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11년 만에 한국을 찾아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중국 관영매체들을 중심으로 한국에 대한 우호여론 조성에 나서는 모양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4일 한중 정상회담 당시 시 주석의 "이웃의 성공을 돕는 것은 곧 자신의 성공을 돕는 것"이라는 발언을 모티브로한 사설을 내보냈다.
이 매체는 시 주석의 발언이 "추상적인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중국과 한국이 공유하는 지리, 문화, 경제적 유대에 기반한 실질적인 통찰"이라며 "중국과 한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으로도 연결되어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1990년대 초, 중국이 개혁개방의 중추적인 국면에 접어들면서 한국의 막대한 자본, 기술, 그리고 경영 전문 지식이 중국으로 유입되어 중국 제조업의 부상에 중요한 촉매제가 되었다"라며 "중국은 한국의 발전에서 경험과 추진력을 얻었다"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고 소개하며, 이는 양국 간 미래 협력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내 대표적인 국수주의 성향 관영매체로 중국 당국이 나서기 힘든 외교·안보·무역 문제와 관련해 앞장서서 상대국을 비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중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었던 윤석열 정부 시절에도 이 매체는 한국을 비난하는데 열을 올렸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보다 격화되며 우군확보가 절실한 중국이 한국에 손을 내밀기 시작한데다, 전 정부와 달리 이재명 정부가 '균형·실용외교'를 내세우며 중국과의 관계회복에 나서자 글로벌타임스는 잇따라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글로벌타임스 뿐만 아니라 중국 국영방송 중국중앙(CC)TV, 관영통신 신화사 등도 잇따라 이번 시 주석의 방한과 한중 정상회담 결과에 높은 평점을 부여했다.
신화사는 1일자 보도에서 시 주석의 이번 방한이 한중관계가 우호, 협력의 큰 흐름 속에서 한층 높은 단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양국이 상생의 목표를 견지해 나가길 기대한다는 내용의 사설을 실었다.
중국 매체 신민만보도 같은날 보도에서 이 대통령이 시 주석을 따뜻하게 맞이했으며 두 정상의 '경주 악수' 장면은 한중 양국이 과거의 갈등을 넘어 실질적 협력 복원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소개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 천년미소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을 마친 뒤 정상회담을 위해 특별전시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소셜미디어(SNS) 등 온라인 상에서도 이번 한중 정상회담 관련 기사에 긍정적인 내용의 댓글이 잇따라 달리고 있다. 중국 SNS 웨이보에 이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경주 황남빵을 선물했다는 내용의 게시물에는 '작은 간식, 큰 지혜', '중국과 한국을 잇는 우정의 다리' 등의 우호적 댓글이 달렸다.
한중관계에 정통한 한 중국 대학 교수는 시 주석의 방한 이후 중국내 분위기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적이고 균형잡힌 외교, 국정운영 스타일에 대해서도 평가가 좋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 역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 추진 등 군사·안보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면서 한중간 관계개선에 보다 방점을 두는 모양새다.
지난달 30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 문제가 거론되자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한미 양국이 핵 비확산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고, 지역 평화·안정을 촉진하는 일을 해야지 그 반대를 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승인한 것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견제 목적이 크다는 점에서 중국의 강한 반발을 살 수 있는 사안"이라며 "그럼에도 중국 당국이 잠잠한 것은 한중 정상회담 이후 양국간 우호 분위기를 깨지 않고 이어가고자 하는 희도"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