 활기차게 인사해 주시니까 좋습니다. 청취자분들과 도민 여러분께 직접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서수희>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강릉 농악을 알리고자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제 이름은 서수희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최진성> (짝짝짝) 반갑습니다. 저희가 모시는 분에 따라 분위기를 다르게 잡는데, 오늘은 박수까지 치게 되네요. 흥겨운 농악 이야기 나눠볼 생각입니다. 회장님 밝은 톤이 참 좋습니다. 합이 잘 맞는 것 같아요. 농악에서도 '합'이 잘 맞아야 하지 않습니까?
◆서수희> 그렇죠. 눈을 잘 맞춰야 돼요. 그래서 저는 항상 "(농악을) 정말 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아주 친하게 지내고, 눈을 잘 마주쳐야 진짜 합이 이루어집니다.
◇최진성> 지금 저희도 눈을 잘 마주치고 있습니다. 하하. 본격적인 이야기 나누기 전에 먼저 축하 인사를 드려야겠네요. 최근 제66회 한국민속예술제에서 강릉농악보존회가 청소년부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서수희> 감사합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최진성> 대상이면 가장 높은 상이죠?
◆서수희> 그렇죠, 하하.
◇최진성> 하하. 정말 축하 드립니다. 언제 열린 대회인가요?
◆서수희> 지난 9월 28일이었어요. 아마 강원도에서는 청소년팀으로는 처음인 걸로 알고 있어요.
◇최진성> 그래서 더 의미가 있겠네요. 회장님 말씀에서도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서수희> 아주 자랑스럽습니다.
강릉농악보존회가 지난 9월, 제66회 한국민속예술제에서 청소년부 대상을 수상했다. 강릉농악보존회 서수희 회장 제공◇최진성> 이번 대회에는 11개 팀이 참가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가운데서 최고상을 받으셨는데, 어떻게 준비하셨는지요?
◆서수희> 저희는 강원도 대표로 나갔어요. 각 도에서 한 팀씩 나왔고, 저희는 7월 중순부터 두 달 반 정도 주말마다 연습했습니다. 지역 학교나 보존회 문화학교에서 농악을 배우는 아이들을 모집해 정말 '빡세게' 연습했죠.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최진성> 참가 인원은 몇 명이었나요?
◆서수희> 45명이었습니다.
◇최진성> 연령대는요?
◆서수희> 초등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예요.
◇최진성> 우와. 청소년 전연령을 꽉 채운 구성이네요.
◆서수희> 맞아요. 다른 지역은 중·고등학생 중심이라 걱정했어요. 우리 아이들이 너무 어렸거든요 그런데 걱정과 달리 정말 잘해줘서 좋았어요.
◇최진성> 아이들이 상 받고 많이 기뻤겠어요. 현장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서수희> 어휴. 많이 울었어요. 아이들도 울고, 학부모님들도 울고요. 버스 한 대로 다녀왔는데 다들 눈물바다였죠.
◇최진성> 정말 그럴 것 같습니다. 또 여름 한복판이라 연습도 쉽지 않았을 텐데요.
◆서수희> 맞아요. 강릉이 가뭄으로 힘들었잖아요. 전수관을 폐쇄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지만, 경연대회를 앞두고 아이들만큼은 연습을 계속해야겠다고 시와 협의했습니다. 다행히 폐쇄는 안 됐고, 아이들이 더위 속에서도 힘들어 했지만 그래도 꿋꿋이 연습했습니다.
◇최진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충북 영동까지 가서 금의환향하셨네요.
◆서수희> 네, 예산 문제도 있고, 아이들 관리도 쉽지 않았어요. 잠을 거의 못 자고 새벽 3시에 출발했죠. 아침 8시에 도착해 바로 준비하고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최진성>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사실 강릉농악보존회는 이번에 '1등'한 것 뿐 아니라 우리의 전통을 지켜가는 곳이잖아요. 어떤 단체인지 소개해 주시죠.
◆서수희> 네, 저희 강릉농악은 국가무형문화재 제11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강원 영동 지역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품고 1985년에 국가문화재로 지정됐어요. 하지만 실제 역사는 훨씬 깁니다. 일제강점기 동아일보, 중외일보 등 자료를 보면 100년이 넘는 기록이 있습니다. 당시 강릉농악은 34개 농악대, 800여 명이 모여 경연을 치렀다고 해요. 그만큼 오랜 전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928년 강원농악대의 사진. 강릉농악보존회 서수희 회장 제공◇최진성> 정말 대단하네요. 강릉농악보존회, 지금은 얼마나 많은 분이 참여하고 있나요?
◆서수희> 현재 보존회원이 약 60명이고요. 산하에 8개의 마을 농악대, 7개의 풍물대, 총 15개가 있고요. 강릉시에는 21개 읍면동이 있는데, 앞으로 2~3년 안에 전 읍면동이 강릉농악으로 채워지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진성> 길을 다니다 보면 시민들도 강릉농악의 흔적을 보셨을 거예요. 남대천 지나가다 보면 '○○동 농악대 연습장소' 이렇게 표기된 곳들, 눈에 띄죠?
