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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본 한주간]“850”..돌려막기 양적완화. 추석이후 주식시장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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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 출구전략. 예산 시한폭탄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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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좋은 아침 김윤주입니다]
■ 방송 : FM 98.1 (06:10~07:00)
■ 진행 : 김윤주 앵커
■ 출연 : 미디어 오늘 이정환 기자

김> 토요일 첫 순서는 숫자로 본 한 주간입니다.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입니다. 안녕하세요. 이번 주의 숫자는 뭔가요.

이> 850억달러(92조975억원). 지난 18일 FRB(연방준비은행) 산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양적완화를 축소하지 않고 일단 연기하기로, 그러니까 현재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발표했죠. 그게 월 850억 달러 규모입니다. 시장에서는 양적완화 축소를 기정사실화하고 언제부터 어느 정도로 줄이느냐가 관건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는데 “축소는 없다, 당분간 유지한다”는 발표가 나오니까 일단 환영하면서도 당혹해 하는 분위기입니다.

양적완화 기조 유지. 우리 주식시장엔 어떤 영향 끼칠까.

김> 지난주에 우리나라 코스피 지수가 2000을 넘긴 했는데 박스권을 뚫기에는 부족하다는 분석이 있었죠. 양적완화 축소 연기 소식이 우리 주식시장에도 도움이 될까요.

이> 미국 다우지수는 146포인트 오른 1만5675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19일 인도네시아와 인도, 태국 등 아시아 신흥국들의 증시도 큰 폭으로 올랐고요. 그렇지만 20일에는 다시 주가가 꺾였습니다. 지금까지 돈을 풀어서 경기를 살렸는데 앞으로도 돈을 계속 더 풀어야 한다는 이야기라서, 결국 아직도 경기 회복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당장 양적완화를 축소하는 건 아니니까 충격은 덜하겠지만 이런 아슬아슬한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 것인지 우려도 만만치 않습니다. 짚고 넘어갈 부분은 양적완화 축소를 연기했다는 건 미국 경제가 충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입니다.

김> 양적완화라는 용어, 쉽게 설명 좀 해주시죠.

이> Quantitative Easing 또는 tapering이라고도 부르는데요. FRB가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자산을 매입하고 그 대금으로 현금을 내주는 방식입니다. 점잖게 양적완화라고 부르지만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는 거나 뭐가 다르냐는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미국 달러화가 기축통화니까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나라가 그럴 경우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환율이 급등을 하겠죠. 그런데 미국은 그게 가능합니다.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겠지만 다른 나라들이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들이 많아서 그 부담을 세계 여러 나라에 분산시켜 떠넘기는 방식입니다. 다른 나라들 입장에서는 양적완화가 고맙기도 하고 위험을 키우는 방식이라 걱정스럽기도 하고 그렇죠.

미국 정부, 2012년 한국 실질GDP 규모로 시장에 돈 풀어.

김> 감이 잘 안 오는데 월 850억 달러, 92조원이면 대략 어느 정도 규모인가요.

이> 우리나라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이 1272조4595억 원이죠. 미국 정부가 지금 뿌리는 돈이 1년이면 거의 우리나라 GDP와 맞먹는다고 보면 됩니다.

김> 지금 3차 양적완화가 진행 중인데 그동안 풀린 돈이 얼마나 되나요?

이> 1차는 2009년 3월부터 1조45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사들였습니다. 그리고 2차는 2010년 11월부터. 경기가 안 살아나니까 추가로 6000억 달러 어치 채권을 또 사들였습니다. 이 채권은 아직까지 FRB가 그냥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경기가 안 살아나니까 2011년 9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라는 걸 시작했는데요. 단기 국채를 팔고 장기 국채를 사들여 금리를 낮추는 방식입니다. 2012년 6월까지 4000억 달러어치를 샀고 그해 연말까지 2670억 달러어치를 또 샀습니다. 그래도 안 되니까 지난해 9월, 3차 양적완화를 시작했는데요. 월 400 억달러어치 모기지 채권(MBS)를 사들이고 오퍼레이션 트위터스도 월 450억 달러어치 계속 사들이고. 그래서 월 850억 달러를 쏟아 붓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 더하면 얼추 3조7370억 달러가 됩니다.

김> 일단 양적완화를 축소 연기하기로 했는데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이> 당분간은 지금 같은 아슬아슬한 긴장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결국 다음 달이나 다다음달에 또 같은 논의가 필요할 거라는 거죠. ‘9월에 축소하지 않기로 했으니까 10월에 축소할까? 아니면 11월에 축소할까?’이런 심리가 이어지게 됩니다. 결국 올해를 넘기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결국 출구전략을 언제까지 마냥 미룰 수는 없고 결국 언제부터 어느 정도로 돈을 거둬들이느냐 더 정확히 말하면 돈 푸는 규모를 언제부터 줄일 거냐는 문제인데요. 충격을 주는 시점을 미루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 만약 양적완화 축소가 발표됐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이> 1994년과 2004년에도 미국이 장기 저금리 기조에서 긴축 기조로 변신, 금리를 끌어올리는 출구전략을 단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정확히 10년 만에 역사가 되풀이 되는 상황인데요. 어떻게든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출구전략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1994년에는 충격이 엄청났습니다. 채권 시장이 폭락했고 멕시코를 비롯해서 중남미 지역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경제 위기가 확산됐습니다. 3년 뒤 아시아 외환위기로 이어졌고 우리나라도 IMF 구제 금융을 요청했죠. 반면 2004년에는 베이비 스텝이라고 금리 인상 시점을 잘 조율해서 충격이 크지는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미국이 속도를 조절하는 건 긍정적이지만 특히 동남아시아 상황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김> 미국에서 재채기를 하면 우리나라는 감기가 걸린다고들 하죠. 이런 미국의 결정들에 우리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이> 우리나라는 신흥시장, 이머징마켓이라고 하는데요. 돈이 빠져나가면 가장 먼저 이머징마켓에서 빠져나가게 됩니다. 아무리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이 좋고 기업들 실적이 좋아도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고 나가는데 주가가 버틸 재간이 없죠. 보통 경기를 회복시키려면 금리를 낮추고 경기가 과열될 때는 금리를 높이고 하는데 미국이 긴축정책을 본격화하면 세계적으로 경기가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달러화가 기축통화인 데다 세계 경제가 연동돼서 움직이기 때문이죠. 돈을 덜 풀면 금리가 오르고 금리가 오르면 시중에 현금이 마르게 됩니다.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도 어렵게 되고요. 경기 회복이 위축될 수밖에 없죠. 미국 바깥에서 돈이 빠져나가면서 자산 가격도 폭락하고 미국 국채 가격이 떨어지면서 외환보유액이 줄어들고 국가 부도 위험도 높아지게 됩니다.