◆서수희> 맞아요. 지금 회원 모집도 하고 있고요.
◇최진성> 곳곳에서 다 흩어져 활동하고 있고, 지역마다 농악대가 있죠. 또 강릉농악보존회가 이들을 함께 이끌고 있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1985년에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럼 이번에 대상 받은 공연, 음악 한번 들어볼까요? 이번에 연주한 작품 제목이 있을까요?
◆서수희> 제목이라기보다 아이들이 전체 판을 가지고 한바탕 노는 것이 있는데요. 경연이라 시간 제한이 있어서 20분밖에 주어지지 않았어요. 그 안에 모든 걸 담을 수는 없었지만, 그 20분 동안 정말 최선을 다해 신명 나게 한 판 놀았습니다.
◇최진성> 그러면 그 장면 한 번 듣고 돌아와서 이어서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 강릉농악보존회 청소년부 - 멍석말이 칠채 ♬
강원CBS.강원영동CBS 시사프로그램 <최진성의 위클리오늘>에 출연한 강릉농악보존회 서수희 회장. 강민주 PD◇최진성> 우와. 회장님이 "놀았다"는 표현을 하셨는데, 그 리듬이 정말 안 놀 수 없는 리듬이에요.
◆서수희> 아이들도 정말 열심히 뛰었어요. 지금 들으신 음악은 '멍석말이 칠채'라 해서, 농사짓는 사람들이 멍석을 펴서 곡식을 말리고 다시 마는 과정을 음악으로 표현한 겁니다.
◇최진성> 영상을 봤는데, 대형이 시시각각 바뀌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더라고요. 정말 멋있었어요. 지도하는 데도 쉽지 않았겠어요.
◆서수희> 아이들이 힘들다고 떼도 쓰고, 하기 싫다고도 했어요. 그런데 막상 경연장에 가서는 그렇게 열심히 뛸 줄 몰랐어요. 정말 실전에 강한 친구들이에요. (웃음)
◇최진성> (웃음) 그렇죠. 아이들이 상 받고 울었다는 말씀도 인상 깊었어요. 이렇게 전통이 이어져가고 있습니다. 앞서 1985년에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만큼 강릉농악의 가치가 큰데요. 방송 듣는 분들에게 강릉농악만의 특징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서수희> 우리나라에는 지역마다 농악이 많아요. 하지만 강릉농악의 특징은 '농사풀이 농악'이라는 점이에요. 1년 12달 농사짓는 모든 과정을 춤으로 표현하고, 세시절기와 다산의 의미를 함께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강릉농악은 단순한 흥겨움이 아니라 정체성과 역사성을 지닌 예술이에요. 저는 그래서 이 농악이 참 소중하고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진성> 단순히 흥을 돋우는 게 아니라, 강릉 사람들이 농사 지으며 살아온 방식을 담고 있는 거군요.
◆서수희> 그렇죠. 농사짓는 힘든 과정을 놀이로 표현하고, 그 놀이를 통해 잠시라도 고된 일을 잊게 하는 거예요. 그리고 다시 농사에 흥을 돋우게 만드는 거죠.
◇최진성> 요즘 '노동요'라는 말도 있잖아요. 일할 때 흥얼거리는 노래들인데, 어떻게 보면 그 원조가 농악이겠네요?
◆서수희> 맞아요. 농악은 종합예술이에요. 옛날에는 사실 소리도 같이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문화재 지정이 되면서 소리, 춤, 악기가 분야별로 나뉘어 있지만, 본래는 다 같이 했던 거죠. 노동요처럼 틀어놓고 듣는 게 아니라,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힘든 과정을 이겨내는 예술이었어요.
◇최진성> 전통적인 가치도 크고, 또 그에 대한 인정을 받고 있죠. 그런데 제가 보니까 '예능보유자'라는 지위도 있더군요. 어떤 분들을 말하나요?
◆서수희> 예능보유자는 말 그대로 평생을 이 길에 바친 분이에요. 전수생으로 시작해 오랜 세월 농악과 함께 살아오신 분들이죠. 마치 돌이 물에 닳아 반질반질해지듯, 세월과 기술이 함께 쌓인 분들이 예능보유자로 인정받습니다.
◇최진성> 강릉농악보존회에도 그런 분들이 계시죠?
◆서수희> 네. 계시지만 연세가 많으세요. 90세가 넘으신 선생님도 계십니다. 그래도 그분들이 계시기에 저희 후배들도 자부심을 느껴요. 그분들이 바로 우리의 뿌리죠.
◇최진성> 그렇습니다. 최진성의 위클리오늘, 오늘은 강릉농악보존회 서수희 회장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사실 예전에는 농악이 지역마다 부흥기였지만, 요즘은 접하기가 쉽지 않죠.
◆서수희> 네, 맞아요. 쉽지 않아요.
◇최진성> 그렇죠. 요즘은 행사장에서나 전수관에 가야만 볼 수 있을 정도로요. 인원도 줄고, 활동 여건도 많이 어려워졌을 것 같습니다. 강릉농악보존회도 예외는 아니었겠죠?
◆서수희> 맞아요.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큰 문제예요. 아이들이 줄면서 학교에서 농악을 배우는 곳도 적어졌죠. 사실 농악대는 기본적으로 30명 이상이 돼야 하는데, 그 인원을 꾸리기가 어려워요. 선생님들도 힘들어하시고요. 그래도 시에서 지원해주고, 학교들도 점점 관심을 가져주셔서 지금은 조금씩 안정이 되고 있습니다.
◇최진성> 다행이네요. 요즘엔 또 전통문화를 젊은 세대가 새롭게 해석해서 유튜브나 축제 무대에서 재조명하기도 하잖아요. 강릉농악도 그런 흐름을 타고 새롭게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수희> 맞아요. 전통만 고집하기보다 전통과 현대를 콜라보해서, 관객도 즐겁고 연주자도 신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대에 맞게 변화하면서도 뿌리는 지켜가는 것, 그게 저희의 목표입니다.
◇최진성> 이 어려운 시기를 잘 버텨낸 덕분에 지금의 시기를 맞이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결국 이 과정에서 후학 양성도 중요할 것 같은데, 강릉농악보존회가 지역사회와 시민들과 함께 진행하는 활동들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서수희> 저희는 강릉 농악과 지역 문화를 알리고자 시민 대상 프로그램을 전수관에서 일주일 내내 운영하고 있습니다. 토요일은 아이들을, 나머지 요일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모든 프로그램을 돌리면서 시민 강좌를 진행해요. 시민들이 직접 보고 느끼면서 '강릉 농악이 이런 거구나' 하고 알아가길 바라는 거죠. 토요일에는 아이들 지도와 함께 학부모들과도 연계가 되면서 지역 문화에 대해 함께 배우고 소통하는 시간이 생기고 있어요.
강릉농악보존회의 공연 모습. 강릉농악보존회 서수희 회장 제공◇최진성> 그런 노력들이 계속 이어지면서 강릉 농악의 의미와 가치를 전할 수 있겠네요. 저희가 지금 사전녹음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만, 방송일 기준(31일) 경주 APEC 정상회담 일정에 초대 받아서 공연하실 거라면서요?
◆서수희> 맞아요. 경주에서 공연 섭외를 받아서 갑니다. 외국 관객들을 위해 공연의 순서지를 전부 영문으로 제작했어요. 외국에서 오신 분들이 공연 동작의 의미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최진성> 이번 섭외가 대상 수상과 관련된 건 아닌 거죠?
◆서수희> 아니에요. 예전 요청이 들어와서 고민하다가, '역사성과 정체성이 가장 깊은 강릉 농악을 보여주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참여하게 됐습니다. 농사풀이 농악은 농업사회를 거치며 농업과 함께해온 시간의 결실이니까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미로 초청받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최진성> 전 세계 정상과 관계자들이 강릉 농악의 매력에 감탄할 수 있길 바랍니다.
◆서수희>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한국 하면 강릉 농악을 떠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진성> 강릉농악보존회는 어려운 시기를 견디면서도 전통을 지켜왔기에, 이번 APEC 공연도 가능했겠네요. 그런데 이 방송을 듣고 농악을 접하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공연장에 가야 하나요?
◆서수희> 아니요. 행사 때만 볼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연중 강릉 시민들을 위해 전수관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습니다. 오죽헌 옆 전수관을 찾아오거나 문의하시면 되고, 악기를 배우거나 지역 문화를 함께하고 싶은 분들은 언제든 문을 두드리면 됩니다.
◇최진성> 앞으로 할 일이 많겠네요.
◆서수희> 네, 열심히 해야죠.
◇최진성> 비전이나 향후 계획도 한 말씀해 주시겠어요?
◆서수희> 앞으로 가장 중요한 건 후학 양성입니다. 후학들에게 우리의 전통문화를 어떻게 남기고 넘겨줄지 고민하고 있어요. 그들이 강릉 농악과 전통을 지켜나가는 기둥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최진성> 회장님은 강릉 농악에 얼마나 활동하셨나요?
◆서수희> 30년 조금 넘었습니다.
◇최진성> 오랜 시간이네요.
◆서수희> 네, 50년, 60년 하신 분들도 계세요. 저는 어려서 음악을 접했지만 본격적으로 강릉 농악을 한 건 30년이 조금 넘은 시간입니다.
◇최진성> 그 시간 동안 공연과 음악 공부를 많이 하셨겠네요. 마지막으로 청취자와 나누고 싶은 강릉 농악 한 소절은?
◆서수희> 강릉 농악은 다양한 가락으로 이루어져 있진 않지만, 한 소절 한 소절이 힘 있고 활기찹니다. 오늘 소개할 '사채가락'은 앞으로 전진하며 치는 가락입니다. 꽹과리와 장구 소리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귀 기울이면 아주 아름다운 소리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최진성> 오늘 사책가락, 숫자 4입니다. 하하. 이 곡을 들려드리며 회장님과 인사 나누겠습니다. 강릉농악보존회 서수희 회장과 유익하고 의미 있는 이야기 나눴습니다.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서수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