김> 월요일 주식시장이 궁금한데요. 이미 한 차례 대형 이슈가 지나간 상황이라 조금 차분할 수도 있겠네요.

이> 지난 몇 년 동안 주가 움직임을 보면 1800에서 2050 사이에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한 번 박스권의 천정을 뚫고 올라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추격매수가 들어올 텐데 매물대가 2000 위쪽에 몰려 있습니다. 특히 기관 투자자들이 2000 위쪽에서 일단 이익을 실현하고 빠져나오는 분위기입니다. 장기 전망에 확신이 없다는 이야기가 될 텐데요. 상승 추세가 강력하지 않으면 이 매물대를 통과하지 못하고 다시 주가가 빠져 나가게 됩니다. 양적완화 축소 연기는 호재라기보다는 악재가 사라졌다는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습니다.

주식시장을 흔들 다섯 가지 변수. 독일 재선부터 인나미까지.

김>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전망이 밝지 않다, 그렇게 정리하면 될까요. 주식시장에 영향을 끼칠 다른 변수가 있다면요?

이> 네. 다섯 가지 변수를 정리할 수 있을 텐데요. 첫째가 방금 설명한 양적완화 축소 연기입니다. 하지만 결국은 어떻게든 출구 전략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둘째, 독일 총선이 22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재선이 유력하긴 한데 연합정부를 조기에 구성하지 못할 경우 유로존 지원이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독일 국민들은 왜 우리 돈으로 다른 나라들을 지원하느냐며 반발이 많죠. 메르켈 총리에게 크게 힘이 실리지 않을 경우 유럽 금융위기가 다시 촉발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셋째, 일본의 소비세 증세도 변수인데요. 일본도 재정건전성 문제가 심각하죠. 그런데 소비세를 올리면 내수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넷째, 이집트에서는 국가 비상사태가 계속되고 있죠. 남의 나라 일이 아니라 당장 유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다섯째, 신흥국 위기 발생 가능성입니다. 터키와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인나미’라는 말도 나옵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 쓰나미가 몰려온다는 의미라고 하는데요. 이런 다섯 가지 변수가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한때 9월 위기설이 나돌기도 했죠.

김> 그래도 멀리 내다보면 지금이 주식 매입 적기다, 그런 의견도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 실적도 나쁘지 않다고 하고요.

아> 장기적인 투자를 계획하신다면 언제든 주식매입의 적기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평가 돼 있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국내 기업들 실적이 그리 좋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순이익 전망은 연초 112조7000억 원에서 99조원 수준으로 하향 조정됐습니다. 순이익이 5%만 더 낮아져도 2년 연속 자기자본이익률(ROE) 9% 이하를 기록하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워낙 미국 변수가 큽니다. 시장 참가자들의 불안 심리도 큽니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의 여파가 아직 남아있는 상태고 해결 됐다고 보기보다는 그냥 덮어놓은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한 5년을 내다보고 투자한다면 모르지만 대외적으로는 내년 상황이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김> 이명박 전 대통령은 코스피 5000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내내 떨어지기만 했죠. 박근혜 대통령은 3000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했는데요.

이> 이명박 전 대통령 때는 코스피 1000이 무너지기도 했죠. 2008년에는 892.16포인트까지 곤두박질쳤고 한 해 동안 무려 40.7%의 주가가 날아갔습니다. 박근혜 정부도 초반에 지지부진하다가 조금씩 탄력이 붙는 패턴을 그릴 거라는 전망이 많은데요. 우리나라만 잘 풀려서는 안 되고 미국과 EU 등 세계 경제와 연동해서 움직일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변동성 자산 보다는 현금성 자산 보유를 늘리는 게 좋고, 그나마 믿을 건 낮지만 은행 예금 이자밖에 없다는 이야기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부채를 줄이는 게 시급하다는 겁니다. 국내 경제 상황도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거라는 이야기 많이 하는데. 2분기 기준으로 가계부채가 980조원, 연말까지 1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고요. 특히 자산 증가보다 부채 증가 속도가 빠른 게 위험신호입니다. 정부와 공기업을 합한 공공부문의 부채도 920조3000억 원입니다. 부채가 늘어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출구전략이 시작될 것이고 그나마 좋았던 한때가 끝날 거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 낙관론을 흘리고 있지만 냉정하게 경제지표와 세계경제 변수들을 살펴봐야 할 때입니다.

김> 네. 숫자로 본 한 주간, 이번 주의 숫자는 850억 달러, 미국 FRB가 양적완화 규모를 유지하기로 했다는 소식과 함께 추석 이후 주가 전망을 살펴봤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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